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인제약

- 들어가며...

'복권으로 부자 되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얼핏 보면 역설적인 말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실상 거액의 복권에 당첨되는 횡재를 통해 장기적인 부자로 남아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음을 볼 때, 일리가 있는 말이다. '쉽게 번 돈은 쉽게 쓴다'는 말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대부분의 장기투자자는 이러한 일시적인 '횡재'보다는 장기적인 '복리'의 힘에 더 가치를 두고 살아간다. '횡재'는 말 그대로 급격한 환경변화로 인한 (특별)'이익'이지만, 장기적인 수익은 내적인 역량에 의존적인 (영업)'이익'이기 때문이다. 또한, 무엇보다 일시적으로 조성된 좋은 환경이 계속된다는 보장이 없고, 되려 방만한 경영으로 침체상황에서 파산하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제약업계는 2000년 7월 1일 전격 시행된 '의약분업'을 계기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물론 국내 제약업체들의 성장에는 강화된 내적 역량이 기여한 바 크지만, '의약분업'이라는 '횡재'를 생각해볼 때 환경적인 기여에 의한 성장이라는 의구심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 속에서 소리 없이 꾸준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는 '환인제약'의 성장요인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고자 한다.

- 의약분업의 수혜

'약'은 크게 처방전이 없어도 되는 '일반의약품'과 반드시 의사의 처방에 의해서만 복용 가능한 '전문치료제'로 나뉘는데, '의약분업'으로 인해 '일반의약품' 비중이 큰 기업들과 '전문치료제' 비중이 큰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게 되었다.

약사의 대체조제와 임의조제가 금지되고 의사의 처방이 필수가 되면서 '전문치료제'시장이 급격히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환인제약'은 '전문치료제'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문치료제' 중심의 제약업체이며, '정신신경용제'가 매출의 50%를 넘는다. 

(출처: 2004년도 사업보고서)

'환인제약' 역시 2000년도 의약분업을 계기로 매출액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또한, 약국매출 비중 확대와 심평원(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험급여 조기지급정책에 의한 매출채권 회전일의 단축과 그로 인한 현금흐름의 개선으로 차입금 비중이 감소하는 등, 다른 '전문치료제' 중심의 제약업체와 마찬가지로 의약분업의 수혜를 톡톡히 받았다.

(출처 : 1996 ~ 2004년도 사업보고서)

(출처 : 1996 ~ 2004년도 사업보고서)

그러나, '환인제약'은 단순히 의약분업이라는 환경변화에 무임승차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동사의 영업전략을 잠시 살펴보자.

 -        틈새시장 전략

앞서 말했듯이, '환인제약'은 '정신신경용제' 시장에 특화된 제약업체이다. 국내 약효군별 생산실적 추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사실 '정신신경용제' 시장은 제약업계에서 전체 생산실적 대비 약 2%에 해당하는 소규모 틈새시장에 불과하다.

'환인제약'은 처음부터 이러한 틈새시장을 공략하여 중소업체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동사의 주력제품 중 하나인 '그란닥신정'의 경우 '한림제약'의 '이소탄정'과 '고려제약'의 '토스팜정'과 함께 오랜 기간 시장을 과점 해오고 있다.

(출처: 제약산업통계집(2003))

'정신신경용제' 시장 자체가 지속적으로 확장되어 관련 제약업체들이 덕을 본 것은 사실이지만, 다국적 제약회사와 국내 대형 제약회사들의 고래싸움을 피해 '정신신경용제'라는 제약업의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한 것 자체는 높게 평가된다.

‘환인제약’의 틈새시장 공략전략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환인제약’의 제품 군을 살펴보면 동사 매출에서 2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 ‘골다공증치료제’인 ‘아렌드정’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2004년도 사업보고서)

시장의 50%를 독점하고 있는 다국적 제약기업 ‘한국MSD’의 ‘포사맥스’라는 ‘골다공증치료제’를 맞서 후발주자로서 분투한 결과 알렌드론산나트륨 10mg 제제 시장의 20%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포사맥스’는 대형병원의 점유율이 높지만, ‘아렌드정’과 10% 내외의 점유율을 보이는 ‘유유’의 ‘마빌정’의 경우는 약국 점유율이 높다.

