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비매치] 잡초같은 생명력 vs 온실속의 화초

파라다이스 vs 강원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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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해 동안 직장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로또였다. 당첨만 되면 인생역전이 가능하리라는 대박의 꿈을 가진 채 많은 사람들이 주말이 다가오기 전 편의점에 줄을 서서 로또를 하던 모습은 익숙한 풍경이었다. 올해 로또가 약간 주춤한 틈을 타 부쩍 실내경마장이 많이 생기고 있다. 경기가 호황일 때는 호황이라서 잘되고, 불황일 때는 한탕심리에 의해 잘되는 것이 증명되는 것이다. Luck 비즈니스는 역시 불황이 없는 산업으로서 투자자에게는 매력이 있다. 거래소와 코스닥에 등록된 Luck 비즈니스는 많지만 대표적인 것이 카지노업체인 강원랜드와 파라다이스다.

 

카지노 사업에 대해 이해하자.

 

카지노업체의 매출은 산업의 특성상 독특하게 이루어진다. 일반적인 공식은 아래와 같다.

 

 

즉 카지노사업의 매출이 증가하기 위해서는 우선 게임의 판돈이 늘어나야 하고, 두 번째로는 카지노업체가 게임에서 이길 확률이 높아야 한다. 위 공식대로 따지면 판돈이 커지기 위해서는 사이드배팅을 허용하여 hand 점유율을 높이고, 배팅금액에 대한 상한선이 높아 평균배팅액이 높아져야 한다. 또한 딜러의 능력이 뛰어나 홀드율이 높아야 매출을 그만큼 늘릴 수 있다. 물론 업체의 홀드율이 높다면 손님들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으므로 그만큼 홀드율을 적정선에서 유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위와 같이 매출이 발생하면 기본적인 비용을 제외하고 이익이 계상된다.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은 카지노업체에서 게임 시 잃는 비용과 고객에게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컴프(COMP: 숙박 및 식비 등의 지불), 매출에 따라 변하는 관광진흥기금(매출의 10%로 판관비에 계상)이다.

 

일반적으로 카지노 사업의 매력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로 설비투자가 크게 필요하지 않은 사업이므로 버는 즉시 현금이 쌓이던가, 주주들에게 돌아올 수 있는 이익이 늘어난다. 쉽게 이야기해 이익의 질이 높다. 둘째로 기본적인 판관비용은 고정된 성향이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여 매출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이익이 증가하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점이다. 물론 이는 매출이 증가해야 누릴 수 있는 이점인데, 장기적으로 소득이 증가하고 삶의 질이 향상될수록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강원랜드와 파라다이스 어떤 기업이 더 매력적일까? 두 기업의 투자 매력도를 따지기 위해서는 태생적 차이, 각각의 강점, 정부의 규제 등을 살펴봐야 한다.

 

 

잡초 같은 생명력, 파라다이스

 

파라다이스는 관광산업육성정책의 일환으로 국내에 카지노산업이 허용된 이후 1972년 설립되었다. 카지노 산업은 당시 외화획득과 고용창출 등을 위한 목적으로 외국인 전용으로 허가되었고 파라다이스는 설립 후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사업장을 운영하면서 국내 카지노 시장의 58%를 점령하였다. 물론 파라다이스가 소유하는 자회사들(파라다이스 인천, 파라다이스 부산 등)를 고려하면 80%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유하며, 실질적으로 국내 카지노 업체를 점령하고 있는 것이다.

 

