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中 청도를 가다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맥주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중국사람들은 단연 “칭다오(靑島)맥주”라고 답할 것이다. 그만큼 청도는 중국 최대의 맥주 생산지로 유명하다. 청도에는 칭다오 맥주뿐만 아니라 중국 최대의 가전 업체 하이얼의 본사가 위치하고 있다. 또한, 아시아에서 가장 큰 해변을 가지고 있는 관광 도시이기도 하다. 비행기로 1시간 10분. 서울과 부산을 왕래하는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청도를 찾아가 보았다.
청도 공항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방문을 환영합니다” 라는 한글 플래카드였다. 시내 곳곳에서 한글로 된 광고판과 간판을 목격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호텔에서도 국내 공중파 3사의 방송이 실시간으로 방영되었으며 한 채널은 국내 방송만을 녹화해 틀어줄 정도로 한국 문화가 깊숙이 자리잡고 있었다.
청도는 젊은 도시이다. 작은 어촌에 불과했던 이 곳에 1891년 청 정부는 군사를 파견하여 청도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1897년 11월에 독일에 의해 점령당했고, 1914년 11월에는 일본에게 점령당했다. 1922년 12월에 회복되었지만, 1938년 1월에 일본에 의해 또다시 점령당했다. 1945년 8월 항거 전투에서의 승리 이후에 국민당 정부에 의해 회복되었으나, 곧 미국의 해군 기지가 되었다. 시내 곳곳에서 독일식, 스페인식, 일본식 등으로 지어진 건축물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이는 청도의 과거 식민지 역사를 보여주는 증거물이다.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된 이후, 특히 최근 20년간 청도는 놀라운 변화를 이룩하여 대외 무역 항구, 해양 과학 연구 도시, 관광 도시로 성장하였다. 청도는 한국인 기업체가 가장 많이 상주해 있는 중국 내의 최대 공업지역 중의 하나로서 한국과 가장 가까운 도시이다.
청도에는 한국기업의 투자가 1989년부터 시작되었고,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투자업체수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하여, 2003년 5월 현재 5,300여 한국업체가 진출하고 있다. 유학생을 비롯하여 한국인 장기거류자가 7만 여명이고 2004년 월평균 약 1,000여명 이주가 이루어 지고 있다.
청도 내 한국 기업과 교민들의 확산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깝고, 공장 부지 임대료와 인건비 가 각각 한국의 10분의 1, 7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보다 더욱 중요한 이유는 청도 당국의 적극적인 외자 유치 정책에서 비롯됐다.
청도시가 산둥성 주요 도시의 핵심 거점으로 지정된 이후, 청도시 당국은 유자 유치를 통한 도시 발전이라는 큰 목표 아래 외자 유치에 전념을 다하고 있다. 청도시의 외자 유치 프로젝트에서 한국 기업은 이미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는 마침 “칭다오 한국주간 행사”가 열리고 있었는데 한국 투자 유치에 "올인" 하는 청도 경제를 단적으로 볼 수 있었다. "한국 거리"로 불리는 서북구의 시장3로에는 매일같이 한국 연예인 들이 초청되어 공연을 하였다. 도시 전체가 축제의 장이었고 여기저기에 "한국경제문화축제 도시경제 촉진달" 이라는 문구가 태극기와 함께 걸려 있었다.
청도시 외곽에 위치한 포스코 스테인리스 냉연강판 공장은 8월 시 운전을 앞두고 공사가 한창이다. 공장 앞에는 청도시 정부가 깔아준 6차선 도로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도로 중앙선 화단도 시정부가 조성했다. 이뿐 아니라 당초 구매키로 한 땅 옆 부지를 시 정부에서 확장용으로 쓰라면서 토지의 5분의 1가격으로 낮춰 제시할 정도로 청도시는 한국 기업 투자 유치를 위해 모든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시 정부가 무차별 외자유치에서 대기업 첨단기술 위주로 전략을 선회하면서 먼저 진출하였던 중소기업들의 보호막이 걷혀지고 있다. 실제로, 청도 정부의 정책변화로 중소기업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데다 대기업들 진출로 근로자들의 임금이 상승해 중소기업들은 산둥성 내륙으로 더 들어가야 할 형편에 놓였다. 이곳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한국시로 불릴 정도로 한국 기업의 진출이 활발한 청도. 기회의 땅임에는 분명해 보이나 그 내면에는 위험 또한 도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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