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엘오티베큠, 고려용접봉의 지분매입...왜?

12일 증권가에 따르면 고려용접봉이 코스닥 상장사 엘오티베큠 지분을 대량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용접봉은 대원강업 지분을 대량 취득하며, 증시에서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던 회사라 이번 엘오티베큠 매수에 관심이 쏠린다.

▷ 고려용접봉, 엘오티베큠 6.8% 신규보유
 

고려용접봉은 전일 엘오티베큠 지분 6.8%를 신규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세부내역을 보면 고려용접봉이 3.03%, 이 회사 홍민철 대표가 2.50%, 자회사 삼화강봉과 고려열연이 각각 1.06%와 0.21%를 보유하고 있다.

 

장내매수를 통해 5600원에서 7000원 사이에 엘오티베큠 주식을 매수했고, 기간은 지난 5월 8일에서 6월 28일 사이로 약 2개월 사이에 분포돼 있다. 가장 매수를 많이 했던 가격인 6500원 정도를 매수 단가로 추정하면, 매수 대금은 약 48억원에 달한다. 그동안 고려용접봉이 상장회사 지분 5% 이상을 취득한 종목은 대원강업과 엘오티베큠 뿐이다.

 

고려용접봉은 비상장 회사로 사업보고서나, 증권사 보고서는 없지만 외부감사법인에 해당돼 감사보고서는 매년 내고 있다. 감사보고서를 참고하면 이번 지분 매입의 배경을 어느 정도 유추해볼 수 있다.

▷ 자문사 운영 및 회장 직접 투자 등...적극적 주식 투자

 

고려용접봉은 지난 1969년 고려제강의 용접봉 사업부로 시작한 용접재료 회사다. 최대주주는 지분 68%를 보유한 홍민철 대표로 고려제강 창립자 홍종렬 회장의 아들이다. 고려제강은 현재 홍대표의 형인 홍영철씨가 최대주주로 있다. 따라서 가업 승계 과정에서 각각 기업을 나눠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홍민철 대표는 주식투자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고려용접봉은 코리아오메가투자자문을 설립해 운영했으며, 코리아오메가투자자문은 2000년대 중반 능률교육, 삼천당제약 등으로 큰 수익을 올렸다.

 

코리아오메가투자자문은 최근 자문사 열풍의 한 축이었던 K1투자자문 권남학 대표, 웅진루카스투자자문의 대표를 지낸 목이균 씨가 몸담았던 회사다.

지난 2011년 이후 코리아오메가투자자문의 별다른 활동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 가운데 홍 대표는 직접 YBM시사닷컴 지분을 대량 보유해 주요 주주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4월의 일이다. 당시 지분율은 9.33%이며 이후 지분변동에 대한 공시는 없었다.

▷ 내부자금도 투입...수익률은? 

고려용접봉은 내부 자금으로 주식 투자에 적극 뛰어들었다. 회사는 용접봉 시장에서 다져진 40년 이상의 업력과 반복 구매가 일어나는 제품의 특성에 힘입어 꾸준한 이익을 실현했고, 지난해 기준 2700억원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다. 자본금과 기타포괄손익누계(주식투자 손익, 지분법 자본변동 포함)를 합한 자본 총계는 3600억원에 이른다. 이 중에서 주식투자에 활용된 자금은 600억원 수준이다.

 

투자수익도 상당하다.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주식의 공정가액은 643억원으로 2011년의 371억원 보다 70% 가량 늘었다. 취득원가는 175억원에서 200억원으로 14% 느는데 그쳐, 공정가액 증가는 대부분 주식투자에 따른 평가이익이다. 취득원가 대비 수익률은 220%에 달한다.

 

보유 종목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 해당 산업내 1위 기업으로 구성돼 있다. POSCO, 고려아연, 동원산업, SK이노베이션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높은 기술력이나 경쟁력을 갖추고 고성장이 기대되는 회사에도 투자하고 있다. 게임빌, 원익쿼츠(현 원익QnC), 농우바이오 등이 해당된다.

 

가장 비중이 높은 회사는 평가액(공정가액) 기준 91%를 차지하는 대원강업이며, 그 다음이 POSCO(비중 4.7%)다. 둘 다 고려용접봉의 사업 분야와 관련성이 높은 철강, 금속소재 관련 기업이라는 점이 특징적이다. '잘 아는 분야에 투자한다'는 워렌 버핏의 투자 철학과도 닮아있다. 보유 종목은 대원강업 포함 총 19개다. (아래 표 참조)

 

평가금액 2위인 POSCO가 30억원 규모임을 감안하면, 최근 매수한 엘오티베큠의 비중(48억원)은 높은 편에 속한다.

▷ 엘오티베큠, 업계 1위 및 경쟁력에 주목
 
그렇다면 고려용접봉은 엘오티베큠에 왜 투자했을까? 일단 고려용접봉은 엘오티베큠이 국내 유일의 진공펌프 제조 회사인데다, 높은 기술력을 갖추고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점을 눈여겨 본 것으로 풀이된다.

엘오티베큠은 건식진공펌프(Dry Pump) 제조업체다. 특수가스를 사용하는 공정에서는 불순물을 없애기 위해 가스주입 전 내부를 진공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이 역할을 하는 장비가 진공펌프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태양광 공정에서는 건식진공펌프가 쓰인다. 매출 구성은 제품 판매가 56%, 유지보수가 42%를 차지한다. 사업 특성상 장비 납품 후 꾸준히 유지보수 수요가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최근들어 증권가에서도 엘오티베큠에 대해 긍정적인 보고서를 내고 있다. 지난달 IBK투자증권은 엘오티베큠이 국내 유일의 반도체용 건식 진공펌프 제조사로 기술적 진입장벽을 갖춘 점과, 적용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점을 주요 투자포인트로 제시했다. 또한 유지보수 매출이 꾸준히 발생해 타 장비업체 대비 안정적인 실적이 발생하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증권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WiseFn)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증권사가 예상한 엘오티베큠의 올해 매출액은 972억원이다. 지난해 대비 38% 증가한 규모다. 영업이익은 128억원, 순이익은 119억원으로 각각 212%, 168%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순이익 예상치를 반영한 주가수익배수(PER)는 5.5배다.

그러나 엘오티베큠의 최근 실적은 부진했다. 올해 1분기 매출액은 16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3% 줄었다. 영업이익은 -1억원으로 적자전환했고, 지분법 반영 순이익은 9억원으로 78% 감소했다. 제품 매출 둔화에 따른 것이다.
   

한편, 아이투자는 지난해 10월 미니분석을 통해 엘오티베큠을 분석한 바 있다. (바로가기: [미니분석] 엘오티베큠, 3분기도 성장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