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가치주] 디지털 콘텐츠계의 수호천사

이희천 04.01/19 00:00 조회 1847 누적점수: 0

디지털 콘텐츠계의 수호천사 - Macrovision Corporatoin

글로벌 가치주는 외국에 상장된 기업 중 독특한 사업을 하거나 앞으로 전망이 밝은 기업에 대해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영화 애호가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VHS 테이프를 복사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영화파일을 얼마든지 다운 받아서 볼 수 있지만,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VHS 재생기를 2대 설치하고 빌려온 테이프를 복사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VHS는 복사에 복사를 거듭 할수록 화질이 안 좋아지긴 하지만, 복사하는 자체에는 별 문제가 없다. 그런데, 간혹 가다가 화면 전체에 이상한 노이즈가 생기고 줄이 죽죽 그어지면서 복사된 테이프가 제대로 재생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미국 복제방지 기술 전문 업체인 Macrovision Corporation(이하 ‘매크로비젼’)의 복사방지 기술이 적용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매크로비젼은 VHS 이외에도 DVD, 음반, 유선 및 위성 TV, CD 및 온라인 소프트웨어를 위한 다양한 보안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VHS, DVD 영상 복제방지기술

1983년 설립과 더불어 매크로비젼은 VHS 복사방지 기술을 시장에 선보였다. 이 기술은 VHS 테이프와 재생기에 적용되어 복사 시 음향과 화질을 현저하게 저하시키는 기법이다. DVD에도 매크로비젼의 유사한 기술이 적용 되는데, DVD를 VHS 테이프로 녹화하면 VHS를 VHS로 복사 할 때와 비슷한 현상이 생기지만 DVD에서 DVD로 녹화할 때는 DVD 재생기가 복사를 자동으로 멈추게 설계되어있다. 미국에서는 1998년 ‘디지털 밀레니엄 재산권 법령’에 준해서 미국 내 판매되는 모든 VHS 재생기에 이 기능이 탑재되는 것을 법으로 규정했으며 세계적으로도 지적 재산권 협회가 나서서 복사방지 기술 적용을 장려중이다.

케이블 및 위성방송 프로그램에도 매크로비젼 기술이 적용된다. 이것도 역시 VHS 테이프 복사방지 기술을 기반으로 구연되는 것인데, 방송 수신 장치인 셋톱박스에 기술이 우선 적용되어 생산된다. 그리고 차후 방송국이 송신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해서 복사방지를 활성화 시킬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예를 들면, 뉴스 방송 시에는 복사방지를 적용하지 않지만 영화시간이 되면 방송국이 복사방지 기술을 적용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에 공급 된 위성방송 용 셋톱박스 중 90% 이상이 매크로비젼의 기술을 구연할 수 있게 생산돼 있지만, 위성방송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3년간 아시아 몇 개국과 영국만이 이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미국과 기타국가의 잠재 수요를 고려할 때 위성방송 복사방지 사업전망은 매우 밝다. 국내의 경우 현재 위성방송사인 Sky Life가 14개 채널을 통해 이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복사방지에서 관리솔루션까지

