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분석] 삼영전자, 국민연금 5% 신규 보유

국민연금이 삼영전자공업(이하 '삼영전자')을 신규 편입해 눈길을 끈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삼영전자 지분을 5% 확보했다고 전날 신규 보고했다. 국민연금이 이 회사 지분을 5% 이상으로 늘린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삼영전자 지분을 대량 보유한 다른 큰손 투자자로는 가치투자 운용사로 유명한 신영자산운용(지분율 7.7%)이 있다.

▷ 그레이엄 조건 '충족'...순현금이 시총의 67%

삼영전자는 저평가 매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아이투자(www.itooza.com)가 제공하는 '파워 V차트'에 따르면 삼영전자는 '그레이엄 만족형' 기업으로 나타났다. 그레이엄 만족형이란 시가총액이 순운전자본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종목을 말한다. 삼영전자의 전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1742억원으로, 2분기 말 순운전자본인 1886억원보다 아래에 있다.

순운전자본은 유동자산에서 유동부채를 뺀 값이다. 즉, 1년 안에 유입되는 돈과 지불해야 하는 돈의 차이다. 가치투자의 창시자이자 워렌버핏의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은 순운전자본 아래에 주식이 거래될 때 저평가 된 것으로 판단했다. 즉, 1년 안에 순수하게 들어올 돈보다도 시가총액이 낮은 기업을 선호한다.

그러나 그레이엄 조건에 만족했다고 무조건 긍정적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만약 유동자산 대부분이 매출채권 혹은 재고자산으로 구성돼 있고, 이것이 현금으로 회수되지 않으면 부채 상환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금회전일수가 유지되고 있는 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현금회전일수는 운전자본이 현금으로 잘 회수되고 있는 지 점검하는 지표다. '매출채권 회전일수 + 재고자산 회전일수 - 매입채무 회전일수'로 계산한다. 이 지표가 낮을수록 현금이 빨리 회수된다는 의미이며 하락 추세일 때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한다. 올 2분기 삼영전자의 현금회전일수는 141일을 기록했다. 2008년 이후 하락해 과거 대비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한 삼영전자는 유동자산 대부분이 현금성자산으로 이뤄져있다. 2분기 말 기준 순현금은 1169억원으로 시가총액의 67%를 차지한다. 순현금은 현금성자산(단기금융자산 포함)에서 총 차입금(장·단기차입금+사채+유동성장기부채)을 뺀 금액이다.

▷ 실적 악화 + 환율 하락 아쉬워

하지만 삼영전자의 최근 실적은 부진했다. 이 회사의 지난 상반기 누적 매출액은 11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63억4900만원으로 30% 줄었다.

이틑 제품가 하락의 결과로 풀이된다. 주력 제품인 전해콘덴서의 올 상반기 평균 판매단가는 53.11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나 내렸다. 반면 매입액의 77%를 차지하는 알루미늄 포일가격은 제곱미터(㎡)당 7366원으로 4%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 탓에 매출원가율은 지난해 상반기 86.1%에서 올 상반기 87.3%로 상승했다.

반면, 상반기 누적 순이익은 1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했다. 수익성 악화에도 순이익이 개선된 것은 기저효과 때문이다. 지난해 1분기 삼영전자는 법인세비용으로 34억7000만원을 인식하며 순이익이 급감했다. 올 1분기 법인세비용은 9억5000만원이다.

하지만 최근의 원/달러 약세는 우려 요인이다. 삼영전자는 외화자산이 외화부채보다 많아 환율이 하락하면 불리하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하면 23억5200만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삼영전자는 올 상반기 환율 상승 덕에 순이익 개선에 도움이 됐으나, 하반기엔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말 1100원을 웃돌던 원/달러 환율은 7월 들어 하락해 최근 1070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전분기 대비 6% 넘게 내린 것이다.



▷ 알루미늄 전해 콘덴서 국내 1위

삼영전자는 국내 1위 알루미늄 전해 콘덴서 제조업체다. 콘덴서는 회로에서 전기를 축적하는 용도다. 실리콘 전해 콘덴서가 저용량에 주로 사용되는 반면, 삼영전자의 알루미늄 전해 콘덴서는 용량 대비 가격이 저렴해 고용량 콘덴서에 사용한다. 전자제품들이 고사양화 될수록 유리한 구조다.

삼영전자의 콘덴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에 들어간다. 최근 LED TV의 두께가 얇아지면서, 슬림형 콘덴서의 수요도 늘고 있다. 슬림형 콘덴서는 일본의 루비콘(Rubycorn)사와 삼영전자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TV가 슬림화되고 성능이 좋아질수록 슬림형 콘덴서를 기판에 많이 장착해야 한다.

다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점은 리스크다. 삼영전자는 국내 삼화전기를 포함해 대만, 동남아, 중국 업체들과도 경쟁하고 있다. 특히 신흥국의 저가 물량 공세는 제품가 하락을 부추기는 주요 원인이다. 이에 삼영전자는 중국·홍콩·인도네시아 법인을 통해 원가절감에 주력하고 있다. 올 상반기 중국 법인은 5억7700만원, 홍콩법인은 1억600만원의 흑자를 냈고, 인도네시아 법인은 1억7000만원 적자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