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수성의 비결은 인재(人才)

2015년의 구글?

이전 글에서, 아무도 그 힘을 의심하지 않았던 초강력 국가 미국도 요사이 중국 등 새로운 세력의 부상에 절치부심하고 있다는 것을 보았다. 이는 곧 기업의 세계에서도 당연히 해당될 것이다. 기업이 성공의 자리에 있다고 해서 줄곧 방심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너무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Fast Company 8월호는 “구글은 앞으로도 구글로 남아있을 수 있는가? (Can Google Stay Google?)” 라는 기사를 통해, 지금 가장 성공적인 인터넷 기업인 구글이 앞으로 10년 뒤인 2015년에도 가장 성공적인 인터넷 회사로 남아있을 수 있는지를 질문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질문의 정당성(?)에 대해서, 기사는 구글의 사무실이 아이러닉하게도 바로 SGI 가 전에 위치하고 있던 건물이라는 점을 제시한다. (구글은 급격한 팽창으로 인해 SGI가 쓰던 건물중 50만 스퀘어핏(sq.ft.)을 임대해서 쓰고 있다고 한다.)

SGI (실리콘 그래픽스) 가 어떤 회사인가? SGI는 10년 전, 90년대 초반 까지만 해도 잘 나갔던 “왕년의 스타” 회사다. SGI 의 하이라이트는 터미네이터 2 영화였다. 터미네이터 2에 나왔던 특수효과는 SGI 의 뛰어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성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그러나 주당 42불을 웃돌던 SGI의 주가는 결국 31 센트라는 형편없는 금액으로 떨어지게 된다.

그림. SGI 를 창업한 뒤 연이어 넷스케이프를 창업한 짐 클락. 그는 성공적인 기업가가 되었으나 SGI 의 운명은 그렇지 못했다.

무엇이 이런 쇠락을 가져왔는가?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 진영이 SGI를 따라왔고, 나아가 더 앞장서 나갔기 때문이다. 비슷한 기능을 훨씬 저렴한 가격에 제공해 주는 이러한 윈텔 진영의 반격에, 썬 마이크로시스템 (Sun Microsystems) 도 계속해서 호된 어려움을 당하고 있다. 이게 바로 실리콘 밸리다. 방심하는 순간 틈새가 보이고, 틈새 시장이 생기는 순간 수많은 사업계획과 인재가 몰려든다. 이에 대비하지 못하는 회사는 주가가 100분의 1 이상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심하게 말하자면 한 회사의 성공은 다른 회사의 몰락을 그 토양으로 한다.

그렇다면 현재 80조원의 시장가치를 갖고 있는 구글 역시 SGI와 같은, 또는 비슷한 운명을 겪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는가? 10년 뒤 2015년에는 어떤 스탠포드 대학원생이 창업한 업체가—바로 구글이 SGI에게 그랬던 것처럼—구글이 10년전에 쓰던 사무실을 차지하지 말라는 보장이 어디에 있는가?

그림. 10년 뒤에는 이곳의 주인이 바뀔 수도?

결론은 사람

앞서 글에서 미국의 경쟁력 유지에 대한 Fortune 기사를 보았다. 미국, 그리고 구글. 현재를 대표하는 나라와 기업이다. 이들이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에 대해서 공교롭게도 서로 다른 두 기사는 공통적인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바로 (역시나) 사람이다.

Fortune 은 미국 경쟁력 회복의 출발점은 교육을 통한 인재확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기사는 1950년대에 러시아가 스푸트닉 호를 먼저 발사한 뒤로, 이에 충격을 받은 미국이 과학 및 공학에 대한 공교육을 강화했고, 이는 향후 수십년간 미국 경쟁력의 밑거름이 되었던 예를 들고 있다. 또한 미국이 과거에 위협을 받을 때마다 이를 헤쳐 나왔던 것은 새로운 산업 (IT, 바이오 등) 의 창출이었는데, 이러한 창조적 인재들이 앞으로도 계속 미국에서 나와줄 수 있어야 미국은 앞으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글이 10년 뒤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의 답은 약간 동문서답에 가깝다. (어쩌면 우문 현답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 질문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 [10년 뒤에] 박사 과정을 졸업하는 학생이 있다고 치자. 그때 구글은 여전히 그 학생이 가장 들어오고 싶은 회사가 되어 있을 것인가? 나는 그렇게 묻고 싶다.”

