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의 선택] 퍼킨스의 '진양화학'

퍼킨스 "재무적으로 건전한 소형주를 사라"

버거 스몰캡 펀드의 매니저 로버트 퍼킨스는 소형주 투자의 대가로 유명하다. 그는 친구들과 선별된 고객들을 위한 작은 포트폴리오를 3500만 달러의 뮤추얼 펀드(유가증권 투자 목적의 투자회사)로 성장시켰다.

퍼킨스는 신문에 나온 신저가 리스트에서 유망기업을 찾는다. 그는 악재로 인해 회사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재무 건전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으면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 이들 중 장부가치보다 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거나, 장부가치보다 약간 비싼 회사를 주로 매입한다.

퍼킨스는 부채가 없고 현금이 많은 소형회사를 선호한다. 모든 사람이 찾는 대형주보다는 관심에서 멀어진 소형주에 더 많은 가치가 내재돼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재무적 건전성을 갖춘 회사들은 기대만큼 빨리 회복되지 않아도 재무안전성이 주가 하락에 안전판이 된다고 생각한다.

퍼킨스의 '진양화학'

진양화학은 퍼킨스의 투자 기준을 만족하는 상장사 중 하나다. 전일(16일) 기준 시가총액은 514억원으로 2000억원 미만이다.

올해 1분기 연환산 실적 기준(최근 12개월 합산) 주가수익배수(PER)는 10.9배로 화학 업종 평균인 49배보다 낮다. 유가 하락,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 등으로 업계 전반의 실적이 감소한 탓에 평균 PER 값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PER은 연결 지배지분 순이익, 전일 종가 기준이다.

부채비율은 60%로 재무 건전성 기준(150%)을 통과했다.

진양화학은 PVC 바닥재, 인조피혁, 자동차용 원단 등을 만드는 회사다. 최대주주는 진양홀딩스로 지분 65%를 보유하고 있다. 진양홀딩스는 지난 2008년 진양화학과 진양산업, 진양폴리의 투자 사업부가 합병돼 설립된 지주회사다.

진양화학의 주요 원재료는 플라스틱의 기초 재료인 레진(수지)과 가소제이다. 석유화학 공정에서 제조되는 제품들로 가격이 국제유가에 영향을 받는다. 진양화학은 LG화학, 한화케미칼, 애경유화 등에서 원재료를 매입한다.

올해 1분기 이 회사의 매출액은 1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 줄고, 영업이익은 42% 감소해 6억3300만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51% 감소한 5억2800만원이다. 지난 2011년부터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매년 증가세를 지속했다. 하지만 올 1분기 감소세로 돌아섰다.



매출이 소폭 감소한 데다, 광고선전비와 개발비 증가로 수익성이 낮아진 점이 올 1분기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1분기 광고선전비는 2억6700만원, 개발비는 2억3600만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억1600만원과 1억3900만원이 증가했다. 광고선전비와 개발비의 합계는 5억3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억5600만원 증가했다. 진양화학은 실적 규모가 작아 매출과 비용 증감 대비 수익성 변동이 큰 편이다.

올 1분기 영업이익률은 3.6%로 전년 동기 대비 2.6%p 내렸다. 최근 5년간(2010년 ~ 2014년) 평균 영업이익률이 4.4%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감소 폭이다. 다만, 매출총이익률은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13.6%로 전년 동기 대비 0.8%p 내리는 데 그쳤다. 

판매가 인상과 원재료 매입가 하락이 맞물린 점이 매출총이익률 방어에 도움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사의 1분기 제품 판매가는 미터당 4998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3% 올랐다. 반면 원재료 매입가는 kg당 1277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 내렸다.



판매가 인상은 최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진양화학의 판매가는 지난 2008년 부터 우상향 추세를 지속했다. 덕분에 이 회사 영업이익률은 지난 2011년 2.5%에서 매년 상승해 지난해 7.6%를 기록했다. 최근 분기 판매관리비 증가가 수익성에 부담이 됐지만, 올 1분기 연환산 영업이익률은 7.1%로 여전히 지난 10년래 최고치에 근접한 상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재료인 나프타 가격은 7월 2주 톤당 505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2분기 말과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8.3%와 47% 내렸다. 이에 따라 진양화학의 주요 원재료인 레진(수지)과 가소제 등 석유화학제품의 가격도 전년 동기 대비 약세를 지속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우호적인 원재료 매입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올 1분기 수익성 하락의 원인이었던 판매관리비를 효과적으로 통제한다면 수익성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진양화학은 지난 2011년부터 매년 배당금을 늘렸다. 주당 배당금은 2010년 50원에서 지난해 215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주당 배당금과 전일 종가로 계산한 시가배당률은 5.02%이다. 저금리로 주요 은행의 1년 정기예금금리가 1.6%대로 낮아진 점을 고려하면 시중금리 대비 매력이 있는 편이다.

지난해 진양화학은 중간 배당과 결산 배당으로 각각 50원과 165원을 지급했다. 올해 중간 배당 금액은 아직 공시하지 않았다.



이 회사의 현재 PER 10.9배는 과거 5년 평균 10.8배보다 소폭 높은 것이다. 현재 주가순자산배수(PBR)와 자기자본이익률(ROE)은 각각 1.81배와 16.5%이다. 각각 5년 평균인 1.04배와 10.5%보다 높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