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의 선택] 마틴 휘트먼의 '수출포장'

휘트먼 "순운전자본 대비 저평가 된 소형주를 사라"

마틴 휘트먼은 월가에서 벌처투자자로 유명하다. 벌처(vulture) 투자는 '남의 불행을 이용해 잇속을 챙기는 자'라는 뜻의 영어 단어인 벌처에서 알 수 있듯, 부실기업을 싼값에 인수해 정상화시킨 후 고가에 매각하는 투자를 의미한다. 휘트먼은 침체를 겪고 있는 기업의 주식을 싼값에 대량 매집해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했다.

또한, 휘트먼은 성장하는 소형주를 선호했다. 종목 선정시 시가총액 규모, 부채비율, 주당영업현금흐름비율(PCR), 시가총액 대비 순운전자본 규모 등을 고려했다. 그의 기준에 따르면 투자대상은 저렴하면서도 재무상태가 좋고 경영진이 주주의 관점에서 일하며 이해할 수 있는 회사여야 한다.

수출포장은 휘트먼의 투자 기준을 대부분 만족하는 상장사다. 전일(12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956억원으로 1000억원 미만인 소형주에 속하고,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28%로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100% 미만이다. 또한, 지난해 연간 영업활동현금흐름 기준 PCR(주가현금흐름비율)도 5배로 휘트먼의 기준인 '8배 미만'을 만족한다.
 
다만, 지난해 4분기 말 순운전자본(유동자산-유동부채)은 314억원으로 시총의 33%을 기록해 휘트먼의 기준(순운전자본이 시총의 40% 이상)에 미치지 못한다. 수출포장은 지난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순운전자본 관련 조건을 만족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순운전자본이 전분기 대비 감소하며 휘트먼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수출포장은 골판지 원지와 상자를 만든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 비중은 골판지 상자 71%, 골판지원단 28%다. 골판지 상자는 주로 포장 박스로 사용된다. 

이 회사의 실적은 지난 2012년 이후 부진한 흐름을 지속했지만, 최근 분기엔 수익성 개선으로 회복세를 보였다. 지난해 4분기 연결 매출액은 5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 줄어든 반면 영업이익은 21억원으로 138% 증가했다. 순이익(연결 지배)도 188% 뛴 19억2100만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으로 큰 폭의 증가를 기록했다. 



원재료 비용 감소가 수익성 개선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수출포장의 매출액에서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54%로 전년 동기 대비 3%p 낮아졌다. 

다만 최근 원재료 가격이 반등한 것은 투자자가 유의할 부분이다. 환경통계정보(stat.keco.or.kr)에 따르면 수도권 고지(폐골판지) 가격은 올해 1월과 2월 kg당 87원과 92원을 각각 기록했다. 평균 가격이 89.5원으로 전분기 대비 15% 올랐다 지난 2013년 10월 kg당 117원을 기록한 후 줄곧 약세를 보였지만, 최근 상승세로 돌아섰다.



수출포장은 최근 매출 감소에도 비용 절감으로 수익성이 개선됐다. 하지만 원재료 가격이 반등세를 보임에 따라 수익성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생겼다. 

다만 주요 전방산업인 택배 시장은 규모가 증가세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국내 택배 물량은 지난 2009년 11억개에서 4년간 36% 증가해 지난 2013년 15억개로 확대됐다. 지난해도 3분기 누적 물량이 전년 동기에 비해 6% 늘어난 11억7000만개를 기록해 증가세를 유지했다.

수출포장은 지난 2005년 이후 매년 최소 500원 이상을 주당 배당금으로 지급해 왔다. 지난해는 전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500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배당금과 현재 주가(2만39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한 시가배당률은 2.09%다. 이는 1% 후반대로 낮아진 주요 은행의 1년 정기예금금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실적 기준 이 회사의 현재 PER은 8.5배다. PBR과 ROE는 각각 0.42배와 4.9%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