▣ 대림건설, 둘이 합치니 하나보다 낫다

[리포트 3줄 요약]
- 합병 이후 대형 건설사 중심의 도시정비사업 시장 진출 여력 확보
- 탄탄한 재무상태와 높은 ROE 대비 낮은 PER
- 가치주 위주의 장세 변화 속 주목 기대

■ 삼호건설과 고려개발의 합병 건설사.. 대림산업 계열
- 국내 수주 100%의 종합 건설사.. 재개발/재건축 특화

대림건설은 대림산업이 각각 72.94%, 44.0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 삼호건설과 고려개발이 합병하여 출범한 기업이다. 지난 3월 합병 결정 후 7월 1일 공식 출범했다. 삼호와 고려개발의 합병 비율은 1:0.451로 삼호가 전신이라고 할 수 있다. 합병 후 대림산업의 대림건설 지분율은 66%다.

대림건설은 토목과 건축 모두를 시공 가능한 종합건설사로 매출 전액이 국내에서 발생한다. 건축사업은 일반외주건축, 공공건축, 조경사업, 주택(재건축/재개발, 도급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고 특히 재건축/재개발에 뛰어난 모습을 보여왔다. 토목사업은 종합심사제, 종합평가낙찰제 및 적격 공공공사, 민자SOC, Turn-key사업 등에 참여하고 있다.

'20.상반기 기준 대림건설의 매출액 7654억원 중 건축 분야는 6667억원을 기여하며 87.1%의 큰 비중을 차지하였고, 토목은 나머지 12.9%의 비중을 차지했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주택호황기로 인한 주택 수주 비중의 확대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당사는 향후 과도한 주택 건축 수주 비중을 줄이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며, 이를 위해 토목 분야 수주 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대림건설의 수주총액은 5조 7310억원에 달하며, 그 중 현재 수주 잔액은 2조 8653억에 육박한다. 당사의 올해 신규 수주액은 7월 말 기준 1조 7321억원 정도로 알려졌으며, 이후에도 도합 1509억 수준의 단일판매계약 공시가 있었음을 고려하면 기 발표된 올해 수주 목표액인 2조원까지는 무난하게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 지속적인 실적개선과 건전한 재무상태

삼호는 지난 16년 워크아웃을 졸업한 이후 꾸준히 좋은 실적 개선세를 보여왔다. 지난해 매출액은 1조 2799억원으로 '18년 매출액 9,656억원 대비 32.55% 성장했으며, 영업이익은 1430억을 기록해 전년대비 47.44% 증가했다. 고려개발도 마찬가지다. '18년도에 워크아웃을 졸업한 당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6849억원으로 전년대비 23.63% 성장했으며, 영업이익은 631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58.15% 증가했다.



양사의 실적 성장세를 이끈 주요 요인은 주택 건축 수주였다. 지난 2015년 국내 건축수주액이 전년대비 47.01% 가량 급격히 증가한 후 매년 꾸준히 해당 수준을 유지하였으며, 수주의 방향성은 대부분 토목보다는 건축, 그 중에서도 민간 주택 건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주택호황기 속에서 ‘e-편한세상’이라는 유명 주택 브랜드를 앞세워 양사는 활발히 수주를 따오며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고려개발의 경우 기본적으로 토목에 강점을 갖는 기업임에도 주택호황기를 거치며 매출 중 토목 사업의 비중이 기존 70%에서 30%로 축소될 정도였다.



대림건설의 '20년 상반기 부채비율은 76.71%, 유동비율은 223.4%로 상당히 안정적인 재무상태를 갖고 있다. 2분기 기준 대림건설의 ROE는 24.7%로 비슷한 도급순위에 있는 삼성엔지니어링, 계룡건설, 코오롱글로벌, 동부건설의 ROE 13~19%에 비해 높다. 이들의 부채비율이 100%~300%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고무적이다.

현재 대림건설의 PER은 2.92배로 동종업계 평균 5.345배보다 낮다. 해외 수주가 전무한 당사 사업구조 특성 때문에 비교적 저평가를 받고 있다고 추정되는데, 달러 대비 원화 강세 상황 속에서 예상되는 환차손, 해외 신규 수주 경쟁력 약화 등의 문제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이 오히려 재평가 받을 여지도 있다고 판단한다.