이밖에 매크로비젼은 소프웨어 저작권보호기술을 제공한다. 이 기술은 대표적인 오프라인 소프트웨어 매체인 CD-ROM과 탑재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자체에 기술이 적용되는데, 복제방지가 적용된 CD를 복제할 경우 복제본이 실행되지 않는 것이 그 특징이다. 하지만 요즘 CD 매체의 사용이 줄어 들고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소프트웨어 제품이 많아지면서 매크로비젼은 소프트웨어 개발자, 유통자, 사용자의 편리를 고려한 보안 및 관리 솔루션 기술을 개발해냈다. 기술분야 전문조사 업체인 인터내셔널 데이터 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아직 성숙 단계에 있는 온라인 소프트웨어 시장은 현재 90조원 규모이지만 2006년까지 190조원 규모로 성장 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매크로비젼은 음반복제방지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음반산업은 인터넷 보급과 저가 저장용 컴퓨터 기기들의 등장으로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산업이다. 지난 2년 동안 세계 음반시장의 규모가 20% 가까이 줄어들면서 음반 복제방지 기술의 필요성은 대두되었다. 매크로비젼은 자체 개발 기술과 지난 10월 이스라엘의 음반복제방지 기술회사의 전격 인수를 통해 현재 세계 메이저 음반사를 대상으로 복사방지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이 기술의 핵심은 컴퓨터에서 재생될 때 음원이 숨겨지는 대신 복제방지 기술이 적용된 전용 압축 파일을 재생하는 것이다. 또한 Microsoft사와 협력을 통해 Window Media Player를 이용한 복사 방지 기술을 구연 중에 있으며 복사방지가 적용된 음악 파일을 휴대용 MP3 Player 기기등에서 재생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매출 비중의 전환: VHS에서 DVD, CD에서 온라인으로

매크로비젼은 복사방지가 적용된 각 제품에 로열티를 부과한다. 다시 말해, DVD 1장, VHS 테이프 1개당 약속된 로열티 금액을 기술 사용료로 받게 되는 것이다. 현재 DVD와 온라인 소프트웨어 보안사업의 매출은 꾸준하게 늘고 있고, 새로 시작한 음반 보안사업 역시 가파른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창업 이후 전체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해왔던 VHS 사업은 DVD 생산이 늘어나면서 매출이 하락하기 시작, 현재는 전체 매출액의 5%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매크로비젼은 연평균 33%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영업이익 또한 연평균 41% 증가하고 있다. 주가는 1997년 이후 3년 동안 2회의 액면분할을 고려하면 200배 이상 치솟았으나 2000년 3/4분기 이후 10달러까지 하락, 현재는 25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매크로비젼의 디지털 콘텐츠 보안사업은 그 진입장벽이 두텁다. 먼저, 제대로 된 기술을 구연하는데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 될 뿐 아니라 시장이 원하는 기술을 제대로 파악한 후 개발을 단행하여야 하고 개발 후에도 다양한 재생기기에서의 호환성 테스트 등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또한, 복제방지 기술을 콘텐츠에 직접 삽입하는 생산업체와 기술의 삽입을 가능하게 해 주는 생산장비 업체들과의 관계 또한 단시간에 개선되지 않는다.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생산업체와 생산장비 업체들과의 협력이 미숙하다면 시장에서는 도입하기 어려운 기술이 된다. 기술의 변화가 비교적 빠른 보안기술산업에서 꾸준한 투자와 연구개발, VHS 복사방지 제품부터 쌓아온 생산관련 업체와의 원만한 협력 관계는 매크로비젼의 명백한 경쟁 우위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래를 보는 눈

매크로비젼의 사업은 크게 2가지로 나뉠 수 있다. 하나는 VHS와 DVD를 포함한 비디오 복사방지기술이고, 다른 하나는 소프트웨어 관련 보안기술이다. 비디오 관련 기술사업은 VHS에서 DVD로의 매체 변화에 적응하여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관련 제품 역시 CD 기반 소프트웨어에서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소프트웨어를 위해 다양한 보안 및 관리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에 관련된 보안사업이기 때문에 제품의 생명이 짧은 것이 단점이다. 매크로비젼은 이런 급변하는 미디어 산업을 얼마나 정확하게 예상 하여, 시장에서 원하는 기술을 앞서 개발 도입할 수 있느냐에 따라 사업의 성공여부가 결정 될 것이다.

이희천 heecheonlee@hotmail.com

Macrovision Corporation

나스닥 (NASDAQ) 상장

설립일년도: 1983

본사: 미국 캘리포니아 주 산타클라라

업종: 디지털 컨텐츠 관리 판매 보안 솔루션

매출: 1억 226만 달러 (2002년 4/4분기 누적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