이는 만일 그때도 박사과정 졸업자가 가장 오고싶어하는 회사가 구글이라면, 구글은 여전히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인터넷 회사로 남아있을 것이라는 암묵적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브린은 10년 후에도 박사과정 졸업자들은 구글에 들어오고 싶어할 것이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구글은 항상 똑똑한 사람들을 끊임없이 지적으로 흥분시킬 수 있는 창의적인 과제들을 연구해 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그림. 지적 흥분의 결과물이 모인 구글 랩스

구글은 작년, 하루에 평균 1,500명의 수준급 이력서를 받았고, 이 중에서 평균 4명을 고용했다고 한다. 이는 인터넷 기업으로는 꽤 많은 편인 하루 평균 4명을 고용했다는 말도 되겠지만, 뒤집어 보면 하루 평균 1,496명의 날고 긴다하는 인재들이 구글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구글의 엄격한 인재 선정은 유명할 정도이다. 기술자들은 종종 인터뷰 자리에서 바로 코드를 작성해 보라는 주문을 받기도 한다. 인도에서는 수백명의 구글 지원자들에게 미션 하나를 던져 놓고, 가장 먼저 코드를 작성하는 사람 단 몇명을 채용하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싱가폴 학생이 1등을 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처럼 터프한 경쟁을 뚫고 들어온 사람들이기에, 구글의 인재들은 서로의 능력에 대한 기본적 신뢰가 있다. 한 개발자는 이렇게 말한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누구를 만나면 이 사람이 과연 내가 시간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를 먼저 판단하려는 버릇이 있었지만 (Is this person worth my time?) 구글에서는 누굴 만나더라도 그가 적어도 나만큼, 혹은 나보다 더 똑똑하다는 걸 기본 전제로 깔고 대하게 된다.” 사뭇 거만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우수한 인재들은 구글에 들어오고 나서 창의적이고 열성적으로 일을 해낸다. 더우기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아마도 이들이 “선수들” 로써 서로 “공력”을 겨룬다는 점일 테다. 이 선수들에겐 소위 “멋진 작품 하나”를 만들어 내는지의 여부가 공력 평가의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 된다. (“At Google, a lot of people are motivated by the beauty of what they do.”)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갖춘 개발자들이 속된 말로 “뽀대나는 작품” 을 갖고 겨루기 시작하면, 거기에선 뭔가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런 문화를 창출해 낼 수 있느냐인 것이다.

박세리가 부진에 빠졌던 이유에 대해서 묻자, “골프가 재미없어졌다” 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축구선수 중에서 제일 무서운 선수는 경기를 뛰면서 재미를 느끼는 선수이며 박주영이 이에 속한다고 한다. 우리 앞선 세대들은 “선구자”를 부르며 사명감과 부담감으로 일에 매진했지만, 우리 세대에서는 사명감도, 부담감도 “재미”를 당해낼 수 없는 듯하다.

재미와 창의력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쿨하고 멋진 작품” 들은 구글을 세상의 모든 정보에 대한 관문으로 탈바꿈 시키는데 오늘도 일조하고 있고, 아마 내일도, 내년에도, 그리고 10년 뒤에도 그러할 것이라는 게 세르게이 브린의 자부심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결국 국가든, 기업이든 영속적인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안은 뛰어난 사람이 재미를 갖고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 하겠다. 이는 너무도 뻔한 말이라서 진부하고 주목받기 힘든 말이지만, 이를 실제로 국가, 기업 단위로 실천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일 것이다.

기업을 보자. 예를 들어 세계의 뛰어난 수재들이 구글에 들어가서 멋진 작품을 만들고 싶어한다는데, 우리나라에는 그런 기업을 과연 손가락 안에 몇 개나 꼽을 수 있는가? 비단 한국의 수재 뿐 아니라 북경의 수재, 인도의 수재들이 들어와서 마음껏 창의력을 발휘하고픈 기업 말이다. 또한 그런 인재들이 실제로 들어오는 경우, 마음껏 창의력을 발휘할 기회가 주어지는가?

국가도 마찬가지다. 세계 슈퍼파워인 미국인들이 중국을 경계하는 마당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필자의 지인 한명은 중국에 발을 딛는 순간 “우리가 이 나라와 맞장 뜨려고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중국뿐 아니라 인도, 브라질, 러시아 역시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필자의 또다른 지인중 한명은 자신의 동료가 하버드 MBA 에 들어갔는데, 이번 여름방학 중에 인도에서 인턴십 자리를 잡기 위해 몇 안되는 자리를 놓고 미국 학생들 사이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물론 유럽과 일본은 현재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우리는 하루빨리 우리에게 맞는 인재 모델을 찾아 내어 집중적으로 파고 들어야 한다. 우리와 비슷하게 강대국들로 둘러싸여 있는 네덜란드 같은 나라도, 나름대로의 모델로 성공적인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볼 필요가 있겠다. 다음 글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우에 해당될 수 있는 또 다른 재미있는 기사 하나를 소개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