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의 선택] 로버트 퍼킨스의 '제일연마'

퍼킨스 "재무적으로 건전한 소형주를 사라"

버거 스몰캡 펀드의 매니저 로버트 퍼킨스는 소형주 투자의 대가로 유명하다. 그는 친구들과 선별된 고객들을 위한 작은 포트폴리오를 3500만 달러의 뮤추얼 펀드로 성장시켰다.

퍼킨스는 신문에 나온 신저가 리스트에서 유망기업을 찾는다. 그는 악재로 인해 회사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재무 건전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으면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 이들 중 장부가치보다 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거나, 장부가치보다 약간 비싼 회사를 주로 매입한다.

퍼킨스는 부채가 없고 현금이 많은 소형회사를 선호한다. 모든 사람이 찾는 대형주보다는 관심에서 멀어진 소형주에 더 많은 가치가 내재돼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 그는 재무적 건전성을 갖춘 회사들은 기대만큼 빨리 회복되지 않아도 주가 하락에 안전판이 된다고 생각한다.

퍼킨스의 선택 '제일연마'

퍼킨스는 소형주 중에서 주가수익배수(PER)가 업종평균 이하이고, ROE가 10% 이상인 기업을 선호한다. 또한 재무 건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부채비율이 150% 초과하는 기업은 제외한다.

제일연마는 퍼킨스의 투자 요건을 만족하는 기업 중 하나다. 먼저 시가총액이 623억원으로 소형주에 속한다. 또한 주가수익배수(PER)는 9.4배로 업종(비철금속) 평균치인 37.9배 미만이며, 최근 4분기 합산 순이익 기준 ROE가 10.6%로 10%를 넘는다. 부채비율은 24%로 재무 건전성 기준을 통과했다.

▷ 국내 1위 연마지석 제조사

제일연마는 지난 1955년에 설립돼 2005년 상장한 기업이다. 주요 제품은 레지노이드 연마지석, 비트리파이드 연마지석, CBN연마지석이다. 레지노이드는 금속과 비금속의 연삭, 돌출부분 제거, 절단 작업에 이용되며, 비트리파이드는 자동차와 선박, 항공기의 엔진 및 베어링 가공에 쓰인다. 

이처럼 연마제품이 철강, 조선, 건설, 기계 등 전방산업에 기초 소모자재로 사용돼 제일연마 실적은 이들 업황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지난해 건설, 조선 업황은 부진했다. 제일연마의 지난해 실적도 부진을 겪었다. 연결 기준 매출액은 859억원으로 0.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51억원으로 23.7% 줄었고, 지분법 반영 순이익은 66억원으로 8.3% 감소했다. 

회사는 관련산업의 전반적인 경기 둔화로 매출이 감소했고, 원재료 가격 및 인건비 상승으로 매출원가가 상승하면서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줄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엔 조선, 건설업종 등의 회복세가 전망되고 있다. 조선업의 경우 발주량 증가를 시작으로 중고선 거래량 증가, 신조선가 상승 등의 개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건설업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주택매매가격지수가 상승 전환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간의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IBK투자증권은 올해에도 정부 규제완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주택 구매수요가 증가하는 등 업황이 개선되는 모습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또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회사는 지난해 제품 생산량이 913만개로 전년 대비 8% 감소한 가운데 금액은 383억원으로 7.5% 늘었다. 그만큼 개별 제품의 단가는 높아졌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