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의 선택] 마틴 휘트먼의 '원일특강'

휘트먼의 선택 '원일특강'

마틴 휘트먼은 월가에서 벌처투자자로 유명하다. 벌처(vulture) 투자는 '남의 불행을 이용해 잇속을 챙기는 자'라는 뜻의 영어 단어인 벌처에서 알 수 있듯, 부실기업을 싼값에 인수해 정상화시킨 후 고가에 매각하는 투자를 의미한다. 휘트먼은 침체를 겪고 있는 기업의 주식을 싼값에 대량 매집해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했다.

또한, 휘트먼은 성장하는 소형주를 선호했다. 종목 선정시 시가총액 규모, 부채비율, 주당영업현금흐름비율(PCR), 시가총액 대비 순운전자본 규모 등을 고려했다. 그의 기준에 따르면 투자대상은 저렴하면서도 재무상태가 좋고 경영진이 주주의 관점에서 일하며 이해할 수 있는 회사여야 한다.

원일특강은 휘트먼의 기준에 부합하는 종목 중 하나다. 3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400억원으로 1000억원 미만인 소형주에 속하고, 3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98%로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100% 미만이다. 또한, 순운전자본(유동자산-유동부채)이 639억원으로 시총의 159%에 달해 휘트먼의 저평가 기준(순운전자본이 시총의 40% 이상)을 통과했다.

▷ 특수강 가공·유통 업체

원일특강은 국내외 철강사들의 특수강을 가공해 유통하는 업체다. 세아베스틸, 포스코특수강, 두산중공업, 한국철강 등으로부터 특수강 및 후판을 구입한 뒤 용도에 맞게 가공한 후 마진을 붙여 2차 유통업체에 공급한다.

특수강은 고온·고압에 잘 견디고 변형이 적어 자동차, 조선 및 풍력, 전자 및 가전, 건설 및 중장비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인다. 이에 원일특강의 특수강 제품은 용도별로 다양하며, 매출비중도 고르다. 올해 3분기 기준 매출비중은 구조용강외 27%, 후판외 26%, 공구강외 24%, 금형강외 18%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이외 임대 및 철스크랩 등 부산물에서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다만 특수강의 주요 수요처 대부분은 경기에 민감하다. 이들 업체들은 호황시 재고 비축을 위해 실제 필요한 것 이상으로 주문량을 늘렸다가 불황이 오면 기존에 쌓아뒀던 재고를 사용한다. 즉 수요 변동이 심해 호황일 때 이익이 급증하고, 불황일 때 이익이 급감할 수 있는 구조다. 차입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재무 정책도 원일특강의 이익 변동성을 키웠다. 원일특강의 차입금은 2012년까지 꾸준히 늘면서 이자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지난해부터 원일특강은 차입금을 줄인 결과 이익은 비슷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원재료 가격이 제품 가격보다 더욱 내린 점도 영향을 줬다.



올해 3분기에도 이 같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매출액은 5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44% 증가한 30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차입금 축소에 따른 이자비용 감소 및 자회사(연결대상 종속기업 및 관계기업 포함)의 실적 개선 등으로 연결 지배기준 순이익은 183% 늘어난 19억원을 기록했다.

원일특강은 주형 및 금형가공업을 하는 신라몰드텍(지분율 100%)을 연결대상 종속기업으로 보유하고 있다. 관계기업으론 신라엔지니어링(5%), 광장오토모티브(19%), PT.Silla Engineering Indonesia(50%) 세 곳을 보유하고 있다. 신라엔지니어링과 광장오토모티브는 지분율이 모두 20% 미만이지만 재무정책과 영업정책에 관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등 회사가 사실상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관계기업으로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