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의 선택] 마틴 휘트먼의 '삼정펄프'

휘트먼 "순운전자본 대비 저평가 된 소형주를 사라"

마틴 휘트먼은 월가에서 벌처투자자로 유명하다. 벌처(vulture) 투자는 '남의 불행을 이용해 잇속을 챙기는 자'라는 뜻의 영어 단어인 벌처에서 알 수 있듯, 부실기업을 싼값에 인수해 정상화시킨 후 고가에 매각하는 투자를 의미한다. 휘트먼은 침체를 겪고 있는 기업의 주식을 싼값에 대량 매집해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했다.

또한, 휘트먼은 성장하는 소형주를 선호했다. 종목 선정시 시가총액 규모, 부채비율, 주당영업현금흐름비율(PCR), 시가총액 대비 순운전자본 규모 등을 고려했다. 그의 기준에 따르면 투자대상은 저렴하면서도 재무상태가 좋고 경영진이 주주의 관점에서 일하며 이해할 수 있는 회사여야 한다.

삼정펄프, 휘트먼의 종목 선정 기준 '만족'

삼정펄프는 휘트먼의 종목 선정 기준을 만족하는 상장사 중 하나다. 전일(24일) 기준 시가총액이 925억원으로 1000억원 미만이다. 2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16%로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100% 미만이다.

또한, 순운전자본(유동자산-유동부채)은 687억원으로 전일 시총의 74%에 해당해 휘트먼의 저평가 기준(순운전자본이 시총의 40% 이상)을 만족한다.

삼정펄프는 1974년 설립된 위생용지 제조업체다. 올해 반기 매출비중은 화장지 원지 68%, 완제품 22%, 기타 상품 9%이다.

주요 제품인 화장지 원지는 화장지, 티슈, 키친타올 생산에 쓰이는 원재료이다. 삼정펄프의 화장지 원지는 동방제지 등 중소 가공업체에서 완제품으로 만들어진 후 빌딩관리업체와 대리점 등에 주로 납품된다. 유한킴벌리 등 대형 사업자는 원지에서 완제품까지 생산하는 '일관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화장지 원지를 외부에서 조달하지 않는다. 삼정펄프는 화장지 원지에서 완제품으로 사업 영업을 확대했다. 현재 'Living' 브랜드로 두루마리 화장지와 티슈를 판매한다.

삼정펄프의 수익성은 지난 2012년 이후 급락세를 보였다. 다만 최근 수익성 부진의 이유였던 감가상각비와 판매량 측면에서 소폭이나마 개선이 이뤄져 향후 회복세가 이어질 지 주목된다.

이 회사 영업이익률은 지난 2012년 10.6%를 기록한 후 하락했다. 올해 2분기 연환산(최근 4분기 합산) 기준 3.8%를 기록해 2012년에 비해 6.8% 내린 상태이다.



설비투자로 감가상각비가 늘어난 반면 경쟁 심화로 판매량이 감소해 수익성이 큰 폭으로 내린 것으로 보인다. 올해 2분기 연환산 감가상각비는 87억원으로 지난 12년에 비해 34억원 늘었다. 해당 증가분은 이 기간 영업이익 감소분인 102억원의 33%에 해당하는 것이다. 반면, 주요 제품인 화장지원지의 내수 판매량은 올 2분기 연환산 기준 10만3000톤으로 2012년에 비해 11% 줄었다.

최근 들어 감가상각비는 감소 추세로 돌아섰고, 판매량은 개선세를 보였다. 올해 2분기 연환산 감가상각비는 87억원으로 지난해 연간치(89억원)에 비해 2억원 줄었다. 반면 올해 반기 화장지원지 내수 판매량은 5만4000톤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3% 늘었다. 덕분에 올해 2분기 삼정펄프의 매출액은 3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9% 늘고, 영업이익은 15% 증가해 25억원을 기록했다.

감가상각비가 감소세로 전환한 만큼 추가적인 유형자산투자가 없다면 화장지원지의 판매량 회복 여부가 향후 삼정펄프 수익성 개선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정펄프의 순현금자산(현금및현금성자산 - 단기금융자산 - 총 차입금)은 올해 2분기 말 기준 474억원을 기록했다. 2012년 이후 감소하곤 있지만, 전일 시가총액(925원)의 51%에 해당해 회사의 시장가치 대비 규모가 큰 편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06년 상장 이후 매년 배당금을 지급했다. 주당 배당금은 최근 2년간 매년 100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배당금과 전일 종가 기준 시가배당률은 2.7%이다.



이 회사의 현재 주가순자산배수(PBR)는 0.58배, 최근 자기자본이익률(ROE)은 3%이다. PBR은 과거 5년 평균과 같은 반면 ROE는 5년 평균인 9.5%에 비해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