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도 소비도 최대 '오버슈팅' 경고등

중국이야기 - 1.철강산업

 

예전의 중국이 아니다. 미국경제가 재채기를 하면 한국경제는 몸살이 난다고 했던가. 이젠 중국경제가 그런 미국경제의 영향력을 대신하고 있다. 중국이 경기과열 우려를 금리인상으로 해소하려들지도 모른다는 몇몇 예측가들의 견해에 종합주가지수는 추풍낙엽처럼 수십포인트씩 떨어지기도 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이제 중국을 알아야만 세계경제 전망이 가능해졌다. 대학경제신문은 VIP투자자문 애널리스트의 도움을 얻어 중국경제의 현실을 산업부문별로 나누어 알아보는 기획코너를 마련했다.

 

 

중국경제가 과열되었다는 중국 원자바오 총리의 한마디로 시작된 ‘차이나 쇼크’가 세계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개혁 개방 이후 중국의 경제성장은 실로 놀라운 실적이 아닐 수 없다. 미국경제의 침체와 더불어 세계경제가 불황에 빠져 있던 2001년에도 중국은 7.3%의 경제성장을 기록했다.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잡은 중국의 고속성장은 이제 더 이상 뉴스거리가 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연 9.1%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고, 올 1분기에도 9.7%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성장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것이 아닌가 하는 중국경제의 과열에 대한 우려가 등장했다.

 

지난 6월 초, 필자는 중국 경제의 심장부인 상해를 방문하였다. 상해시의 풍경은 달리고 있는 말과 같이 매우 역동적이었다. 거의 한 블록마다 30층 이상의 건물이 올라가고 있었다.주거 문화도 한국의 한강변에서와 같이 강을 중심으로 아파트로 바뀌고 있어 강줄기를 따라 아파트 건설이 한창 이었다. 황포강에는 철광석을 실어 나르는 배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도로는 자동차와 자전거가 가득 채우고 있었고 더운 날씨로 인해 에어컨은 집집 마다 설치되어 있었다.

 

경제가 발전하고 개방화 되면서 필자가 찾았던 상해시 전체가 빠르고 바뀌어 가는 모습이었다. 사회, 문화적으로 도시가 바뀌면서 철강에 대한 수요 증가는 너무나도 당연해 보였다. 또한, 철강특수를 노리고 설비투자를 급격히 늘리고 있는 중국 철강사들과 중국에 진출하려는 국내 철강사들의 심리도 어느 정도 헤아려졌다.

 

중국의 철강산업

 

대단위 건설현장의 증가, 자동차와 가전의 수요 증가는 곧 철강수요로 이어진다. 중국의 조강 생산량은 2억톤을 상회하여 세계 생산의 20.2%를 차지하고 있다. 철강소비는 2억 5,680만 톤으로 전세계 25%를 차지했다. 특히, 2004년에는 철강소비가 2억 9000 만톤 까지 증가해 전세계 철강소비의 34%까지 점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철강생산 중에서 생산증가가 가장 돋보이는 철강재는 판재류이다. 그 중에서 자동차와 에어컨 등에서 가장 큰 부문을 차지하고 있는 냉연강판의 생산이 크게 모자라는 상황이다.

 

중국은 철강석의 최대 생산국임에도 불구하고 철강의 생산 및 소비가 급증함에 따라 철광석의 수입도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이다. 2003년의 철강석 무역량 약 5억 톤 중 중국의 철광석 수입량이 약 1.4억톤으로 세계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의 철강왕국 바오샨

중국 1위 철강업체이자 "철의 여인" 셰치화 CEO로 유명한 바오샨철강(보산철강)은 세계 최대의 철강 생산•수입국인 중국의 철강산업을 이끌고 있는 주인공이다. 정식 명칭은 상해보산철강집단공사(上海寶山鐵鋼集團公司)지만 줄여서 상하이바오강(上海寶鋼), 바오강(寶鋼)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바오샨철강은 연간 생산능력이 2000만톤이 넘는 세계적인 철강업체다. 중국 전체 철강 생산량의 25%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종업원수 1만4000명에 달하는 세계 5위의 철강 회사다.
 
