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길들이기의 교훈..

고등학교때쯤이었습니다.

누워서 책을 읽다가 파리가 허공에서 8자로 비행하는게 보였습니다.

어떤 생각에서였는지 누운채로 손을 뻗어서 손 끝으로 파리가 날아다니는 방향을 가리키며 따라다녔습니다.

 파리가 오른쪽으로 움직이면 오른쪽 왼쪽으로 움직이면 오른쪽으로 한 5분정도 했죠.  그러다가 이번엔 제가 손가락을 파리와는 다른 방향을 가리켰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파리가 제 손가락을 따라다닙니다.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그러다가 제 손끝에 앉는 것이었습니다. 전 그파리를 잡아 버렸습니다. 파리는 저 세상으로 갔죠..

전 이때 깨달은게 있습니다. 겸손함입니다.

누구나 반복되는 성공뒤에 자신을 성공이 따라온다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성공은 자신을 따라다니지 않습니다.

 

흔히 부자는 많은 돈을 가진 사람을 말합니다.

그런데 단순히 부자는 돈을 많이 가진 사람만을 뜻하는게 아닌것 같습니다. 부자는 돈을 버는/모으는 방법을 아는 사람입니다. 돈은 자기가 버는게 아닙니다. 모든 돈은 거래 상대방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즉, 손님의 주머니에서 나옵니다.

손님의 팔을 비틀수도 있고, 손님에게 감동을 줄 수도 있습니다. 부자의 수 만큼이나 그 방법도 각양각색입니만 모든 돈은 고객의 주머니에서 내 주머니로 이동해 오는 것입니다.

그 손님은 내부의 직원들도 될 수 있고, 친구들도 될 수 있고, 내가 만든 재화나 서비스를 사는 고객도 될 수 있습니다.

그 거래 상대가 나에게 돈을 벌어준다는 것을 망각하는 순간 그 부자는 몰락하기 시작합니다.

 

 용산에서 한참 메모리가 비쌀때였던가요 컴퓨터산업이 첨단사업으로 여겨지던 94년쯤 어느 칼럼니스트(지금은 IBM에 계시는 pctools 김국현님)의 칼럼중 "소나타를 사는 사장이 망하는 이유"란 글이 있었습니다. 소나타는 그 당시에도 중산층에게 인기가 있던 차종이었습니다.

처음에 기업이 설립되고 성장할때 사장이 직원들과 똑같이 제품을 포장하고 같이 밤을 새고 같이 노심초사하면서 기업이 큽니다.

그렇지만 조금 지나서 어느정도 수익이 안정되고 궤도에 오를때 사장들이 소나타를 산다는 것이었습니다. 신문에서, 기업들의 모임에서는 성공한 기업이라고 추켜세워주기 바쁩니다.

 고객과 직원들과의 관계도 그렇게 바뀌게 되는거죠. 자신이 '성공한 기업가'로 여기고 자신이 잘나서 성공한것이라고 여기고 자만하면서 자신을 '평민'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기업의 변화를 고객은 누구보다 먼저 압니다.

고객의 컴플레인을 제때 대응하지 않고, 시장의 변화에 둔감해 집니다. 내부의 직원들과 성과와 배분에 대한 문제를 제때 풀어내지 않게 되어서 직원들이 이탈하기 시작합니다.

경쟁사는 치고 올라와서 기존제품은 가격이 떨어집니다. 신제품이 쏟아져 나옵니다. 수익성은 악화되고 그 기업은 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투자에서도 이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주식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기업의 가치에 수렴한다?

본질로 보자면 맞을 수도 있습니다만, 행위로 보자면 파는사람들보다 사는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가치투자란 무엇입니까. 수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사들이는 바람에 시장에서 물건이 드믈어지는 누구나 소유하고 싶은 기업을 고르는 과정입니다. 즉, 좋은 주식은 희귀한 우표나 유명한 화가의 작품이나 희귀한 골동품처럼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사람이 탐을 내는 재화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 조건은 여러 분들이 열거한대로 ROE가 높거나 PER가 낮고 여러 조건이 있겠지만 근본은 누구나 인정할 만큼 사람들이 많이 살것만 같은 기업을 고르는 과정과 같습니다.

주식시장이 호황일때 모든사람이 돈을 법니다. 사면 오릅니다.

그러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엄청난 투자의 고수인것 같은 착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위험한 투자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처음엔 기업실적보고서부터 찬찬히 뜯어보다가 게시판의 '왠지 잘나가는 고수'같은 사람의 글을 보고 덜컥 사버리기도 합니다.  시장의 유행종목을 "뒤늦게" 쫓아다닙니다.  자기가 생전 보도듣도 못한 기업을 덜컥 사버립니다.

계좌의 회전률이 올라가고 종목수가 급격히 증가합니다. 자신이 관리 할 수 없는 종목이 생겨납니다.

어느날 날개돋친듯 잘 팔리던 텔레토비 인형을 빚지고 전재산을 털어서 덜컥 산 다음, 유행이지난 다음 재고로 남는 경우를 상상해 봅시다. 유행은 금방 지나기 마련입니다. 텔레토비 인형이 아니라 텔레토비 프로그램처럼 좋은 프로를 지속적으로 만드는 회사는 어떨까요.

 

지금이 조심할때라고 생각합니다. 중소형주는 싼만큼 약점이 많습니다. 정보가 드물다는 것입니다. 그 가격이 싼것만큼 정보가 드물다면 그 정보를 스스로의 조사와 판단으로 메꿔야 한다는 뜻입니다. 자신이 주식을 매입하기 전에 내가 매입하려는 주식회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있는지 질문해 봅시다. 배당수익률, ROE, PER 다 좋지만.. 결국은 기업에 대해 질적으로 잘 아는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주식장수"가 되어 주식을 동네마다 한꾸러미에 10개씩 되는 것을 팔러다닌다고 가정해봅시다.

'과연 이 종목을 내가 이렇게 고생해서 행상으로 팔러다니는데 사람들이 살만한 가격인가.' 사람들은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올랐다고 조만간 떨어질거라 여겨서 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진귀한 주식이라 사두면 돈이 될만한것이라 비싸더라도 쌈짓돈을 털어서 조금이라도 사두려는 주식일지도 모릅니다.

좋은 '주식장사꾼'이라면 매수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서 잘 팔 수 있는 종목을 고르는 힘이 필요할 것입니다. 좋은 물건을 알맞은 가격을 팔 수 있는 거래를 해야 할 것입니다.

좋은 물건을 싸게 구한것 만큼이나 물건을 남에게 설득력 있게 팔 수 있을만큼 자기가 팔려는 물건에 대해 잘 알아야 할  것입니다.

내가 누구보다도 월등한 판매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내 물건이 좀 신통찮고 내가 잘 몰라도 비싸게 사주겠지 생각하는 생각하는 과도한 자신감은 자신을 망가뜨릴 가능성을 높일 것입니다.

 

내가 사람의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다고 자만하는 파리는 아닐까..

지금까지 내가 산 주식은 다 올랐다.

그러므로 앞으로도 내가 산 주식은 다 오를것이다.

 

요즘 약간은 들뜬 게시판 분위기에 스스로를 경계하며..

캬오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