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향의 투자 편지(86)- 베테랑, 시장에서 살아남은

베테랑
- 시장에서 살아남은 투자자들

벤저민 그레이엄 그리고 앙드레 코스톨라니, 주식 투자자라면 모를 리 없는 두 구루지만 이들에게도 시작은 있었습니다. 오늘은 두 구루의 초보시절 시장에서 만난 고수(베테랑)와의 일화가 그들의 투자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1914년 20세에 컬럼비아 대학을 졸업한 그레이엄은, 3개 학과의 교수직 제안을 뿌리치고, 많은 수입이 보장된 증권회사를 택하게 되는데요. 알프레드 뉴버거 사장은 그레이엄과의 면접을 끝낸 후 다음 주부터 출근하라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젊은이, 한가지 말해 두고 싶은 게 있네. 자네가 투기를 한다면 돈을 모두 잃을 걸세. 그것을 항상 명심하게."

앙드레 코스톨라니도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요. 그의 명저,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에서 증권사 출근 첫 날의 일화를 들려줍니다.

파리 주식시장에 첫 출근한 날 한 노인이 그에게 말을 겁니다.
- 노인: 이봐요, 젊은이. 난 당신을 처음 보는데 누구요?
- 코스: 전 사실 여기 오늘 처음인데요. X회사에서 수습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 노인: 그 회사 사장이 내 친구이니, 당신에게 중요한 것을 하나 알려주리다. 자 주변을 둘러보시오. 여기서 중요한 건 단 한 가지뿐이라오. 주식이 바보보다 많은지, 아니면 바보가 주식보다 더 많은지 말이오.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이 노인의 가르침을 다음과 같이 해석하고서 그의 중요한 신조-모든 것은 공급과 수요에 달렸음-로 삼았다고 합니다.

주가의 흐름은 무엇보다도 주식을 내놓는 매도자가 주식을 사들이는 매수자보다 더 급박함을 느끼는가 안 느끼는가에 달려 있다.
- 만약 주식을 가진 사람이 심리적 혹은 물질적 압박감으로 주식을 내놓았는데 돈을 가진 사람은 그와 반대로 살 마음은 있으나 꼭 사야 된다는 압박감에 놓여 있지 않으면 그 주가는 떨어진다.
- 하지만 돈을 가진 사람이 급하게 주식을 찾고 주식을 가진 사람은 그다지 주식을 팔아야 하는 심리적 혹은 물질적 압박감에 놓여 있지 않다면 주가는 상승한다.

코스톨라니는 주식투자를 통해 두 번 이상 빈털터리가 된 사람이 아니면 투자자라는 말을 들을 자격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이 교훈을 잊었던 적이 많았음에 틀림없고요. 그레이엄 역시 다르지 않았기에 힘든 과정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레이엄의 회고록, [벤저민 그레이엄 Benjamin Graham in 1996]에서 그 얘기를 들어봅니다.

그레이엄은 증권사에서 일한 지 9년이 지난 1923년에 독립했고 이후 몇 년 동안 승승장구합니다. 하지만 그 역시 1929년 대공황은 피해갈 수 없었기에 1929년부터 1931년까지 3년 동안 원금의 70%를 넘는 손실을 입을 정도로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전환사채를 매입하거나 비싼 주식을 공매도하고 싼 주식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안전한 투자 전략을 썼던 그레이엄은 1929년을 –20% 수익률로 비교적 선방하고서 플로리다로 휴가를 떠나는데요. 이때 휴양지에서 만난 당시 93세의 사업가 존 딕스 씨로부터 다음과 같은 조언을 듣게 됩니다.

"그레이엄 씨, 나는 당신이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일을 하기 바랍니다. 내일 기차를 타고 뉴욕으로 가세요. 그리고 사무실로 가서 당신이 보유한 유가증권을 전부 팔아 부채를 갚고 자본금을 파트너들에게 돌려주세요. 만약 내가 지금 당신의 입장이라면 밤에 한숨도 자지 못할 겁니다. 나는 당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고, 경험도 더 많습니다. 나의 충고를 듣는 게 좋을 겁니다."

그레이엄은 노인의 말을 공손히 들었지만, 전혀 따를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해 50.5%의 손실을 입게 됩니다. 그는 노인의 말을 듣지 않아 큰 곤란을 겪었지만, 이 일에서 얻은 경험 덕분에 자신의 성격과 경력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하는 것은 (뜻밖에도)다른 문제라고 했는데요.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뜻일까요?^^

공자는 여든 노인도 세 살 아이에게 배울 게 있다며 배우려는 자세를 강조했습니다. 투자자라면 마땅히 그래야 합니다. 물론 소음은 적극적으로 피해야 하므로 가려 듣는 능력도 길러야겠지요. 하필이면 우리가 쉽게 믿는 언론, 전문가들의 의견 대부분이 소음이라는 점에서 가려 듣는 능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배우려는 자세는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마음가짐에서 나온다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실행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를 투자자가 갖춰야 할 바람직한 자세로 항상 염두에 두고서 꾸준히 정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구루들의 경험에서 보듯이 투자 과정에서 저지르는 여러 번의 실수는 투자를 하는 동안 누구나 겪는 일이고 이를 극복함으로써 성공한 투자자가 된다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기도 합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숙향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