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체질과 라이프 사이클

단 하나의 히트곡을 내고 사라지는 가수들이 많고, 드라마 한편에서 반짝하고 떴다가 지는 스타들이 많은 세월이다.
무릇 명곡은 시간이 지나도 그 진가를 다시 인정받게 되고, 고전은 읽고 또 읽어도 시대를 초월하는 지혜의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마케팅 책을 뒤적이다보면 라이프 사이클이란 용어가 나온다.
제품 수명주기라는 말로도표현되는데, 신제품출시, 대중화, 퇴장 정도의 단계가 반복되는것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여기서 사이클이라는 말에 유의해야한다. 계속 순환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히트상품은 운이 좋으면 한 개 정도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이걸 연달아 내놓은 것은 운이아니라 실력이라고 할 수 있을것이다.
기업이 한때의 유행에 묻어 떠오르는일은 많지만 한 번의 라이프 사이클이 지나고나서도 뒤쳐지지 않고 연속해서 이 흐름을 타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좋은 상품도 시장의 뒤안길로 파묻히는 일이 허다하고, 그저 그런 제품이 시장에서 롱런하는 경우도 많기도 하다. 이것은 대개가 기업의 역량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처음 기술적 분석에 의존하지 않고 기본적 분석을 기준으로 투자해보자고 결심했을때 처음 주식을 고를때는 외견상으로 보이는 한두가지의 호재에 의지했다.
조금 지나서는 기업이 생산하는 부가가치의가 실제로 시장에서 호응이 있는가를 보게 되었다.
더 시간이 지나서는 기업의 재무제표로 기업의 질을 가늠하려 노력하게 되었다.
더 시간이 지나자 지속적으로 이익과 매출을 향상시키려고 노력하는 기업의 역량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여기에 보태서 그 역량의 중심에 있는 사람을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을 하나 더 보태서 시스템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시장의 라이프 사이클만큼이나 기업내부의 라이프 사이클도 중요하다고, 생각할때 개인의 역량이 최고에서 조금씩 퇴조하는것을 고려하면 훌륭한 개인이 이뤄내는 성과는 영속적이지 않다. 설령, 노쇠화 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이 퇴사하거나, 윗선에서 그 사람의 역량을 잘못 평가해서 잘라버리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 사람의 스타플레이어에 의지하면 그 스타플레이어가 사라진 다음은 팀이 와해되거나 역량이 저하되는 위기는 분명 있기 때문이다.
다시 정의하는 좋은 기업은 좋은 사람뿐만이 아니라 하나의 기업을 영속적으로 이끌어가는 조직문화, 즉 시스템을 갖춘 기업을 생각해 볼 수 있을것 같다.

훌륭한 조직체계(시스템)는 좋은 사람을 가려서 발굴하고 키운다. 이 시스템으로 키워진 인재가 의사결정을 활동을 하면서 호재는 부수적으로 양산되는 것일테고, 기업과 시장은 적극적으로 상호작용을하면서 누구나 감탄할만한 훌륭한 제무재표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이에 있을 수 있는 다양한 경영상의 착오도 생각해 보는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사람을 잘못 뽑아서 잘못된 지위를 주었을경우도 있을것이다.
시장진입시기를 너무 일찍 잡거나 너무 늦게 잡아서 시장에서 고전하다가 철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차입금에 의존한 과도한 시설투자로 현금흐름이 매우 악화될 수도 있을것이다.
한개의 고정거래처에 의지하다가 고정거래처가 경쟁사로 거래선을 바꾸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소비자가 건 소송에서 패소해 막대한 손배금을 지급할 수도 있는것이다.
수많은 악재가 한개쯤 없는 기업이 어디 있을까.
그렇지만 기업은 살아있기때문에 여기서 끝나지 않는 것이다.
사람을 잘못뽑은 기업은 그에게 책임을 지우고 직위에서 물러나게 할 수 있고 진입시기가 잘못되면 기업분할을 실시할수 있으며,
차입금에 의존한 과도한 시설투자로 현금흐름이 악화되었을때는 유상증자를 하거나 
다른기업의 투자유치를 받을 수 있을것이다. 모든 병에는 처방이 있기 마련이지만 치료는 어렵고 힘든것이다.
이때문에 좋은 기업에 투자하더라도 투자자는 좋으면 좋은대로, 나쁘면 나쁜대로 지루하고 고통스런 여정을 함께 할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단기적인 등락에 연연하는 정도가 아니라 기업의 역량을 확신하고, 기업의 변화과정에서 오는 약간의 통증들조차  감내해야 한다.
기업가치는 그렇게 쉽게 좋아질 수 있는것도 아니고 쉽게 유지할 수 있는것도 아니다.

체질이 건강하다면 간단한 통원치료만으로 병을 고칠 수 있을 것이고,
체질이 병약하다면 대수술로도 고칠 수 없는 것이다.

위에 잡다하게 열거해 놓았지만 기업은 순간적인 판단착오로 망가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요소가 복합적으로 결합되고 누적되어서 이루어지는 것이란걸 알아야 한다. 이 복잡하고 미묘한 사소한 부분으로 전체를 파악하는데는 직관까지도 필요할 것이다.

읍참마속하듯이 기업이 스스로의 꼬리를 자르고 장수의 목을 쳐가면서 생존하려고 발버둥 치는 와중에도 주식시장에서 구경하던 실망한 투자자는 팔고, 희망을 가진 투자자는 사게 될것이다.
하지만 결국 시장은 이 기업을 다시 볼때마다 달라져 있는것을 발견하게 되므로, 좋은 기업은 꾸준히 재발견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