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의 선택] 월터 슐로스의 '부국철강'

월터 슐로스(이하 슐로스)는 '저가주 사냥꾼'으로 유명한 가치투자자다. 좋은 기업에 집중투자하는 워렌 버핏과 달리 자산가치 대비 싸게 거래되는 기업 100개 ~ 200개에 분산 투자했다. 그는 45년간 연평균 15.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원금을 721배 불린 놀라운 기록이다. 워렌 버핏은 슐로스에게 '특급투자자(Super Investor)'라는 최고의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슐로스는 펀드를 운영하면서 탐방이나 최고경영자(CEO) 미팅을 하지 않았고, 재무제표만 보고 투자했다. 그럼에도 그는 자산가치 대비 싸게 거래되는 기업을 사서 5년 내 2배가 되면 매도한다는 원칙을 45년간 지켜 탁월한 성과를 얻었다. 왜 버핏과 다른 방법으로 투자하는지 질문을 받았을 때, 그는 버핏의 방법이 더 기대수익률이 높지만 버핏이 특별한 것이고, 자신은 그 길과 맞지 않는다고 답했다.

슐로스의 선택 '부국철강'

슐로스는 주가순자산배수(PBR)가 0.8배 미만이고, 순운전자본(유동자산-유동부채)이 시가총액의 30% 이상이면 자산가치 대비 저평가 된 것으로 봤다. 또한 부채비율이 100% 미만이고, 유동비율이 200%를 초과하면 재무 안전성을 갖춘 것으로 판단했다.

부국철강은 슐로스의 투자 요건을 만족하는 기업 중 하나다. 2분기 말 순자산을 반영한 주가순자산배수(PBR)는 0.43배로 0.8배 미만이고, 순운전자본은 825억원으로 시가총액 456억원(11월 14일 기준) 보다 약 2배가량 많다. 유동비율은 426%, 부채비율은 25%로 각각 기준(유동비율 200% 초과, 부채비율 100% 미만)을 충족했다.

▷ 광주지역 포스코 열연·냉연코일 유통 대리점

부국철강은 지난 1976년 설립돼 이듬해인 1977년 POSCO의 지정판매점으로 선정됐고 현재까지 37년간 철강을 판매하고 있는 회사로,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15%다. 이는 POSCO의 냉연판매 대리점 중 2위에 해당한다.

회사는 POSCO로부터 열연코일, 냉연코일 등을 공급받아 1차 가공한 뒤 호남지역 철강재 소요처(자동차, 가전, 농협 등)에 공급한다. 주요 제품은 파이프를 제조할 때 사용하는 강판류인 '스켈프'로, 매출비중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30%다. 이외 강판, 강관, 형강 등을 판매한다.

2012년부터 글로벌 경기부진으로 철강수요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중국 철강업체 영향 등으로 공급은 늘어났다. 이 결과 철강 제품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스켈프는 kg당 926원으로 전년 대비 5% 내렸다. 이에 따라 부국철강도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부국철강의 매출액은 14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줄었다. 영업이익은 21% 감소한 19억원을, 순이익은 17% 줄어든 2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런 업황 부진으로 부국철강은 저평가 받고 있다. 실제로 부국철강이 순운전자본 이상의 시가총액을 기록했던 지난 2007년과 2008년은 철강 업황이 최고에 달한 때 였다. 부국철강의 영업이익도 2007년 64억원에서 이듬해인 2008년 128억원으로 두 배 성장했다. 2008년 기록한 영업이익 128억원은 최근 10년래 최고치다.



한편 부국철강은 그간 번 돈을 현금으로 꾸준히 쌓았다. 실제 부국철강의 이익잉여금과 당좌자산은 함께 증가했다. 2004년 404억원이던 이익잉여금은 올 3분기 936억원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당좌자산은 395억원에서 738억원으로 불어났다.

풍부한 순현금은 부국철강의 배당 지급을 수월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부국철강은 지난 10년간 매년 배당을 실시했다. 특히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주당배당금이 75원으로 동일했다. 시가배당률은 2010년을 제외하고 꾸준히 3% 이상을 기록해왔다. 주당배당금이 75원으로 유지된다면, 현재 주가에서 기대할 수 있는 배당수익률은 3.3%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