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의 선택] 올스타인의 선택 'KPX그린케미칼'

올스타인 파이낸셜 얼러트 펀드의 펀드매니저 '로버트 올스타인'은 숫자를 잘 파악하는 투자 대가로 알려졌다.

그는 투자운용을 시작하기 전 투자전문지 제작을 통해 재무제표에서 진실을 말하지 않는 회사들을 규탄했다. 올스타인은 숫자에 초점을 맞추며 경영진과 거의 대화하지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영진들이 사업에 대해 장밋빛 견해만 밝히고 잘못된 일에 대해선 정직하게 얘기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올스타인이 말하는 투자 승자는 가장 많은 성공주를 고르는 사람이 아니라 실수를 가장 적게 하는 사람이다. 투자는 장기에 걸쳐 부를 축적하는 게임이며 자산이 0으로 돌아가면 게임이 끝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하루하루의 성패에 너무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한다.

올스타인은 뉴스가 실제보다 너무 비관적이라 저평가된 회사를 찾는다. 그가 중시하는 것은 오로지 가격이다. 그에게 좋은 회사를 비싼 가격에 사는 것은 나쁜 회사를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는 가격을 매기기 위해 향후 3년에서 5년 사이의 현금흐름을 추정한다.

올스타인의 선택 'KPX그린케미칼'

로버트 올스타인은 주가수익배수(PER)가 시장 평균보다 낮고, 자산 대비 프리미엄이 30% 미만인 종목을 선호한다. 즉, 주가순자산배수(PBR)가 1.3배 미만인 종목을 선호한다. 또한 '부채비율 150% 이하, 배당수익률 2% 이상'도 그의 종목 선정 기준이다. 

KPX그린케미칼은 올스타인의 투자 기준을 만족하는 상장사 중 하나다. 1분기 연환산 실적(최근 12개월 합산)과 전일(21일) 종가 기준 이 회사의 PER은 9.1배로 아이투자(www.itooza.com)가 산정한 시장 평균 PER 17.3배보다 낮다. 시장 평균 PER은 상장사 전체의 시가총액 합계를 순이익(연결 지배지분) 합계로 나눠 계산했다.  

PBR 또한 0.88배로 올스타인의 기준인 1.3배 미만이다. 부채비율은 79%로 150%보다 낮고, 지난해 배당금과 전일 종가 기준 시가배당률은 3.15%로 기준인 2%를 웃돈다.

KPX그린케미칼은 KPX그룹 계열사로 정밀화학 제품을 만든다. 주요 제품은 EOA(에톡시레이트), ETA(에탄올아민), DMC(디메틸 카보네이트), EG(에틸렌 글리콜)이다. 지난해 매출비중은 EOA·ETA 사업 50%, DMC·EG 사업 48%이다.

최근 이 회사 실적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올 1분기 매출액은 5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줄고, 영업이익은 59% 급감해 16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55% 축소된 15억원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2분기 연속으로 감소세를 지속했다.

최근 실적 부진은 경기 침체에 따른 고부가가치 EOA의 판매 감소와 설비투자 관련 비용 증가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분기별 25억원 내외를 기록하던 이 회사 유형자산 감가상각비는 지난해 3분기부터 34억원 내외로 증가했다. 올 1분기엔 33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약 18% 증가한 상태다.



KPX그린케미칼은 '아크릴레이트 모노모' 생산을 위한 설비투자를 진행했다. 아크릴레이트 모노머는 코팅, 접착제, 디스플레이 광학 필름 등에 사용되는 화학 제품이다.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는 지난 5월 말 완료됐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KPX그린케미칼은 우선 연간 생산능력 2만톤 규모의 공장을 완공한 후, 매년 1만톤씩 증설을 진행해 오는 2018년 생산능력을 5만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아크릴레이트 모노모의 국내 최대 생산 기업은 미원에스씨로 생산능력이 총 5만7000톤(전주 공장 4만5000톤, 충주 공장 1만2000톤)이다. KPX그린케미칼의 최근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신사업이 실적 개선의 기회를 제공할 지 주목된다.

중장기적으로 KPX그린케미칼의 매출은 꾸준한 증가세를 기록해 왔다. 매출액은 지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한 해(2009년)를 제외하고 모두 전년 대비 증가했다. 10년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16%이다.

꾸준히 우상향한 매출과 달리 영업이익은 등락을 반복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규모가 확대됐다. 지난 2004년 41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142억원을 기록해 10년간 3.4배 확대됐다.



판매량 증가가 중장기 실적 성장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판매량은 EOA·ETA 사업부가 6.6만톤, DMC·EG 사업부가 11.7만톤으로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EOA·ETA 사업부는 2010년 이후 2년간 내리 감소하다 지난 2013년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EOA는 계면활성제의 일종으로 첨가제나 부원료로 사용된다. 개별 고객의 소비량이 적은 편이지만 용도가 다양하다. KPX그린케미칼은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해 국내 시장 점유율을 21%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다.

ETA 부문은 KPX그린케미칼이 국내 유일의 제조사로 수입품과 경쟁하며 5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ETA의 전방산업은 세제, 유화제, 섬유 유연제, 페인트 등으로 다양하다. 최근엔 국내 반도체 산업의 호황으로 반도체 스트리퍼(박리제)용 수요가 꾸준한 것으로 추정된다.

DMC는 플라스틱인 PC(폴리카보네이트)의 원료다. PC는 대표적인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로 자동차용 내외장재, 의료기기, 건축자재부터 휴대폰, 노트북, 모니터 등 IT제품의 외장케이스 소재로도 사용된다. KPX그린케미칼은 DMC를 제일모직에 납품하고 있다.

KPX그린케미칼은 지난 10년간 배당금을 '계단식'으로 인상했다. 배당을 줄인 해는 한 번도 없었다. 지난해 주당 배당금은 전년 대비 10원 인상돼 160원(중간 배당 50원 + 결산 배당 11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배당금과 전일 종가(5080원)으로 계산한 시가배당률은 3.15%다.

전일 KPX그린케미칼은 올해 중간 배당금으로 50원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와 같은 금액이다. 만약 KPX그린케미칼이 올해 결산 배당금으로 지난해와 같은 110원을 지급한다면, 현재 주식 매수자가 연말까지 보유 시 기대되는 배당수익률은 2.16%(110원/현재주가)이다.



올해 1분기 연환산 실적 기준 이 회사의 현재 PER은 9.1배이다. 과거 5년 평균인 8.7배보다 높다. 현재 PBR과 최근 자기자본이익률(ROE)은 각각 0.88배와 9.6%이다. 각각 과거 5년 평균인 0.91배와 10.7%에 비해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