즉 다국적 제약기업 ‘한국MSD’의 ‘포사맥스’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한 부분을 집중공략함으로써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점유율을 이끌어낸 것이다.

그러나 이토록 눈부신 성장세를 보였던 ‘아렌드정’은 현재 ‘한독약품’의 3세대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 골다공증 치료제 ‘악토넬’을 필두로 한 여타 제품들의 난입과 기존 ‘포사맥스’의 용법을 1주일 용법으로 강화한 ‘포사맥스 70mg’ 제품의 진입으로 시장이 잠식당해 매출이 침체되어 있다.

(출처 : 2004년도 사업보고서)

- 높은 매출총이익률

‘환인제약’의 이러한 영업전략의 성공은 점유율 외에도 업계 평균을 상회하는 ‘매출총이익률’이 잘 설명해주고 있다.

원래 국내 제약업 자체가 원가율이 낮은 산업이고, 게다가 최근 환율하락에 따른 원재료비 감소로 인해 매출총이익이 극대화된 느낌이다. 그러나, 틈새를 파고들어 상당한 점유율을 이끌어 냄으로써 해당 시장을 과점하는 능력으로 ‘환인제약’은 업계 평균보다 약 20% 높은 수치를 보여주는 ‘매출총이익률’을 보여주고 있다.

(단위 : %)

(2004년도, 출처 : 각 2004년도 사업보고서, 한국은행기업분석통계(2004))

동사의 주력 제품인 ‘그란닥신정’의 보험약가(상한가)를 보면, 1정당 104원으로 동일 제품군의 타사 제품과 비교해볼 때 낮은 가격임을 알 수 있다.

(출처 : 2005년 1,2분기 고가약 목록)

‘아렌드정’ 또한 마찬가지다.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의 알렌드론산나트륨 10mg 재제 시장에서 가장 낮은 가격(상한가)을 형성하고 있다.

(출처 : 2005년 1,2분기 고가약 목록)

즉 낮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매출총이익률이 높다는 것은 해당 제품군이 속해있는 시장 자체가 과점체제이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동사의 경우 연구개발비 전액을 판관비가 아닌 제조경비로 계상(2003년도 까지)하고 있어 타사와 같이 판관비로 전액 계상할 경우 실질적인 매출총이익률은 더 높아진다.

(단위:%)

(2004년도, 출처 : 각 2004년도 사업보고서, 한국은행기업분석통계(2004))

-        전략의 변화

최근 ‘환인제약’의 행보를 보면, 중소 제약업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평균 이상의 고성장을 가능케 한 틈새시장 전략에 큰 수정이 가해진 듯한 느낌이 든다.

2003년 까지만 해도 ‘기타’ 제품 군에 포함되어 있던 ‘순환기계 용약’의 매출이 늘어 2004년도에는 매출의 9%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직접적으로도 ‘순환기계 치료제’의 개발 및 제품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천명하고 있다.

‘환인제약’이 이렇게 ‘순환기계용약’ 시장진입에 적극적인 이유는 ‘순환기계용약’ 시장이 전체 의약품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무관하지 않다.

(단위:%)

(순환기계용약 생산실적 비중, 출처: 제약산업통계집(2003))

식생활이 점차적으로 서구화됨에 따라 고혈압, 당뇨병 등의 성인병 환자수의 지속적인 증가로 인해 ‘순환기계 치료제’ 시장은 의약품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중요한 시장이며, 때문에 여러 다국적 제약회사를 비롯하여 국내 대형제약업체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환인제약’은 그동안 ‘정신신경용제’ 시장에서 다져온 역량을 바탕으로 전문치료제의약품 시장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순환기계용제’ 시장에 과감한 도전장을 내던진 것이다.

이는 틈새시장에서의 우위에 의한 높은 마진을 추구하던 기존의 전략을 대폭 수정한 것으로, ‘의약분업’ 이후 의약품 시장이 다국적 제약회사와 국내 대형 제약업체로 재편되어감에 따라 중소업체로서 대형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본격적인 승부수로 판단된다.

기존에 우위를 점하고 있는 ‘정신신경용제’ 시장은 우수한 제품 도입 및 개발로 계속 굳혀간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덴마크 룬드백사의 세계적인 항우울제 ‘씨프람정’을 도입하여 항우울제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한국얀센의 리스페달이 주도하고 있던 ‘리스페리돈 재제’ 시장에 제네릭 제품인 ‘리페리돈’을 출시하는 등 ‘정신신경용제’ 시장에 대해서는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 넘어야 할 산 : 브랜드 이미지

그러나, ‘환인제약’의 전략의 변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한 둘이 아니다.

