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맨의 중국 탐방기] 용틀임하는 대륙

이재빈 03.12/31 00:00 조회 971 누적점수: 0

용틀임하는 대륙

중고등학교 국어시간에 나오는 사자성어중에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있습니다. 물론 여러분도 잘 아실테지만 뽕나무 밭이 변해 바다가 된다는 뜻으로 세상일의 변천이 심함을 비유적으로 나타낼 때 흔히 사용하는 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말이 가장 잘 들어맞는 예 중의 하나가 중국 상해(上海)가 아닌가 합니다. 물론 저는 뽕밭 시절의 상해는 보지 못했습니다만.

하지만 최근에 회사 업무차 상해를 방문했을 때 말로만 듣던 상해의 발전상을 직접 목격하고 그만 입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시골 촌놈이 서울에 올라와 번화한시내를 둘러보며 입이 벌어지듯이 말입니다. 여기가 정말 중국인가 싶었습니다. 상해는 중국 지도부가 용의 머리라고 부르는 중국 경제의 중심지입니다. 특히 도쿄와 홍콩을 제치고 아시아의 비즈니스 중심지가 되겠다는 원대한 꿈을 품고 있는 푸동지구는 중국 당국이 여의주를 물린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곳에는 특히 높고 기발한 디자인의 빌딩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곳곳에서 초고층 빌딩들이 쭉쭉 올라가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비즈니스인들 사이에서는 상해를 방문하거든 푸동지구에서 좀 떨어진 곳에 숙소를 정하라는 충고를 하곤 합니다. 끊이지 않는 공사소리에 잠을 잘 수가 없기 때문이랍니다. 물론 좀 과장된 측면도 있긴 합니다만. 실제로 필자도 상해에서 비행기로 한시간 정도 떨어진 닝보 시내의 한 호텔에서 머무는 동안 아침이면 인근 빌딩 공사장의 소음으로 잠에서 깨어나곤 했습니다. 이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경제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일례입니다.

<상해의 상징인 동방명주탑>

외제차로 가득찬 도로, 그러나

상해에는 국내선 전용인 홍차오공항과 국제공항인 푸동공항이 있습니다. 서울로 치면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인 셈입니다. 제가 상해에 도착하던 날은 나쁜 기상상태 때문에 비행기가 홍차오공항에 착륙했습니다. 홍차오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도중에 저는 중국 땅에 첫발을 내디뎠다는 흥분과 호기심으로 창밖의 풍경들을 유심히 관찰했습니다. 한가지 특이했던 점은 차들이 대부분 폭스바겐, BMW, 벤츠 같은 유명 외제차들이어서 차 브랜드만 놓고 보면 서울의 도로보다 훨씬 화려(?)했습니다. 특히 폭스바겐 차들이 많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폭스바겐은 1985년부터 중국에서 자동차 생산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교통체증이 심한 것은 서울과 비슷했는데 한 가지 서울과 또 다른 점은 비가 오는 와중이었는데도 우비를 입은채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정말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도로문화에 관한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악명 높은 도로문화로 유명하지만 중국에는 비할 바가 아닙니다. 차든 사람이든 자전거든 신호는 거의 지키지 않습니다. 무단횡단은 기본이고 어디선가 휙휙 갑자기 끼어드는 자전거와 차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또 시내의 일반 택시들은 대체적으로 지저분한 편인데 이 택시 기사들의 곡예운전은 가히 세계 최정상급입니다. 이런 경향은 상해보다는 닝보 같은 지방 중소도시나 시골로 갈수록 심해집니다. 자동차가 대중화되지 않았던 10~20년 전의 우리나라 도로가 아마 이와 비슷했을 것입니다. 길거리에 즐비한 고급 외제차와 아직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도로문화는 고속성장의 과도기에 있는 중국의 또 하나의 모습입니다.

글로벌 기업의 격전지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는 중국을 '광대한 신시장'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오늘날 수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돈을 싸들고 중국으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국내선 비행기를 타더라도 외국인들이 가득하고 중소도시 호텔을 가더라도 한국인을 만날수 있습니다. 심지어 아침에 저와 같은 테이블에서 아침을 먹었던 한 사업가는 도미니카에서 왔다고 했습니다. 오늘날의 중국은 단순히 저임금의 세계 공장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구 13억명의 거대한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어떻게 사업을 할 것인가에 대한 세미나가 끊임없이 열리고 있습니다. 중국에 투자하는 기업들의 투자 규모도 어마어마합니다. 한 번 투자했다 하면 수십억불, 심지어는 100억불을 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삼성과 LG가 차세대 LCD 생산단지에 투자하는 금액이 10~15억불인 것을 감안하면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있겠지요. 제가 일하고 있는 석유화학업종과 관련해서는 대만에 포모사라고 하는 대기업이 있는데 중국에 100억불 이상의 단일투자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삼성, LG,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우리나라도 왠만한 기업들 중에서 중국에 투자하지 않은 회사는 거의 없습니다. 국내기업이든 외국기업이든 들어서 알만한 회사들은 대부분 중국에 생산시설이나 R&D센터를 갖고 있다고 보면 될 것입니다.

거대한 대륙 중국은 분명히 우리에겐 위협적인 존재이자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재빈 w2strtg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