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레터] 감정을 다스리려면? '체크리스트'부터!

1명의 사람과 1202개 CPU가 벌인 대결은 결국 4승 1패로 CPU(AI, 인공지능)의 승리로 결정됐습니다. 어제 열린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마지막 5번째 대국에서 알파고가 접전 끝에 4번째 승리를 가져갔습니다.

이번 대결은 '세기의 대결'로 불리며 많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주식시장도 예외는 아니어서, 로보스타, 에이디칩스, 우리기술, 유진로봇 등 관련주로 거론된 기업들의 주가가 많이 오르기도 했지요.

AI가 강력한 이유 중의 하나는 의사 결정할 때 감정의 영향을 받지 않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철저하게 계산된 확률에 따라 의사결정을 할 뿐 감정에 휘둘릴 여지가 없습니다. 반면에 사람이 의사결정을 할 때는 수 많은 감정에 휘둘리기 쉽지요.

투자도 마찬가지 입니다. "투자자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자신이다" 라는 말은 바로 투자자 본인의 감정을 다스리는 것의 어려움을 나타냅니다.

투자의 대가들은 어떻게 감정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었을까요? 감정을 잘 다스리는 투자자로 워렌버핏과 버크셔 해서웨이를 함께 이끌고 있는 찰리 멍거가 꼽힙니다. 제임스 올러클린(<버핏, 신화를 벗다>의 저자)에 따르면, 멍거는 다양한 학문에서 얻은 여러 모델들을 토대로 논리적인 이론을 세운 다음 원칙을 정한다고 합니다(이런 원칙의 수는 총 100개에 이릅니다).

그리곤 세상을 관찰할 때 이 원칙을 여과장치로 사용해 모든 것을 원칙적인 관점에서 해석을 합니다. 이것을 멍거의 정신 모델이라고 부릅니다. 멍거가 최우선으로 꼽는 정신 모델은 심리학입니다. 그는 인간의 행동방식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20개의 심리학 원칙들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는 군요.

투자자는 누구나 실수를 합니다. 버핏도 예외는 아닙니다. 멍거의 영향을 받은 버핏은 자신의 실수와 타인의 실수를 분석하면서 보다 훌륭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게 됐습니다. 정신모델을 쉽게 말하면 일종의 '체크리스트'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실수의 원인이 무엇인지, 의사결정 과정에서 잘못된 점이 무엇인지 파악해서 자신만의 체크리스트에 추가하는 방법으로 점차 실수를 줄이는 거지요.

이세돌 9단은 마지막 5국 이후 자신이 부족했음을 인정하면서, 보다 연구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세돌 9단이 이번 대결을 통해 더욱 뛰어난 바둑기사가 되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