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의 선택] 로버트 퍼킨스의 '한국기업평가'

퍼킨스 "재무적으로 건전한 소형주를 사라"

버거 스몰캡 펀드의 매니저 로버트 퍼킨스는 소형주 투자의 대가로 유명하다. 그는 친구들과 선별된 고객을 위한 작은 포트폴리오를 3500만 달러의 뮤추얼 펀드(유가증권 투자 목적의 투자회사)로 성장시켰다.

퍼킨스는 신문에 나온 신저가 리스트에서 유망기업을 찾는다. 그는 악재로 인해 회사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재무 건전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으면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 이들 중 장부가치보다 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거나, 장부가치보다 약간 비싼 회사를 주로 매입한다.

퍼킨스는 부채가 없고 현금이 많은 소형회사를 선호한다. 또한, 그는 재무적 건전성을 갖춘 회사들은 기대만큼 빨리 회복되지 않아도 재무안전성이 주가 하락에 안전판이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기업평가, 퍼킨스의 종목 선정 기준 '만족'

한국기업평가는 퍼킨스의 종목 선정 기준을 만족하는 국내 상장사 중 하나다. 전일(1일) 시가총액은 1971억원으로 2000억원 미만이다.

지난해 실적과 전일 종가 기준 주가수익배수(PER)는 18.7배다. 신용평가서비스 업종 평균인 22.1배보다 낮다. 지난 4분기 실적의 집계가 아직 완료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업종 평균은 지난해 3분기 연환산 실적(최근 4분기 합산)으로 계산했다. 종속기업을 보유한 상장사의 순이익은 연결 지배지분 기준이다.

지난해 말 재무상태 기준 한국기업평가의 부채비율은 22%다. 퍼킨스의 재무건전성 기준인 '150% 미만'을 넉넉히 통과한다.

한국기업평가는 1983년 설립된 신용평가사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Fitch)가 지분 73.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피치는 한국기업평가와 1999년 1월 전략적 제휴를 맺었고, 2007년 4월 최대주주가 됐다.

신용평가는 기업의 신용등급을 매기는 것이다. 신용등급은 기업이 어음,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직접 자금을 조달할 때 금리를 정하는 기준이 된다.

한국기업평가의 영업이익은 지난 2012년 이후 매출 부진 영향으로 감소세를 지속했다. 반면, 순이익(연결 지배지분)은 종속회사의 실적 증가 덕에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410억원과 63억원으로 2012년 대비 각각 16%와 44%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순이익은 106억원으로 2012년 대비 2% 줄며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연환산 기준(최근 4분기 합산)

국내외 경기 부진으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기업과 차입금 규모를 줄이는 우량기업으로 회사채 발행시장이 양극화됐다. 지난해 하반기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향후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러한 점들이 회사채 발행 수요와 한국기업평가 매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별도 기준 실적이 부진한 상태에서 주요 종속기업인 이크레더블의 호실적은 한국기업평가 순이익(연결 지배지분) 선방에 힘이 됐다. 지난해 이크레더블의 매출액은 228억원으로 2012년 대비 36% 늘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연결 지배지분)은 85억원과 78억원으로 2012년 대비 각각 49%와 56% 증가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이크레더블 지분 64.5%를 보유하고 있다.

이크레더블은 기업 전자신용인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이 서비스는 이크레더블이 2001년 신용보증기금과 함께 국내 최초로 개발해 2004년에 특허를 취득한 독자적인 사업 모델이다. 대기업과 거래관계를 개설하거나 유지하고자 하는 중소기업에 전자신용인증서를 발급하고 수수료를 선취하는 서비스다. 국내 경제에서 대기업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점, 전자신용인증서의 유효기간이 1년으로 매년 갱신이 필요한 점이 이크레더블 실적 성장에 우호적 사업 환경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환산 기준(최근 4분기 합산)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10년간 영업이익이 매년 흑자를 기록했고, 영업활동현금흐름도 꾸준히 양수(+)를 유지했다. 기업이 채권 발행 시 신용평가를 꼭 받아야 하는 점과 국내 신용평가 산업이 과점 시장인 점 등이 흑자 경영의 주요 요인으로 보인다.


*연환산 기준(최근 4분기 합산)

꾸준한 영업현금 창출은 건실한 재무구조 유지와 꾸준한 배당 지급의 기반이 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의 순현금자산(현금및현금성자산 + 단기금융자산 - 총차입금)은 지난 10년간 양수(+)를 유지했다. 현금성 여유자산이 차입금을 웃도는 재무구조가 지속됐다는 의미다. 지난해 말 순현금자산은 532억원으로 전일 시가총액의 27%에 해당한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10년간 매년 배당을 했다. 지난해 주당배당금(1537원)과 전일 종가 기준 배당수익률은 3.54%다.


* '12년은 결산월 변경(9월→12월)으로 3개월치 배당금만 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