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제과 인수 시너지 내년 상반기 가시화

[주주이익]크라운제과

여타 산업과는 달리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해왔던 국내 제과업계의 지각변동이 발생했다. 올 초 제과업계의 만년 4위였던 크라운제과가 전통의 2위업체인 해태제과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롯데제과를 비롯해 해태제과, 오리온, 크라운제과가 과점구도를 이루면서 성장해온 국내 제과산업의 본격적인 M&A가 시작되는 게 아니냐 하는 전망도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소강상태다. 다만 크라운제과의 시장지배력이 확장되면서 현재 롯데제과의 아성에 도전할 정도의 영향력을 확보한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크라운제과는 전통적으로 건과류에 강점을 갖고 있는 회사다. 1947년 설립된 영일당제과를 모태로 하기 때문에 업력이 약 60년 가까이 된다.

크라운제과의 주요 품목을 보면 크라운산도와 죠리퐁, 콘칩 등 오랜 업력에 걸맞게 장수브랜드가 많다. 크라운산도만 하더라도 지난 1961년 8월에 처음으로 시장에 나온 이래 작년 7월에는 43년 만에 판매량이 100억 개를 돌파하는 등 아직까지 소비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죠리퐁은 지난 1972년에 출시됐지만 작년에 25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매년 2~3봉지씩 사 먹을 정도로 꾸준히 팔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콘칩은 1989년에 출시돼 상대적으로 업력이 16년으로 다른 제품보다 젊은 편에 속하지만 작년 매출이 약 300억 원 대로 스낵시장의 강자다. 하지만 식품업종의 특성 상 미투 상품으로 인한 베끼기가 유행이다 보니 크라운제과는 기존 콘칩의 이름을 C콘칩으로 바꾸는 등 오리지널 제품으로서의 브랜드를 지키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오랜 업력으로 인한 회사의 전통에도 불구하고 크라운 제과는 만년 4위에 머물러야 했다. 경쟁업체인 롯데제과와 해태제과, 그리고 오리온의 저력 역시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초 해태제과의 인수는 순식간에 크라운제과의 입지를 높일 것으로 예상하는데 회사에서 강조하는 인수로 인한 시너지 효과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주요 유통채널 내에서의 점유율이 높아진다.

비록 대형 할인업체와 제조업체 간의 힘겨루기 상황에서 분명히 할인업체로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는 추세지만 그래도 이러한 할인업체들을 상대로 제조업체가 무시 못할 정도의 소비자 충성도를 보유한 품목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면 상대적으로 강력한 협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크라운제과가 인수한 해태제과는 1945년 국내 최초로 순수 민간자본으로 설립된 제과회사다. 해태제과가 보유하고 있는 품목들을 살펴보면 에이스, 맛동산, 홈런볼 등 건과류 부문에서의 브랜드 제품을 비롯해 부라보콘, 호두마루 등 빙과류 부문에서의 강력한 브랜드 품목까지 전반적인 제과류 품목에서 골고루 소비자 충성도가 높은 제품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해태제과 인수 영향으로 크라운제과는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대형매장 내에서의 M/S가 40.1%로 업계 1위인 롯데제과의 34.7%를 앞섰다고 자체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크라운제과는 대형매장을 시작으로 전체 시장에서도 M/S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6월 기준으로 롯데제과의 전체 M/S는 37.8%인 반면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의 M/S는 합해서 35.4%다.

둘째, 원재료 구입 시 해태제과와 공동으로 구매할 경우, 바잉파워(Buying Power)가 증대돼 어느 정도 단가인하가 가능해진다.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는 동종업계이다 보니 설탕류, 맥분류, 전분당류, 코코아류, 그리고 너트류 등 동일재료를 구매한다. 크라운제과가 매년 1,100억 원 상당의 원부재료를 구매하는 반면 해태제과는 2,400억 원의 원부재료를 구매하기 때문에 만약 통합 구매할 경우, 3,500억 원 어치를 구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1~2%만 할인해도 매년 35억~70억 원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물론 어느 회사를 중심으로 할인을 할지는 미지수이지만 어느 경우이든 크라운제과에는 유리하다. 왜냐하면 현재 크라운제과는 해태제과의 지분 35.2%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해태제과의 이익이 증가하면 지분법으로 잡히게 되는 것이고, 크라운제과를 중심으로 원부재료 할인효과가 발생하면 당연히 직접적으로 크라운제과의 이익이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크라운제과는 국내 시장은 M/S 1위를 목표로 하고, 최근에는 글로벌 시장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저성장의 제과산업이기 때문에 성장을 위해서는 “시장과 제품”에서 각각 성장모멘텀을 찾아야 한다. 국내시장의 성장성이 한계가 있다면 해외시장에 진출하면 되는 것이고, 기존의 제품이 소비자 니즈를 만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면 소비자 니즈의 틈새를 찾아 성장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미투제품 관행이 여전한 국내 음식료업종의 시장이다 보니 아무래도 제품보다는 해외시장으로 나가 성장모멘텀을 찾는 게 하나의 트랜드가 됐다. 크라운제과는 지난 5월 중국 상하이에 죠리퐁 생산을 위한 현지 생산공장을 준공한 데 이어 베이징에 2호 공장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크라운제과의 글로벌 전략을 부각시키는 성장전략은 아무래도 크로스마케팅일 듯싶다. 예전 무리한 확장 경영으로 인해 1998년 IMF 때, 부도가 난 전력이 있지만 2003년 경영정상화 하기까지 예상보다 빨리 경영정상화를 앞당길 수 있었던 건 대만의 제과업체 등과의 크로스마케팅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당시 크라운제과는 부도가 난 상황에서 소비자의 니즈를 따라잡기 위해 무작정 투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다른 업체들의 제품들을 들여와 공급한다면 추가적인 투자 없이도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히트를 친 상품이 블랙미인이었고, 최근에는 필리핀에서 들여 온 참ing 비스킷이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향후에도 크로스마케팅은 크라운제과의 성장의 중요 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중국시장 공략과 해외업체들과의 크로스마케팅은 크라운제과의 향후 성장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