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의 선택] 월터 슐로스의 '삼정펄프'

월터 슐로스(이하 슐로스)는 '저가주 사냥꾼'으로 유명한 가치투자자다. 좋은 기업에 집중투자하는 워렌 버핏과 달리 자산가치 대비 싸게 거래되는 기업 100~200개에 분산 투자했다. 그는 45년간 연평균 15.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원금을 721배 불린 놀라운 기록이다. 워렌 버핏은 슐로스에게 '특급투자자(Super Investor)'라는 최고의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슐로스는 펀드를 운영하면서 탐방이나 최고경영자(CEO) 미팅을 하지 않았고, 재무제표만 보고 투자했다. 그럼에도 그는 자산가치 대비 싸게 거래되는 기업을 사서 5년 내 두배가 되면 매도한다는 원칙을 45년간 지켜 탁월한 성과를 얻었다. 왜 버핏과 다른 방법으로 투자하는지 질문을 받았을 때, 그는 버핏의 방법이 더 기대수익률이 높지만 버핏이 특별한 것이고, 자신은 그 길과 맞지 않는다고 답했다.

슐로스의 선택 '삼정펄프'

슐로스는 주가순자산배수(PBR)가 0.8배 미만이고, 순운전자본(유동자산-유동부채)이 시가총액의 30% 이상이면 자산가치 대비 저평가 된 것으로 봤다. 또한 부채비율이 100% 미만이고, 유동비율이 200%를 초과하면 재무 안전성을 갖춘 것으로 판단했다.

삼정펄프는 슐로스의 투자 요건을 만족하는 기업 중 하나다. 2분기 말 순자산을 반영한 주가순자산배수(PBR)는 0.69배로 0.8배 미만이고, 순운전자본은 760억원으로 시가총액 1087억원의 70%에 해당한다. 슐로스의 기준인 30%를 상회하는 것이다. 유동비율은 565%, 부채비율은 15%로 각각 기준(유동비율 200% 초과, 부채비율 100% 미만)을 충족했다.



▷ 화장지 원지 및 화장지 제조회사

삼정펄프는 지난 1974년 설립돼 2006년 상장한 회사다. 화장지 원지와 화장지(두루마리, 티슈)를 생산해 판매한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상반기 기준 원지가 64.6%, 화장지 및 티슈 제품이 24.9%다. 이밖에 상품 판매로 나머지를 거둔다.



화장지 원지 및 제품 업계는 초기 유한킴벌리 등 다국적기업이 국내시장을 주도하였고 이어 대한펄프, 모나리자 등이 가세해 점유율 경쟁이 치열한 편이다. 지난해 매출액을 기준으로 삼정펄프는 유한킴벌리, 깨끗한나라, 쌍용씨앤비에 이어 4위권을 달리고 있다.

초기 대규모 시설투자가 필요해 완제품을 공급하는 일관가공 라인을 보유한 대형사는 5곳 뿐이며, 일관가공 시설이 없는 중소형 25개 회사를 포함해 총 30개사가 경쟁하고 있다. 또 이들로부터 원지를 받아 화장지를 생산하는 회사는 100여곳이 있다. 화장지는 생활 필수품에 해당돼 최근 금융위기 및 경기침체기에도 시장 규모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특성이 있다.

경쟁이 심화된 탓인지 최근 화장지 원지와 화장지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삼정펄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화장지 원지 내수가격은 올해 상반기 톤당 117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 하락했다. 두루마리 제품의 경우 개당 198원으로 14%, 티슈는 개당 607원으로 17% 만큼 각각 내렸다. 이에 따라 삼정펄프의 최근 매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지난 2분기 매출액은 35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 줄었다. 영업이익도 22억원으로 48% 감소했다.

반면 순이익은 29억원으로 80% 증가했다. 이는 환율 하락에 따라 외환관련 이익이 반영된 덕분이다. 지난해 2분기에는 환율이 상승함에 따라 외환관련 손실이 반영됐었기에 기저효과로 인해 순이익 증가폭이 더욱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삼정펄프는 외화자산보다 외화부채가 많아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관련 이익이 발생한다. 반대의 경우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한편, 최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삼정펄프 지분을 확대했다. 지난 1일 공시한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 따르면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종전 10.85%에서 13.48%로 삼정펄프 보유비율을 2.63%P 늘렸다고 밝혔다. 지난 7월 1일부터 8월 28일까지 장내매매를 통해 6만5000여주를 추가 취득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