바오샨철강의 성장은 중국 경제의 급속한 팽창과 궤를 같이 한다. 1990년대 이후 중국 경제가 폭발적인 호황을 구가하면서 기계, 자동차, 가전, 조선 등 전 산업분야에서 철강 수요가 늘어난 것. 증국은 이미 세계 최대의 가전생산국이며 경제성장에 따라 건설 수요와 자동차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이는 철강 수요 증가와 직결됐고 서부대개발 등 중국 정부의 사회간접자본 투자정책이 더해지면서 바오샨철강의 눈부신 성장을 뒷받침했다.
 
바오샨철강의 성공신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포스코(005490)와의 관계다. 1980년대 중반 중국과 수교가 이뤄지기도 전에 중국 외교관이 포항제철 LA지사장을 전격 방문, 협력을 요청한 것은 널리 알려진 일화다. 실제 바오샨철강은 포항제철을 역할 모델로 삼아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었다.
 
80년대만 해도 바오샨 등 중국 철강업체들은 포스코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았다. 당시 중국의 최고지도자였던 덩샤오핑(鄧小平)도 "포스코를 배워라"며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을 '영웅'으로 대접했다. 그런 바오샨이 이젠 포스코를 넘을 태세다. 이미 그 정도로 성장했다. 세계 상위 20개 철강업체의 경쟁력을 매년 분석하는 '세계 철강동학(World Steel Dynamics)'지는 지난해 6월 바오샨이 포스코 다음으로 세계 일관제철소 중 경쟁력 2위로 올라섰다고 발표했다. 세계 최대 규모인 신일본제철을 앞질렀다는 것이다. 2002년엔 아시아. 태평양 철강품질협회가 주는 '품질 최우수상'도 받았다. 2002년 매출액도 777억위안(11조6000여억원)으로 포스코(11조6000억원)와 같아졌다.

 

 

국내 철강업체의 진출

 

국내 철강업체들의 대중국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중국지주회사를 설립하였고 추후호도 중국 내 여러 철강회사 지분에 투자할 계획이다. 중국에 가장 먼저 진출한 국내 기업은 연합철강이다. 연합철강은 이미 강소성에 유니온스틸 차이나와 무석장강박판유한공사를 통해 중국에 진출하였다. INI 스틸의 경우 지난해에 중국진출을 시작하였다. 전기로 압연 및 제강에 투자보다는 현재 중국내에서 생산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건설중장비 부품 공장을 건립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밖에 하이스코, 세아제강 등도 중국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 철강회사의 설비투자 증가는 우려스러운 일

 

중국 조강 생산 능력은 2005년에 3억 6600만 톤으로 생산 능력이 크게 증가할 예상된다. 다시 말하면 중국의 철강설비 확충은 지속되어 2006년에는 중국 자체의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수준까지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중국 제강 능력의 성장은 중국에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철강사에 큰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 자명하다. 중국 내에서 철강 특수가 이어지면서 경쟁력 없는 중소 철강 업체들이 난립할 경우 머지 않아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이럴 경우 규모의 경제를 얻지 못하는 중소형 업체는 제품을 팔기 위해 덤핑 판매를 할 가능성이 높으며 결국 국제 철강 가격을 하락 시키는 중요한 원인이 될 것이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반도체 가격이 크게 떨어진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철강회사의 성공은 미지수

 

높은 경제 성장 속에서 기초 소재 산업인 철강재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에 따른 설비투자 증가는 과열이란 단어가 익숙할 정도로 지나치다는 느낌이다. 향후 2008년 올림픽과 2010년 EXPO를 앞두고 중국의 SOC 투자 증가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80년대 초반 급속한 경제 성장과 더불어 늘어난 철강 업체들의 설비투자 증가는 결국 90년대 들어 심각한 제품 가격 하락을 야기했고 철강산업 구조조정이 완결될 때 가지 10년 이라는 긴 세월이 소요되었다. 현재 계속되고 있는 중국 철강사들의 설비투자 증가는 한국의 예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국내 철강사들이 앞다투어 중국에 진출하고 있는데 중국 경제가 과열 속에 수출과 소비에서 침체된다면 최악의 경우 중국 내에 투자한 모든 자산이 부실 자산으로 남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겠다.

 

김세훈 shkim@vip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