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추적] 벤트리 무차입경영 급등 어디까지?

벤트리, 무차입경영 급등 '어디까지?'

최근 모바일원에 인수된 벤트리가 30일 47억원대의 부동산매각과 함께 무차입경영을 하겠다는 소식에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벤트리는 30일 공시를 통해 강남구 논현동에 보유 중인 건물을 47억원에 매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매각대금으로 이번주안에 차입금 22억원을 상환하고 무차입 경영을 달성하는 한편 웰빙 음료 사업인 `M2` 영업 다각화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표로 전날까지 9거래일 연속 하락했던 벤트리 주가는 상한가에 진입했다. 다음날인 31일에는 개장부터 상한가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거래량은 1/10에도 못미쳤다.

새로운 주인을 맞이했는데도 줄곧 밀리기만 한 주가가 새로운 재료를 바탕으로 모처럼 반등의 기운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벤트리 주가는 작년 4월말 2900원대를 고점으로 이후 1년 가까이 지속적인 하락세다.

무엇보다 2002년 55억원, 2003년 101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실적이 주가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실적부진이 해소된다는 구체적인 징후는 아직 나타나고 있지 않다. 주가하락의 요인이 제거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벤트리는 자본금만 162억원이 되는 회사다. 그런데 작년 매출은 겨우 65억원 수준. 101억원의 대규모 당기순손실이 일시적이라 인정하더라도 자본금 대비 매출이 너무 미미한 게 사실이다.

벤트리는 또 작년말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15%에 불과했다. 22억원 정도의 부채에 따른 금융비용이 과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벤트리는 이미 70억원대의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 경영진이 나름대로 자금운용 구상을 갖고 있겠지만 부동산 매각을 반드시 호재로만 볼 수 없는 부분이다.

이번 주가 급등이 폭등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있을 수 있다. 필자도 그럴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

벤트리의 새 주인인 모바일원도 작년 5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한달 사이에 3배 가까운 상승을 한 바 있다. 모바일 게임 관련 재료를 배경으로 세력이 붙은 결과였다. 현재 주가는 감자를 감안하면 그 당시 폭등전 수준으로 돌아와 있다. 결국 투기세력에 의한 깜짝 폭등이었던 셈이다.

벤트리의 단기 주주들은 지금의 상승이 작년 모바일원과 같은 모양새로 가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하지만 펀더멘탈에 기초하지 않은 주가 상승의 끝은 대부분 그만큼의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투기적 급등락은 대부분 제로섬 게임이다.

전필수 philsu@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