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분석] 아이디스, 불안한 사회 '수혜'

글로벌 경기둔화로 상장사들의 3분기 성적표가 부진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양호한 실적을 거둔 업체가 있어 관심을 끈다. 디지털 영상 장비 업체인 아이디스가 그 주인공이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아이디스는 잠정 집계한 3분기 매출액이 4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 늘었다고 지난 25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9억1000만원으로 49% 늘었으며, 순이익은 66억2000만원으로 1% 증가했다.

이는 증권사의 예상치를 웃돈 규모다. 이 회사에 대해 실적 전망치를 낸 HMC투자증권에 따르면 아이디스의 3분기 예상 매출액은 362억원, 영업이익은 79억원이다. 잠정 매출액이 예상치보다 17%, 영업이익은 13% 높게 나왔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 국내 보안장비 수요 증가 ▲ 북미시장 내 신규 수요와 교체 수요 증가가 실적 개선의 원인이다.

▷ 디지털 영상 보안 장치 제조업체

아이디스는 1997년 설립된 디지털 영상 장비를 만드는 업체다. 작년 7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투자 부문을 담당하는 아이디스홀딩스와 제조 부문을 맡은 현재의 아이디스로 분할했다. 아이디스는 인적 분할돼 2011년 9월 재상장했다. 당시 시초가는 2만8900원에 형성됐다. 개장 전 주가가 7만원임을 감안하면 현재까지 142% 상승한 셈이다.

주력 제품은 '디지털 비디오 저장장치'(DVR)다. 카메라로부터 들어오는 아날로그 영상 신호를 디지털로 변환한 후 하드디스크 등에 압축·저장하는 영상 보안 장치다. 과거 영상 보안 장치엔 아날로그 방식인 영상 카세트 녹화기(VCR)가 쓰였다. VCR은 반복사용에 따른 화질문제, 비디오테이프 교체, 잡음 현상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으나, DVR에선 이 같은 문제점을 모두 해결했다. 여기에 녹화된 영상을 시간별, 날짜별, 이벤트별로 검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DVR는 크게 PC기반과 SA(Stand alone) DVR로 나뉜다. PC기반 DVR은 다양한 부가기능을 제공하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고, 안전성이 낮다. SA DVR의 경우 기능이 단순한 대신, 전용기기로 설계돼 가격이 저렴하며 조작이 간편하다. 주로 상업용 및 가정용으로 쓰인다. 아이디스는 SA DVR에 주력하고 있으며, 반기 말 매출의 59%가 SA DVR에서 나온다. 이 밖에 PC기반 DVR이 12%, DVR 주변장치와 용역 서비스가 29%를 차지한다.



▷ 국내 1위 DVR 업체...탄탄한 유통망 +개발능력

국내 DVR 시장엔 중소업체를 포함, 50~100여개 업체가 난립해 있다. 경쟁이 치열해 판매망을 확보하고 있는 대형 유통업체와 거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디스는 국내 유수의 보안 업체인 에스원과 삼성테크윈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이들을 통해 시스템 보안경비가 필요한 곳에 제품을 공급한다. 금융권은 네트워크 구축 업체인 콤텍시스템의 경로로 납품하고 있다.

신제품을 개발하는 것도 DVR 시장 선점에 있어 핵심이다. DVR 역시 IT기기에 속해 시간이 지날수록 값이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 제품 가격을 유지하거나 높이기 위해 매년 신제품을 개발해야하는 이유다. 아이디스는 연구·개발(R&D)을 최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직원의 44%가 연구개발 인력이며, 매년 매출액의 10%내외를 연구개발비로 투입한다.

이 같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아이디스는 생산량 기준 국내 DVR 시장의 49%를 점유하고 있다.

▷ 수출로 시장 다각화 + 불안한 사회 수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내 DVR 시장은 약 3761억원으로 추정된다. 업계 1위 사업자란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작은 규모다. 아이디스가 유독 수출에 힘쓰는 이유다. 아이디스는 하니웰, ADT, 지멘스 등 글로벌 보안업체를 통해 선진국 시장 및 신흥시장에 제품을 판매한다. 북미, 유럽, 호주, 일본 등 선진국엔 주로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수출한다. 반면 메이저 보안 업체가 없는 브라질, 중국 등엔 자체 브랜드 위주로 영업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반기 말 매출의 48%가 수출에서 발생했다. 수출 비중이 높아 환율 상승시 수혜를 입는 구조다.

아이디스는 사회 불안 요소가 많아지면 돈을 버는 업체다. 각종 범죄가 증가하면 방범 대책의 일환으로 CCTV, DVR 등 영상 보안 장치 수요가 늘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 아이디스를 불안한 사회의 수혜주로 주목하는 이유다. HMC투자증권에 따르면 2012년 초 행전안전부는 어린이보호구역과 놀이터 등 2800여 곳에 영상 정보 인프라 구축을 위해 약 45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뿐만 아니라 2015년까지 전국 230개 시·군·구에 CCTV 통합 관제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또한 2010년 말부터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는 CCTV 설치가 의무화 됐기 때문에 앞으로도 보안장비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아이디스는 차세대 영상 저장 장치인 '네트워크 비디오 레코더(NVR: Network Video Recorder)'에 주력하고 있다. NVR은 별도의 동축케이블을 사용하지 않고, 기존의 네트워크 케이블을 이용한다.

배선비용을 줄일 수 있어 현 보안시스템에 비해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다. 새 건물을 지을 때 설치될 가능성이 높아 재개발, 공공 인프라시설 구축 시 수요가 발생한다. 특히 산업화가 진행 중인 개발도상국의 성장에 따라 잠재 수요가 무한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 내부자 매수 + 큰손 공통 보유

한편 김영달 아이디스 대표는 최근 회사 지분을 늘렸다. 김 대표는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두 차례 지분공시를 통해 보유 지분을 3.81%에서 4.42%로 확대했다. 이기간 김 대표가 취득한 금액은 9억5000만원가량이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인 아이디스홀딩스의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보유 지분도 48.5%로 늘었다. 김 대표는 아이디스홀딩스의 최대주주로 아이디스, 아이디스홀딩스, 코텍의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다.

아이디스는 주주구성엔 큰손들도 포함돼 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하 한국밸류)은 지난 26일 기준 아이디스 지분 12.02%를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외국계 투자회사인 프랭클린 템플턴이 10.25%, 피델리티가 10%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아이디스가 인적분할되기 전부터 아이디스에 투자했다.



▷ ROE 34%, PBR 2.6배

아이투자 개발한 ROE & PBR 매트릭스 차트에 따르면 아이디스는 전자장비와 기기업체(시가총액 1000억원 이상) 중에서 ROE가 가장 높은 종목으로 나타났다. 아이디스의 ROE는 34%로 전자장비와 기기업체 중에서 유일하게 30%를 웃돌았다. ROE는 2분기 연환산(최근 4분기 합산) 자회사의 손익을 반영한 순이익 기준이다. 개장 전 PBR은 2.6배로 나타났는데, 이는 고영, 인터플렉스, 이녹스, 슈프리마, 이엠텍과 비슷한 수준이다. 가격지표인 PBR은 유사하지만 아이디스의 ROE가 가장 높다. 즉, PBR이 유사한 업체 중에서 아이디스는 수익가치 대비 저평가돼 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