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의 선택] 크리스토퍼 브라운의 '서울가스'

브라운 "할인된 기업을 장기 보유하라"

트위디 브라운은 과거 주식 중개회사로 시작해 현재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가치투자 운용사로 성장했다. 가치투자의 대가인 벤자민 그레이엄과 워렌 버핏은 과거 주식 거래를 위해 트위디 브라운을 이용했다.

트위디 브라운을 이끌었던 투자 대가가 바로 크리스토퍼 브라운이다. 크리스토퍼 브라운은 그레이엄의 투자 철학을 기반으로 아메리칸 밸류 펀드를 성공적으로 운용해왔다. 가치투자의 거장으로 꼽히는 크리스토퍼 브라운은 “1달러짜리 주식을 66센트에 사라”는 명언을 남겼다. 애석하게도 그는 지난 2009년 12월 13일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브라운은 인기가 없어진 회사와 업종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주가수익배수(PER)와 주가순자산배수(PBR)가 전체 주식 평균보다 10~20% 할인된 기업을 원했다. 운용 회전율을 낮춰 거래 수수료를 최대한 줄이고 기업의 크기와 관계없이 저렴한 기업을 매입했다. 기업의 내재가치에 90%까지 근접하면 주식을 매도했다.

크리스토퍼 브라운의 선택 '서울가스'

크리스토퍼 브라운은 PER과 PBR이 시장 평균치보다 20% 이상 낮은 기업을 선호했다. 또한 주당순이익(EPS)이 소폭이나마 성장하는 기업을 좋아했다. 최근 5년간, 그리고 2년간 EPS 성장률이 적어도 5%를 넘는 기업을 투자대상 후보에 올렸다.

서울가스는 크리스토퍼 브라운의 투자 요건을 만족하는 종목 중 하나다. 1분기 연환산(최근 4분기 합산)실적 기준 PER은 8.4배로 아이투자(www.itooza.com)가 산정한 주식시장 평균 PER 17.1배 대비 20% 낮은 13.7배 이하다. PBR은 0.78배로 주식시장 평균치 1.16배보다 20% 낮은 0.93배 이하에서 거래되고 있다.

또한, 서울가스의 최근 5년간 연평균 EPS 성장률(2009년 1분기와 2014년 1분기 연환산 값 비교)은 16.9%, 2년간 연평균 EPS 성장률은 22.9%로 최소 기준인 5%를 넘었다.

▷ 서울, 경기도 지역 도시가스 공급회사

서울가스는 서울지역의 강서구 등 11개구와 경기도 고양시, 김포시, 파주시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도시가스 회사다. 해당 공급권역의 공급가능 총 가구수는 220만가구로 국내 총 가구수의 12.7%에 해당한다. 도시가스 공급 산업은 사회 기반시설에 해당해 안정적인 공급유지 및 불필요한 중복투자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 청책상 해당 권역을 1개 회사가 독점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시가스 회사는 매년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서울가스는 본업인 도시가스 사업 외에 원유 및 천연가스 채굴 사업을 하는 자회사와 전자부품, 휴대폰 부품 등을 생산하는 자회사 등 총 19개 종속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또 자동차 부품 제조사인 콘티넨탈오토모티브시스템 등 9개 관계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로부터 반영되는 지분법손익과 배당금수익, 관계기업투자손익 덕분에 서울가스의 지배지분 순이익은 영업이익을 넘어선다.



지난해의 경우 서울가스의 개별 영업이익은 111억원이었으나 지배지분 순이익은 6배 이상 많은 671억원에 달했다. 특히 지분 35%를 보유하고 있는 콘티넨탈오토모티브시스템은 연간 수백억원을 배당하고 있어 서울가스의 순이익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컨티넨탈오토모티브시스템의 연간 순이익은 1107억원이며, 배당금 총액은 1388억원이다. 이 중에서 35%에 해당하는 485억원이 서울가스에 지급됐다. 지난 2012년과 비교하면 130억원 가량 늘어난 규모다. 이같은 관계기업의 배당금 증가에 힘입어 서울가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2012년 대비 30% 감소했음에도 지배지분 순이익은 3% 늘었다.

올해 1분기에는 본업인 도시가스 사업에서 원가율이 개선됨에 따라 수익성이 개선됐다. 1분기 영업이익은 12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2%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1.7%로 전년 동기보다 0.4%P 올랐다. 전체 비용을 살펴보면 매출원가에서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1분기 94%에서 올해 93.1%로 낮아진 점이 수익성 개선의 주요 요인이다. 2분기 실적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한편, 서울시는 8월부터 도시가스요금을 ㎥당 종전 49.3원에서 53.1원으로 3.8원(7.7%) 인상한다고 밝혔다. 지난 2009년 이후 5년만에 가격을 올린 것이다. 가격 결정권을 쥐고 있는 지자체가 요금을 인상함에 따라 향후 서울가스의 영업실적 개선이 이어질지 관심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