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의 입장에서도 '갑질'...주주이익 불린 기업은?

지난해 대한항공의 ‘땅콩회항’으로 시작된 ‘갑질 논란’이 올해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지고 있다.

작년 12월 초 발생한 ‘땅콩회항’ 사건으로 인한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땅콩회항은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기내 서비스를 문제 삼아 비행기를 회항시킨 사건이다. 작년 말 조 부사장은 결국 구속됐지만 동생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복수하겠어” 문자에 이어 여승무원에게 교수 자리를 제안하면서 거짓 진술케 했다는 등 논란은 여전하다.

지난 7일엔 소셜커머스 업체인 위메프가 수습사원들을 전원 해고시켜 다시 한번 '갑질 논란'을 일으켰고, 골프존 또한 가맹점주에게 ‘끼워 팔기’ 등을 강요했다는 언론보도에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기업만이 아니다. 권기선 부산지방경찰청장, 부천 백화점 모녀에 이르기까지 개인들의 갑질 논란도 여론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갑질이란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지위를 이용해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행위’를 의미하는 신조어다. 즉 직위나 계약관계에서 조금 더 권력을 가진 곳이 그 힘을 이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기업 가운데 ‘을’의 입장에서도 오히려 제품 가격을 올리는 등 ‘갑질’을 하며 주주의 이익을 불린 기업이 있어 눈길을 끈다. 진양화학, 경창산업, 현대공업, 모베이스 등이 대표적이다.

▷ 친환경 제품 개발로 판매 가격 'Up'

진양화학은 PVC 바닥재 및 합성피혁 제조업체로, 한미씨앤씨 등 바닥 시공업체에 납품한다. 바닥재 시장은 건축경기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지닌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와 강화마루 등 대체재의 등장으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따라서 공급업체인 진양화학은 단가 인하 압력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진양화학의 제품 가격은 꾸준히 올랐다. 2009년 미터(M)당 3341원이던 진양화학의 플라스틱 제품 가격은 작년 3분기 말 기준 5030원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가격이 올랐지만, 수요가 유지된 결과 진양화학의 실적은 꾸준히 개선됐다. 2009년 531억원이던 매출액은 작년 3분기 연환산(최근 4개분기 합산) 기준 782억원으로 5년 동안 연평균 8%씩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연평균 27%, 순이익은 22%씩 증가했다.



이 같은 배경엔 기술개발이 자리하고 있다. 진양화학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되자, 친환경 제품 개발에 힘쓰기 시작했다. 2009년 4억7800만원이던 연구개발비는 2010년 6억4800만원 → 2011년 9억원 → 2012년 17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2013년엔 12억원을 기록했다.

▷ 모듈화·사양 업그레이드로 판매 가격 'Up'

경창산업과 현대공업은 자동차부품업체로 현대·기아차 등 완성업체에 납품한다. 경창산업의 주력 제품은 자동 변속기 부품이다. 변속기란 말 그대로 속도를 바꿔주는 장치다. 엔진에서 발생하는 동력을 원하는 속도로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자동 변속기 부품 가격은 2009년 개당 5049원에서  지난해 1만1185원으로 높아졌다. 단순히 자동 변속기 부품 소재를 납품하던 것에서 벗어나 가공단품 및 용접 품목까지 공급하기 시작한 영향이다.



현대공업은 차량용 내장재인 시트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다. 고급 차량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질 좋은 내장재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발맞추기 위해 현대공업은 제품들에 각종 사양을 추가하며 고급화했다. 이 결과 암레스트의 단위당 제품가격은 2010년 1만4040원에서 지난해 3만4242원으로 대폭 올랐다.



▷ 외관 고급화 트렌드 따라 판매 가격 'Up'

모베이스는 휴대폰용 케이스를 만드는 회사로, 2013년 하반기부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 성장이 둔화되면서 매출액은 꺾이기 시작했다. 이와 달리 이익은 꾸준히 늘었다. 제품가격이 높아진 영향으로 보인다. 모베이스의 휴대폰 케이스 가격은 각 모델별로 거치는 공정(사출, UV, EMI, 증착, Gasket, ASS'Y)의 수와 부재료의 사용량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공정의 수와 부재료의 사용량의 많을수록 제품의 가격은 상승한다.

최근 스마트폰 외관 고급화 트렌드에 따라 모베이스 제품 가격이 올랐다. 2010년 PCS당 1200원이던 모베이스의 휴대폰케이스 가격(한국기준)은 올해 3분기 기준 3939원을 기록했다. 약 4년 동안 228%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