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분석] 삼본정밀전자, '진화(進化)'가 시작됐다!

투자자에게 기업의 '변화'란 기회이자 위험이다. 실적 악화에 허덕이는 사업부를 정리하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회사는 '진화(進化)'할 수도 있고, 반대로 '퇴화(退化)'할 수도 있다. 이는 시장의 전망과 기업의 경쟁력에 따라 좌우된다.

 

삼본정밀전자도 변화하는 기업 중 하나다. 부진한 사업부를 축소하고 신규 사업을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 기업의 변화가 진화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 내부자는 '진화'를 믿는다?

 

이 회사의 내부자들은 진화에 배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분 내역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최대주주인 장준택 대표이사 외 특수관계인 13명 및 1개 법인은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지분율을 꾸준히 확대했다. 신사업 매출과 고객사 확보가 작년 3분기에 발생해 더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 기간 이들의 전체 지분율은 종전 50.69%에서 58.32%로 7.63%P 올랐다. 주요 매수자는 장준택 대표(지분율 +2.14%P)와 회사 임원인 정택주 씨(지분율 3.93+%P), 이욱진 씨(+0.96%P)다. 그 밖에 비상근 감사 진경복 씨가 대표로 있는 (주)원앤씨(+1.05%P)도 있다. 반면 회사 임원인 오연진 씨는 지분율 0.45%P 축소했다.

 

 

▷ 이어폰·휴대폰 키패드 제조업체

 

삼본정밀전자는 음향 및 휴대폰 키패드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다. 지난 2011년 10월에 상장했다. 음향 사업을 통해 이어폰과 헤드폰, 헤드폰을 만들어 일본 JVC에 납품한다. JVC는 일본의 오디오·영상기기 전문메이커로 VHS방식 비디오 기술을 개발해 비디오 시장을 독점했던 역사깊은 업체다.

 

 

음향 사업부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작년 3분기 오디오테크니카를 신규 납품처로 확보하고 고음질 수요가 늘어난 탓이다. 2008년 399억원이었던 매출액은 지난해 563억원으로 3년간 연평균 12% 성장했다. 매출 비중도 50% 수준에서 80%까지 올라섰다.

 

반면 키패드 사업부는 부진한 상태다. 최근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터치가 부각되면서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 사업부의 매출액은 2009년 정점을 찍은 뒤 점차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 반기 매출액은 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났다. 매출 비중도 39%(2009년) → 34%(2010년) → 27%(2011년) → 19%(2012년 반기)로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

 

 

키패드 사업부문의 매출이 줄면서 2분기 전체 매출액도 23% 감소한 18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3% 줄어든 35억원, 순이익은  12% 감소한 31억3400만원이다.

 

▷ 키패드 사업 철수, '홍채인식'으로 고성장 노린다

 

이에 회사 측은 LG전자 피쳐폰향 설비만을 남기고 키패드 사업부문을 철수키로 했다. 그리고 신성장동력으로 '홍채 인식 '사업에 뛰어들었다. 홍채 인식은 사람마다 고유한 특성을 가진 안구의 홍채 정보를 이용해 사람을 인식하는 기술이다.

 

삼본정밀전자는 홍채 인식 국제표준 특허를 지닌 미국의 아이리텍(Iritech)사와 기술 제휴를 맺었다. 이로써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방식으로 제품을 독점 생산케 됐다. 현재 홍채인식을 이용한 주민등록 사업에서 인도정부(STQC)의 제품인증을 받았다. 이 부문 매출액은 지난해 20억원, 올 반기 16억원을 기록했다.

 

 

바이오 인식시장 조사기관인 IBG(International Biometric Group)는 전세계 바이오 인식시장 규모가 2009년 25억8000달러에서 2017년 108억8000달러로 연평균 20%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 홍채 인식은 전체 시장의 8%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에 따르면 홍채인식은 바이오 인식 분야에서 성장률이 가장 높다.

 

특히 인도를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효율적인 빈곤층 지원을 위해 본인 식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문인식 기술이 더 발달돼 있지만 인도는 인구의 절반 이상이 농업에 종사해 지문이 손상돼 있다. 따라서 홍채인식이 더 유리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인도는 실제로 생체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인도 정부에 공식적으로 선정된 업체는 아이리텍과 3M 등 5개 회사다. 업계에 따르면 아이리텍이 인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향후 발주 증가로 삼본정밀전자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본정밀전자는 여기에 멈추지 않고 이 기술을 활용해 2014년 건강진단 사업에 진출할 계획이다.

 

▷ 현금성자산만 시총의 '절반'...ROE 7.8%, PBR 1.2배

 

이 회사는 현금성자산만 시가총액 절반 수준에 달한다. 올 2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은 단기금융자산 360억원을 포함해 총 431억원이다. 이는 시가총액 903억원의 48%에 해당한다. 실제 삼본정밀전자는 사업으로 벌어들인 이익을 고스란히 현금으로 남긴다. 이익축적지수 차트를 보면 당좌자산이 가장 상단에 위치한다.

 

현금이 많으면 재무 구조도 안전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이 회사의 단기지급 능력 지표인 유동비율은 780%에 달한다. 타인자본 비중을 타나내는 부채비율은 11%, 이자지급이 필요한 부채 규모를 알리는 차입금 비중은 2%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유동비율이 100%를 상회하고 부채비율은 100% 미만이면 건전한 수준으로 판단한다. 차입금 비중은 40%를 넘어갈 경우 위험 수준으로 본다.

 

 

한편, 2분기 실적을 반영한 이 회사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7.8%다. 2010년 11월 상장 이후 평균치인 9.8%에 소폭 못미친다. 주가수익배수(PER)와 주가순자산배수(PBR)는 각각 15배와 1.2배다. 평균값(각각 10배, 0.9배)보다 높다.

 

ROE가 높을수록 기업의 효율·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보며, PER과 PBR은 낮을수록 주식이 저평가된 것으로 해석한다. 지표 산정은 자회사들의 이익을 더한 지배지분 연결순이익으로 연환산(최근 4분기 합산)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