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분석] 한미반도체, 외인 한달간 지분 5%P 취득...왜?

한미반도체가 외국인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아 관심을 끈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최근 한 달간 한미반도체 주식 83만7966주를 순매수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거래량의 9.5% 규모다. 이로써 외국인 보유 지분율은 종전 6.7%에서 11.7%로 한 달 만에 무려 5%P가 올랐다. 최대주주 측 지분율이 50%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공격적인 지분 확대다.

여기엔 지난달 중순에 유치한 대규모 투자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미반도체는 지난달 17일 온라인 결제 대행업체 페이팔의 창립자인 피터 씨엘을 비롯해 ‘진대제 펀드’로 유명한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 프레스토 사모펀드 등으로부터 440억원(지분 17.3%)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프레스토가 전체 자금 중 70%를, 피터 씨엘과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가 각각 15%씩 투자키로 했다.



외국인은 한미반도체의 신제품 효과에 따른 성장 가능성과 배당 매력을 주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반도체는 올해부터 신제품인 플립칩본더(Flip Chip-Bonder)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플립칩본더는 반도체 원판(웨이퍼) 위에 입·출력 단자를 만드는 범핑(bumping) 공정을 마친 플립칩을 절단·분리해 리드프레임(lead frame) 위에 접착하는 장비다. PC 중앙처리장치(CPU), 스마트기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의 반도체 패키징 공정 시 사용된다.

증권가에 따르면 플립칩본더 장비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스마트기기 시장이 커지면서 플립칩 패키징 수요도 덩달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비메모리 파운드리 업체들이 생산능력 확장 → 플립칩본더 투자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한미반도체는 지난달 25일 언론보도를 통해 올 2분기 플립칩본더의 판매가 지난 1분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연간 매출로 약 200억원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KDB대우증권 또한 지난 4월 17일 신제품 효과를 반영해 한미반도체의 올 2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봤다. 이 증권사가 제시한 2분기 실적은 매출액 391억원, 영업이익 72억원으로, 이는 1분기 대비 각각 46%, 232% 개선된 규모다.

이런 가운데 한미반도체는 배당 매력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꾸준히 배당금을 지급했다. 특히 지난해 주당배당금은 500원으로, 역대 가장 높은 시가배당률(7.4%)을 기록했다. 만약 올해도 동일한 주당배당금을 책정한다면, 현 주가 기준 예상 배당수익률은 4.3%다.  최근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3% 이하로 하락하면서 3% 이상의 배당수익률이 매력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 S&P 주력의 후공정 장비 전문업체...PER 11배

한미반도체는 '소잉 앤 플레이스먼트'(S&P)를 주력으로 만드는 반도체 후(後)공정 장비 업체다. 전체 매출(개별 기준)의 절반 가량이 이 장비에서 발생한다. 증권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미반도체는 세계 S&P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S&P는 말 그대로 무언가 '자르고'(Sawing), 자른 것을 적절한 곳에 '배치'(Placement)하는 용도다. 한미반도체는 패키지에 사용되는 S&P 장비가 주력이며, 주로 '반도체 칩 크기와 유사한 패키지'(CSP: Chip Scale Package)용 장비를 만든다.

한미반도체는 세계 20개국 250여개의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미국 엠코, 대만 에이에스이, 파워테크 테크놀로지, 국내 STS반도체, 시그네틱스, 네패스 등이 대표적이다. 한미반도체는 지난달 중순 유치한 투자를 기반으로 피터 씨엘이 구축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인텔·퀄컴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와 거래를 추진할 예정이다. 또 확보한 투자금은 설비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다.

한미반도체의 지난 1분기 매출액은 2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했다. 그러나 원가율 상승으로 영업이익은 11% 감소한 27억4500만원을 기록했다. 반면 자회사 손익을 반영한 순이익은 환율 상승으로 기타영업외손익이 개선되면서 133% 늘어난 32억6300만원을 달성했다.

한미반도체는 외화부채보다 외화자산이 많다. 따라서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외환관련손익이 개선된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한미반도체는 원/달러 환율 5% 상승 시 11억1400만원의 이익 개선이 이뤄진다. 지난 3월 말 원/달러 환율은 1113.5원으로 전 분기 대비 3.9% 올랐다. 비교시점인 지난해 1분기 말 환율은 1133원으로 전 분기보다 1.6% 하락했다.



최근 4분기 합산 순이익을 반영한 한미반도체의 주가수익배수(PER)는 11배다. 주가순자산배수(PBR)는 1.7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5.5%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