당사는 순현금이 2763억원에 달해 재무건전성 지표는 이미 10위 안에 들어선 수준이다. 10대 건설사 중 차입금보다 현금이 많은 건설사는 현대엔지니어링(2조2554억원), HDC현대산업개발(9432억원), 현대건설(6568억원), 대림산업(3587억원), 포스코건설(727억원) 등 5개사 뿐이다. 재무건전성으로만 따지면 현재 시공능력 평가 5위인 포스코건설보다 탄탄한 셈이다.

이와 더불어 '20년 상반기까지의 국내 건설 수주액만 합산해도 이미 100조원을 넘어선 만큼 국내 건설 수주의 강한 흐름과 주택호황기는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추정되며, 당사가 건실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꾸준한 실적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됨을 고려하면 현재 3배가 채 되지 않는 PER은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보인다.

■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

# 외형적 성장으로 신사업 진출

삼호건설의 지난해 토건 시공능력평가액은 1조 3064억원으로 도급순위 30위 수준이었으며, 고려개발은 6239억원으로 도급순위 54위였다. 양사의 합병으로 탄생하게 된 대림건설은 지난 7월 발표된 자료 기준 시공능력평가액 1조 8089억원으로 도급순위 17위에 위치했다. 합병을 통한 외형적 성장의 결과였다.


건설사의 외형적 성장이 단순 숫자상의 의미만을 갖는 것은 아니다. 매년 7월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하는 시공능력평가액은 건설업체의 시공능력을 공사실적, 경영상태, 기술능력, 신인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금액으로 환산한 수치이다. 그리고 도급순위(혹은 시공순위)는 해당 시공능력평가액을 기준으로 건설업체를 줄 세운 등수를 의미한다. 발주자가 적정한 건설업체를 선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덕분에 발주자들은 시공능력평가액을 바탕으로 입찰 참가를 제한할 수도 있다. 당사가 합병을 통해 시공능력평가액을 늘렸음은 곧바로 당사의 수주 경쟁력이 상승했음을 의미한다.

이로써 대림건설은 기존엔 참가하기 어려웠던 대형 건설사 위주의 시장인 수도권 도시정비사업을 넘볼 수 있게 됐으며, 수도권과 지방광역시에서 독자적인 대형 주택사업 입찰 및 PF 사업을 확대할 기반을 확보했다. 실제로 당사는 데이터센터, 대형 SOC 사업 , 글로벌 디벨로퍼 사업 등 신시장을 개척해 25년엔 도급순위 10위권 건설사로 거듭나는 것을 공식적인 목표로 밝힌 바 있다.

# 엣지있는 종합건설사로서의 도약

삼호와 고려개발 양사 모두 모기업인 대림산업의 ‘e-편한 세상’ 브랜드를 통한 주택사업을 영위하였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각자가 주력으로 진행해온 사업 분야는 달랐다.

기존 삼호는 주택사업 분야에 강점을 보여왔다. 삼호는 70년대 삼호가든을 포함해 강남권에서 다양한 주택 사업을 진행하며 경험을 쌓아왔고 주택 및 호텔 등의 사업에서 부각을 나타내던 기업이었다. 반면, 고려개발은 주택사업보다는 고속도로, 고속철도, 교량, 항만 등 토목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던 기업이었다. SOC 분야에도 여러 이력을 갖고 있다.

주로 영위하던 사업분야가 다르던 두 건설사가 하나로 합병되어 탄생하게 된 대림건설은 자연스레 토목과 건축 양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종합건설사로 거듭나게 됐다. 이는 대림건설의 사업포트폴리오가 더욱 매력적으로 변화했음을 의미할 뿐더러 이미 토건 모두를 아우르는 종합건설사로서 도급순위 3위에 자리하고 있는 모기업 대림산업과의 시너지가 확대되는 요소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또한 합병을 통해 고려개발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던 주택사업을 기존 삼호의 것과 한데 묶어 인력과 금전적인 투자 모두를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게 됐다.

■ 주주가치 제고 방안 및 배당정책의 변화 기대감

메리츠 증권의 박형렬 연구원 리포트에 따르면, 대림건설의 배당정책에 있어서 변화가 기대된다. 당사의 사업구조는 재건축/재개발 중심이며, 이 때문에 당사는 토지 매입비로 큰 비용을 치루지 않아도 된다.

박형렬 연구원은 이를 바탕으로 당사가 향후 연평균 2000억원 수준의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으며, 기업 내에 막대한 현금이 쌓이고 있는 만큼 그 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해 필연적으로 배당정책에서 변화가 수반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특히 모회사 대림산업이 66% 수준의 지분을 확보해 확고한 지배력을 갖고 있음과 당사의 재무상태가 상당히 건전함을 고려하면 배당정책에 있어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적극적인 변화가 기대된다. 참고로 당사의 전신인 삼호는 워크아웃을 끝낸 18년부터 다시 배당을 시작한바 있다.


