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의 선택] 월터 슐로스의 '수출포장'

월터 슐로스(이하 슐로스)는 '저가주 사냥꾼'으로 알려진 가치투자자다. 좋은 기업에 집중투자하는 워렌 버핏과 달리 자산가치 대비 싸게 거래되는 기업 100개 ~ 200개에 분산 투자했다. 그는 45년간 연평균 15.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원금을 721배 불린 놀라운 기록이다. 워렌 버핏은 슐로스에게 '특급투자자(Super Investor)'라는 최고의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슐로스는 펀드를 운영하면서 탐방이나 최고경영자(CEO) 미팅을 하지 않았고, 재무제표만 보고 투자했다. 그럼에도 그는 자산가치 대비 싸게 거래되는 기업을 사서 5년 내 2배가 되면 매도한다는 원칙을 45년간 지켜 탁월한 성과를 얻었다. 왜 버핏과 다른 방법으로 투자하는지 질문을 받았을 때, 그는 버핏의 방법이 더 기대수익률이 높지만 버핏이 특별한 것이고, 자신은 그 길과 맞지 않는다고 답했다.

슐로스의 선택 '수출포장'

슐로스는 주가순자산배수(PBR)가 0.8배 미만이고, 순운전자본(유동자산-유동부채)이 시가총액의 30% 이상이면 자산가치 대비 저평가된 것으로 봤다. 또한 부채비율이 100% 미만이고, 유동비율이 200%를 초과하면 재무 안전성을 갖춘 것으로 판단했다.

수출포장은 슐로스의 투자 요건을 만족하는 기업 중 하나다. 지난해 3분기 말 순자산을 반영한 주가순자산배수(PBR)는 0.39배로 0.8배 미만이고, 순운전자본은 383억원으로 시가총액 878억원(1월 8일 기준)의 43%에 해당한다. 유동비율은 232%, 부채비율은 29%로 각각 기준(유동비율 200% 초과, 부채비율 100% 미만)을 충족했다.

▷ 골판지 원지·상자 제조사

수출포장은 골판지 원지와 골판지 원단·상자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 비중은 골판지 상자 71%, 골판지원단 28%다.

최근 분기 이 회사는 수익성이 개선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3분기 매출액은 5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 늘고, 영업이익은 533% 급증한 41억9500만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연결 지배)은 261% 뛴 34억1400만원이다. 영업이익은 지난 2012년 4분기 이후 7분기 만에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이는 원재료 비용이 감소한 덕으로 풀이된다. 매출액에서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분기 55%로 전년 동기 대비 21.7%p 낮아졌다. 전년 동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직전연도 동기에 비해 각각 39%와 47% 급감했던 것도 영업이익과 순이익 증가 폭이 크게 나타난 주요 원인이다. 



원재료 매입 측면의 우호적인 환경은 최근에도 지속됐다. 환경통계정보(stat.keco.or.kr)에 따르면 수도권 고지(폐골판지) 가격은 지난해 4분기 Kg당 평균 77.6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분기와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6%와 29% 내린 것이다.  



주요 전방산업인 택배 시장의 규모는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국내 택배 물량은 지난 2009년 11억개에서 4년간 36% 증가해 지난해 15억개로 확대됐다. 지난해도 3분기 누적 물량이 전년동기에 비해 6% 늘어난 11억7000만개를 기록해 증가세를 유지했다.
 
다만 판매가가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인 점은 리스크다. 지난해 3분기 평균 판매가는 골판지상자가 전년 대비 3% 하락한 491원을, 골판지원단이 2.4% 내린 403원을 기록했다. 전년도 직전연도에 비해 각각 10%와 15% 내린 데 이어 하락세를 지속했다.  

원재료 가격이 약세를 지속하는 데다 전방산업 시장 규모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판매가 인하 압력을 얼마나 잘 극복하느냐가 향후 수출포장 실적의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는 지난 2006년 이후 주당 배당금으로 매년 500원 이상을 지급했다. 주당 배당금 500원과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계산한 시가배당률은 2.28%다. 이는 주요은행의 1년 정기예금금리와 비슷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