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누가 더 높이 날까?

[더비매치] 대한항공 vs 아시아나항공

[더비매치 25th] - 항공업, 그러나 항공업 자체는 투자자에게 매력이 없다.

비행기 안타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가치투자자들은 실생활에서 투자아이디어를 많이 얻는만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에 대한 투자도 한번쯤 고려해봤을 수도 있다. 허나 결론적으로 말해 항공운수업은 가치투자가 감당하기에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이 많아 연애 대상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항공운수업과 연애를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5가지

항공운수업을 피해야 하는 이유는 우선 정부의 입김과 통제 불가능한 외부변수 때문이다. 투자하면서 신경을 써야 할 것들이 많아 길게 투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먼저 항공운수업의 사업구조를 보자. 비행기로 사람이나 화물을 실어 나르기 위해서는 먼저 운항노선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운항노선은 항공사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운항노선은 먼저 각국의 교통관련 행정부서들간의 회담을 통해 국가의 공항간 운항노선의 수를 결정짓는다. 그리고 이렇게 결정된 운항노선은 각국의 항공사에게 일정규칙과 협의에 따라 분배를 하게 된다.

즉 운항노선을 항공사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고, 한국의 경우 건설교통부가 정해주는 것이 첫 번째 정부의 입김이다. 올해 4월, 정부가 인천-상하이의 신규노선 11회를 대한항공 측에 10개, 아시아나항공 측에 1개를 배정하며 아시아나항공이 소송을 걸었던 적도 있다. 또한 현재 파리-인천 구간은 프랑스와의 항공회담을 통해 하나의 항공사가 독점운행을 할 수 밖에 없고, 이는 10여 년이 넘도록 대한항공이 맡고 있다. 위와 같은 사례들은 스스로 사업의 영역을 결정할 수 없는 항공운수업의 한계를 보여준다.

두 번째로 항공사들은 스스로 가격을 결정할 힘이 없다. 정확히 표현하면 국내선은 가격을 결정할 수 있지만, 해외 노선의 가격은 정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국내선의 요금인상도 '공익'을 위해 시민단체의 압력과 언론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고속철도의 개통으로 인한 가격경쟁을 고려했을 때 국내선의 가격인상은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즉 아무리 원유값이 올라도 운임료를 마음대로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지난 6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유가가 기준가를 넘어설 때마다 단계적으로 할증료를 적용하는 국제선 여객유류할증제도 인가를 신청했지만 정부에서는 인가해주지 않았다. 정부는 교통이라는 사회적 역할을 더 중요시하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로 항공운수업은 비행기 운행에 필수적인 기름값에 따라 수익성에 급격한 영향을 받는다. 일례로 유가가 1달러 상승하면 대한항공은 약290억원(2,500만 달러), 아시아나항공은 약 150억원(1,300만 달러) 정도 비용이 상승하게 된다. 물론 이런 유가상승을 바로 운임료 상승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면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앞서 설명했듯이 가격결정력이 없다. 따라서 중동정세나 경기상승으로 인한 원유상승이 발생하면 곧바로 주가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네 번째로 비싼 비행기를 지속적으로 사야 하고 관리해야 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이익을 발생시키기 위해서 꾸준한 설비투자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주주의 호주머니나 기업의 이익잉여금으로 남길 수 있는 돈은 실제로 얼마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의 이익잉여금 추이를 보자. 1962년에 처음 사업을 시작하고, 1969년에 민영화된 지 35년이 지난 작년 대한항공의 이익잉여금은 마이너스다. 또한 1988년도에 사업을 시작한 아시아나항공의 경우에도 이익잉여금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무상증자 등으로 재무적인 숫자의 변동성은 있을 수 있겠지만, 얼마나 영업의 부침이 심한지 알 수 있다.

또한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항공의 자산을 보면 항공기 자산이 자산의 70%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매년 항공기와 관련하여 영업이익에 맞먹는 돈이 유지, 보수, 구매비용으로 투입된다. 분명 숫자상으로는 돈을 벌고 있지만, 현금흐름상 안정적일 수 없는 구조다.

마지막으로 항공사는 엄청난 부채를 지니고 있고, 이 가운데 많은 부분이 외화차입금이기 때문에 금리, 환율에 큰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부채비율을 100%미만으로 유지하고 삼성전자마저도 차입금을 전액상환 하겠다고 하였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1분기 현재 부채비율이 각각 289%와 456%를 기록하고 있다. 항공사는 한 대에 수천억씩 하는 비행기를 사오기 위해 많은 빚을 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불된 이자비용과 영업이익을 비교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이자비용을 갚느라 영업이익을 모두 소비했던 연도도 많다. 특히 최근처럼 미국금리가 상승하고 환율이 약화되는 모습을 보인다면 변동금리로 계약한 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밖에 없다.

어느 한 기업이 앞설 수 있도록 정부에서 허락하지 않는다

항공운송업이 가진 비즈니스 상의 취약점에도 불구하고 항공업에 투자하고 싶을 수도 있다. 요즘과 같이 항공운송업에 대한 낙관적인 산업전망이 흘러나올 때다. 유가가 안정되어 원가구조가 좋아질 것이고 산업경기의 호황으로 화물운송량과 함께 지속적으로 해외여행객이 증가하여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것이 낙관적인 산업전망의 이유다. 실제로 미주, 유럽과는 달리 동아시아는 중국경제의 성장과 일본경제의 회복으로 여객 및 화물수송량이 증가하는 속도가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다. 또한 국내에는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전 인구의 10%도 되지 않아 여행이 일상화 된다면 항공수요는 높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은 누가 더 높이 날 수 있을까? 실질적으로 두 기업의 차별화 요인은 크지 않다. 마일리지 제공 등의 마케팅을 통해 기존고객과의 관계를 강화시킬 뿐 엇비슷한 요금과 서비스만이 제공되고 있을 뿐이다. 다만 최근의 행보를 보았을 때는 대한항공은 화물수송 부분을 특화하며 매출비중을 꾸준히 높이고 있어 이익의 변동성을 점차 줄이고 있다. 반면 아시아나는 스타얼라이언스에 가입하며 브랜드가치를 높이고 기름 공동구매 등으로 비용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사업부를 매각하며 구조조정도 마무리되어가는 모습이다.

현재 두 기업의 가치지수만을 따지면 아시아나항공이 조금 더 싼 편이다. 대한항공의 PER가 8.7, 아시아나항공의 PER는 3.7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지배구조개선의 문제 및 2위 업체로서 가치보다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두 기업모두 아직까지는 월등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매출이 2배정도 앞서 있지만 이는 단지 선발주자의 이점이었을 뿐이다. 앞으로 어느 한 기업만이 부쩍 앞서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입장에서는 시장보호를 위해 후발주자의 경쟁력향상을 위한 교통정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석모 stonet@i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