■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 수혜 가능성

정부가 최근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SH(서울주택도시공사)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재건축 과정에 참여하고 기부채납 호수를 늘리는 대신 용적률을 500%까지 확대 허용하는 정책이다. 공공의 역할은 자금조달 지원, 사업계획 수립 지원, 시공 품질관리, 공사비 검증 등 사업관리에 집중되어 사업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의 가장 큰 장점은 민간의 경우 평균 8년 1개월 소요되던 것에서 5년 8개월로 단축되는 사업기간이며 실제로 정비업계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흑석2구역, 성북1구역, 양평14구역 등 서울 재개발구역 4곳이 최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공공재개발 사업 의향서를 제출하는 등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방문·유선 상담 등으로 참여 의사를 전달한 곳도 20곳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강남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 방식을 선택하게 된다면, 기부채납 가구수가 늘어나게 돼 아파트의 고급화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빠른 사업 진행보다 수익성의 확보가 더욱 중요한 요소인 강남 재개발/재건축의 실정엔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이 매력적이지 않다.

대림건설은 전통적으로 재건축/재개발에서 가장 큰 강점을 갖고 있으며 실제 사업 비중 또한 주택 재건축/재개발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당사는 ‘e-편한세상’이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데, 해당 브랜드의 큰 특징은 아파트 단지 조성에 있어서 위엄이나 고급스러움보다는 실제 주거의 편안함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런 차이점은 래미안, 롯데캐슬, 힐스테이트, 자이 등의 여타 아파트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명확하게 드러난다.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의 도입으로 흑석, 성북 등 계속된 재개발의 연기로 피로감이 상당해진 지역들이 빠른 재개발 드라이브를 걸고 있으며, 그 중 대부분은 강남과 다르게 아파트 단지의 고급화에 큰 비중을 두고 있지 않다. 재건축/재개발에 강점을 갖고 있으며 실용적인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대림건설이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 도입으로 인해 늘어난 재건축/재개발 수요의 상당부분을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가치주 위주의 장세 전환.. 대림건설 재평가 계기될까?

전례 없는 판데믹 위기 이후, 막대한 유동성이 풀리고 전세계 주요국 증시에서 일관되게 성장주, 기술주 위주의 랠리가 진행돼왔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오히려 급격한 성장을 보였던 이들은 저금리 기조 속에서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며 강한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분명 시장의 색깔이 변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는 순간들이 존재했다. 지난 5월 순환매 장세가 그러했고, 불과 몇 주전 미 FDA의 백신 긴급승인 소식과 더불어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난 기술주 위주인 나스닥 지수의 급락과 상대적인 다우지수의 선방이 그러했다.

COVID-19 백신 관련 뉴스가 구체화 되어 갈수록 밸류 부담이 높은 기술주, 성장주 보다 그동안 유동성 장세의 수혜를 비교적 받지 못한 전통 가치주, 경기 민감주에 관심이 모일 수 있다.

자료 : TradingView

위의 차트는 미국의 대표적인 기술주 위주 ETF인 QQQ와 건설 및 주택 관련 종목들로 이루어진 ETF ITB, XHB , NAIL의 최근 주가 흐름을 비교한 자료다. 검은색이 QQQ이며, 분홍색이 NAIL, 하늘색이 ITB, 주황색이 XHB이다.

차트에 따르면, 대형 기술주는 불패라는 통념과 달리 지난 7월 이후로는 건설 관련 ETF가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 있었던 강한 조정 속에서도 건설주 ETF가 조정 폭이 비교적 작거나 혹은 이후 충격에서 더 빠르게 회복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시장의 흐름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함을 고려하면 충분히 국내 증시에도 이를 대입해 건설업체를 필두로 한 가치주 위주의 장세를 기대 해볼만하다고 판단된다. 뿐만 아니라 실제로 지난 7월에는 국내 건설업체의 국내외 수주액이 전월 대비 무려 81.5%나 증가하여 통계 작성이래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최근 업계의 수주 실적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 투자 심리 개선에 더욱 무게가 쏠린다.

당사는 업계 내에서도 최근에 이루어진 합병을 바탕으로 향후 성장이 기대되며 대형 건설사들을 위협할 수 있는 중견 기업으로 자리잡게 된 만큼 당사에게 더욱 우호적인 시장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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