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3D 업종의 최강자

3D 업종의 최강자 '인선이엔티'

미국 월가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는 “지저분한 일을 한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혐오하는 기업이 있다면 바로 그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흔히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할 때 생기는 건축 폐기물을 처리하는 회사는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업종이어서 성장성이 없다고 단정 짓지 쉽다. 그러나, 더러운 건설폐기물을 게눈 감추듯 먹어 치우면서 매년 급성장 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경기 고양시 식사동에 자리한 환경기업 인선이엔티가 주인공이다.

우리 일행은 2004년 4월 6일 인선이엔티를 찾아갔다. 공장 입구에 들어서자 산처럼 쌓여있는 재생골재와 이를 실어 나르고 있는 수 십대의 덤프트럭의 바쁜 움직임들이 눈에 들어왔다. 플랜트에서는 뒤엉킨 콘크리트. 철재, 목재 등에서 이물질이 제거. 분리된 후 순환(재생)골재까지 만들어지는 과정이 매우 역동적이다. 제 1플랜트를 지나자 인선이엔티가 자체 개발한 순환골재만을 사용하여 짓고 있는 사옥과 부설연구소 건축물이 완공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건물은 환경부로부터 순환골재 실용화 시범사업으로 지정 받은 것이다.

이사님을 뵈러 들어간 회사 건물은 매우 허스름한 골재 건물이다. 실내도 오래된 철재 책상과 구형 컴퓨터, 낡은 쇼파가 몇 개가 전부였다. 실내 한 복판에는 여러 특허인증서와 상장들이 금테를 두르며 보기 좋은 곳에 진열되어 있어 대조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건설폐기물에서 고순도 순환골재를 만드는 기술을 세계 처음으로 자체 개발할 만큼 높은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이 엿 보였다.

인선이엔티는 건설폐기물 중간 처리업과 건설폐기물을 이용한 순환골재 생산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건설폐기물 처리비로 수입을 올리고, 다시 도로공사. 콘크리트 등에 쓰이는 골재를 생산해내 '꿩 먹고, 알 먹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순환골재 사업은 매립지난 해소에 기여하고, 환경 훼손 방지가 가능해 환경부의 정책적 지원을 받고 있다.

인선이엔티는 2002년 7월부터 1종 순환골재 생산시스템을 가동하기 시작해 연간 100만톤을 생산하고 있다. 순환골재 품질은 천연골재와 동등한 수준으로 단가는 천연골재의 70-80% 수준이어서 가격 메리트가 존재한다. 특히 원재료가 기존에 매립하는 건설폐기물로 비용이 소요되지 않아 영업이익률이 80% 이상 되는 고수익 사업 부문이다.

사업내용상 일반의 인지도가 높지 않은 회사지만, 외국계 펀드가 지분을 매입하는 등 내용은 꽉 찬 기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 관급공사의 경우 순환골재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돼 있고 올 7월부터는 폐기물 가격고시제에 따라 수익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지난해 1월에 환경부 소유의 광양매립장을 인수해 최종매립장 사업부문에도 실적이 기대된다. 광양매립장은 잔여 공장부지를 활용하여 향후 건설폐기물 중간처리 시설의 거점으로 활용도 가능하다.

인선이엔티에게 평탄한 길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사업 초기 다른 회사들처럼 값비싼 유럽산 설비를 들여왔지만 국내 폐기물과 특성이 달라 큰 손해를 보기도 하였다. 또한, 지난해에는 증자와 배당을 같이 하면서 시장에서 오해를 사기도 하였다. ‘배당금액의 30.5%는 대주주에게, 나머지 69.5%는 소액주주에게 하는 차등배당 방식으로 지분이 69.5%나 되는 최대주주가 배당금은 30.5%만 가져간다.’라고 발표하였다. 문제는 광양매립장을 인수하면서 부족한 자금을 메우기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하여 약 37억원의 자금을 주주로부터 얻어 낸데 있다. 배당을 줄여 자금을 사용하면 될 것을 유상증자까지 할 필요가 없었냐는 것이다. 물론 시장에서의 우려가 지나친 면이 더 크겠지만 불필요한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였다.

남들이 꺼려하는 3D 업종에서 최고의 기술력으로 탄탄한 기업가치를 일궈내고 있는 인선이엔티가 시장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소위 “섹시한 코스닥 미인주” 들과 같은 대접을 받을지 지켜 볼 일이다.

김세훈 shkim@vip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