우선 고혈압으로 대표되는 ‘순환기계용약’ 시장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고혈압치료제 시장인 ‘암로디핀 재제’ 시장을 예로 들어보면, 다국적 제약회사인 ‘한국화이자’의 ‘노바스크’가 아직까지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는 가운데 ‘노바스크’의 제네릭제품(개량신약)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국내 대형제약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제네릭 제품계의 대형업체인 ‘한미약품’의 경우 ‘노바스크’에 대한 퍼스트제네릭을 출시함으로써 암로디핀 제제의 제네릭시장에서 압도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가고 있다.

‘의약분업’ 이후 의약품계에 가장 두드러진 변화가 있다면, 제품 가격보다는 브랜드 이미지의 매출에 대한 영향력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실거래가 상환제’의 실시로 인해 보험가가 아닌 실 구입가격으로 지급해 줌으로써 병/의원의 처방이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안전성을 입증받은 대형업체들의 오리지널 제품으로 이뤄지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된 것이다.

물론 최근들어 건강보험재원 확충의 일환으로 저가약품 대체조제 방안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막상 대체조제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법적 책임이 모호하여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즉, 의약품의 경우 인지도가 곧 경쟁력이기 때문에 그만큼 먼저 출시하는 것이 시장선점의 관건인 것이다. 브랜드 인지도 구축면에서 뒤늦게 진출하는 ‘환인제약’으로서는 상당한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넘어야 할 산 : 인력 효율성 확보

또한, 대형제약업체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인력의 비효율을 제거해야만 한다.

제약업은 인재싸움이다. 뛰어난 연구진과 유능한 영업진으로 승부하는 전쟁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환인제약’의 1인당 매출액은 약 2억원으로 평균보다는 높지만, 대형업체들에 비교해볼 때 턱없이 적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비록 2003년도에 비해 개선되었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단위 : 백만원, 명)

(출처 : 12월 결산 상장,코스닥사 직원 1인당 매출현황(05.04.06))

- 넘어야 할 산 : 신약 개발능력

또한, 장기적인 안목에서 볼 때 현재의 제품 원천은 대형제약업체로 발돋움하는데 적합하지 않다. 기술의 해외종속성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한 향후 제품계획을 살펴보면, 해외 유수의 제약업체의 오리지널 제품 도입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단기적으로는 해외에서 검증 받은 제품을 독점 공급하여 안정적인 이익을 확보하는 것이 회사 성장에 도움이 될 지 모르나, 현재 제휴중인 다국적 기업이나 해외 제약업체들이 공급 루트를 직판체제로 변경할 경우 리스크가 상당히 크다. 때문에, 해외 유명 제품 도입을 통한 성장을 꾀하면서도 자체적인 개발능력에 신경써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노바스크’를 독점 공급하다가 ‘노바스크’에 대한 제네릭으로 현재 약진하고 있는 ‘한미약품’으로부터 배울 점이 많다고 본다.

이런 면에서, 최근 들어 연구개발비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는 상당히 바람직하다.

- 맺으며…

사실 ‘환인제약’의 전략 변화는 ‘정신신경용제’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구축한 후 골다공증치료제 ‘아렌드정’을 출시했을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국적 제약기업인 ‘한국MSD’를 상대로 알렌드론산나트륨 10mg 재제 시장을 놓고 맞붙어 약 20% 정도까지 시장을 점유했던 성과는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순환기계’ 시장은 골다공증치료제 시장과 규모 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그만큼 많은 굴지의 제약업체들이 강력한 제품으로 포진해 있다. 때문에, ‘순환기계’ 시장에 대한 성공여부는 중소제약업체 중 하나인 ‘환인제약’에게 있어 상당한 경영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제 또다시 ‘환인제약’의 경영전략과 전술에 주목할 때가 온 것 같다.

 -        여담…

여담으로 ‘환인제약’에 대한 주가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하자면.. 필자의 어쭙짢은 소견으로 볼 때, 현재는 지난날 보여준 동사의 역량에 대해 충분히 시장의 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