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의 선택] 월터 슐로스의 '서암기계공업’

월터 슐로스(이하 슐로스)는 '저가주 사냥꾼'으로 유명한 가치투자자이다. 좋은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워렌 버핏과 달리 자산가치 대비 싸게 거래되는 기업 100개 ~ 200개에 분산 투자했다.

슐로스는 45년간 연평균 15.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원금을 721배 불린 놀라운 기록이다. 워렌 버핏은 슐로스에게 '특급 투자자(Super Investor)'라는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슐로스는 펀드를 운영하면서 탐방이나 최고경영자(CEO) 미팅을 하지 않았고, 재무제표만 보고 투자했다. 그는 자산가치 대비 싸게 거래되는 기업을 사서 5년 내 2배가 되면 매도한다는 원칙을 45년간 지켜 탁월한 성과를 얻었다. 왜 버핏과 다른 방법으로 투자하는지 질문을 받았을 때, 그는 버핏의 방법이 기대수익률이 더 높지만 버핏이 특별한 것이고, 자신은 그 길과 맞지 않는다고 답했다.

슐로스의 선택 '서암기계공업'

슐로스는 주가순자산배수(PBR)가 0.8배 미만이고, 순운전자본(유동자산-유동부채)이 시가총액의 30% 이상이면 자산가치 대비 저평가된 것으로 봤다. 또한 부채비율이 100% 미만이고, 유동비율이 200%를 초과하면 재무 안전성을 갖춘 것으로 판단했다.

서암기계공업은 슐로스의 종목 선정 기준을 만족하는 상장사 중 하나다. 올해 2분기 말 자본총계(개별) 기준 주가순자산배수(PBR)는 0.75배로 0.8배를 밑돌고, 순운전자본은 385억원으로 시가총액(415억원)의 93%에 해당한다. 주가와 시가총액은 전일 종가 기준이다. 유동비율은 499%로 200%를 초과하고, 부채비율은 18%로 100% 미만이다.

▷ 공작기계 및 선박부품 제조기업

서암기계공업은 공작기계와 선박의 부품을 제조하는 화천기공계열의 기업이다. 생산하는 구체적인 제품으로는 각종 기어, 척(Chuck), 실린더(Cylinder), 커빅 커플링(Curvic Coupling) 등이 있다. 지난 반기 기준 기어가 매출액의 50%를 차지했고, 이어 척&실린더가 37%, 커빅 커플링이 13%로 뒤를 이었다. 1978년 2월 설립됐고, 코스닥시장엔 2011년 12월 상장했다.

서암기계공업의 주력 제품인 기어는 산업 전반에 걸쳐 사용되는 부품으로, 기계의 정밀도를 유지하고 동력을 전달하는 핵심부품이다. 선박엔진용, 로봇용, 터보콤프레셔용, 풍력발전기용, 철도차량용 등 다양한 종류의 기어를 생산하고 있다. 기어는 정밀도가 높고, 소음과 진동이 작을수록 우수하다고 판단한다.

또 다른 제품인 척과 실린더는 공작기계의 CNC선반(수치제어선반)이나 범용선반에 장착 공작물을 고정시켜주는 장치다. 커빅 커플링은 초정밀 인덱스 장치의 핵심부품으로, 기계의 각종 각도 분할장치에 사용된다.

부품을 생산하는 만큼 서암기계공업의 실적은 전방산업의 경기변동에 민감하다. 자동차, 선박 등 기계의 수요가 증가하면 실적이 개선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한, 각 기계에 적합한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제품이 비규격화돼 있고 품목별로 크기와 특성이 다양하다.

[그림] 서암기계공업 각종 기어(위), 척(아래 좌) 및 실린더(아래 우)


(자료: 아이투자, 서암기계공업)

서암기계공업은 10개 회사로 구성된 화천그룹의 계열사 중 하나다. 화천그룹은 서암기계공업을 포함해 화천기계(코스피상장), 화천기공(코스피상장), 에프앤가이드(코넥스상장), 티피에스코리아(비상장), 서암문화재단(비상장) 등 국내법인 6곳과 미국, 유럽, 아시아, 인도법인 4개 회사로 구성돼 있다. 이 중 화천기공이 서암기계공업의 지분을 32.22% 보유하고 있어 최대주주로 올라있다.



서암기계공업은 상장 이후 PBR 0.8배 전후에서 거래돼 왔다. 또한, 부채비율 100% 미만, 유동비율 200% 이상을 꾸준히 기록하며 슐로스가 참고한 기준을 대체적으로 만족해왔다.



지난 2분기 실적과 전일 종가를 반영한 서암기계공업의 연환산(최근 4분기 합산) 실적 기준 주가수익배수(PER)는 29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6%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