파라다이스가 가진 장점은 설립 이후 30년이 넘는 동안 적자를 기록하지 않았다는 것과 마카오, 동남아에 있는 카지노업체와의 글로벌 경쟁 속에서도 꾸준한 실적을 기록하며 성장해왔다는 것이다. 수많은 경쟁 속에서 잡초 같은 근성으로 그 동안 쌓은 노하우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국제 경쟁상황 속에서도 파라다이스가 가진 경쟁력은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로 뛰어난 VIP마케팅능력과 회원관리 능력이다. 파라다이스는 20%의 상위고객이 80%의 매출을 일으키는 파레토 법칙이 실질적으로 적용되는 기업이다. 즉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돈을 지불할 수 있는 외국인을 찾아 그들에게 항공권 및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여 카지노로 불러오고 있다. 주요 고객은 일본인과 중국인으로서 현지에 사무실까지 개설하여 1:1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30년 동안 고객관리를 해왔다는 것을 고려하면 고객기반은 안정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국제경쟁을 하기에 입지조건이 뛰어나다. 주요 고객인 일본인과 중국인들이 접근하기에 서울이 마카오보다는 항공시간을 고려할 때 동경과 오사카는 3시간 정도, 북경과 상해는 1시간 정도 더 가깝다. 특히 중국은 현재 경제성장에 따라 관광객의 숫자가 급증하고 있고 베이징 올림픽 이후에는 관광객의 기반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의 성장이 파라다이스의 이익으로 직결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마카오와 동남아 등지에 현재 대규모의 투자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우려스러운 사항이지만, 실제 카지노 영업장에서 돈을 쓰는 고객은 카지노를 즐기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그들에게는 거리의 근접성은 가장 중요한 선택요인이다.

 

물론 파라다이스의 성장은 주요 고객인 일본과 중국이 국내 카지노 산업을 허용하지 않는 운도 작용하고 있다. 파라다이스에 있어 가장 큰 리스크는 마카오, 동남아 등에 대한 카지노투자가 아니라 중국과 일본의 카지노산업 허용여부가 될 것이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에는 국회에서까지 논의된 바가 있다. 아쉬운 점은 파라다이스의 주요 악재들은 국내요인이 아니라 외국에 의한 것이라 예측이 어렵다는 것이다.

 

 

온실 속의 화초, 강원랜드

 

강원랜드가 파라다이스에 비해 갖는 이점은 크게 2가지다. 첫 번째로 정부가 내국인 허용이란 독점을 보장해주어 경쟁상대가 없다는 것이고, 두 번째로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도 수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강원랜드가 독점이란 지위를 부여 받은 것은 폐광촌이 되어버린 정선군과 강원도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강원랜드는 정부에서 부여한 독점성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성장을 해왔다. 현재는 2004년 말 골프장과 2006년 초 스키장 개장을 목표로 종합리조트 단지를 조성하여 가족휴양지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물론 이로 인해 부지매입 및 자본지출이 많아 순현금흐름이 좋지 않아졌지만, 투자는 2005년 말이면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가족리조트 휴양지로의 포지셔닝 변화는 우선 카지노업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긍정적으로 전환시켜줄 것이고, 두 번째로는 내국인 카지노인구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내국인 카지노인구의 확대와 외국인의 유입을 위해서는 불편한 교통수단을 먼저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제천에서 강원랜드에 이르는 길을 직선화시키는 도로공사를 진행 중이므로 이 부분은 상당히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서울에서 2시간이 넘는 거리는 외국인이 찾아가기에는 가까운 거리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투자가 일단락 된 이후의 주주정책도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사업구조상 시설 유지보수 이외에는 큰 돈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배당할 자원은 충분하다. 그리고 강원랜드의 설립취지를 고려할 때 대주주인 석탄합리화사업단과 강원도 지방자치단체를 현금배당이란 수단으로 간접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지역발전을 위한 예산 마련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박에 대한 사회적 부작용과 언론을 통해 비쳐진 강원랜드의 어두운 모습으로 인해 정부에서는 강원랜드에 대해 끊임없는 규제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치 경쟁 상대없이 홀로 차선을 달리고 있지만 속도제한이 있는 것이다. 시장의 강원랜드에 대한 우려사항도 결국 정부의 규제사항이다.

 

 

강원랜드 리스크의 현실화 가능성에 주의해야

 

강원랜드에 대한 리스크는 크게 2가지다. 앞서 지적한 정부의 규제와 내국인 카지노 업체허가를 다른 곳에도 내줌으로써 독점적 지위를 상실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강원랜드에 대한 정부의 규제는 크게 2가지 형태다. 배팅액 한도, 영업시간, 테이블 수 등 매출과 관련되는 부분과 관광진흥기금(매출의 10%), 폐광지역개발기금(세전이익의 10%, 2005년도부터 20%로 인상예정) 등 이익을 감소시키는 기금부분이다. 강원랜드의 수익이 정부와 지역자치단체의 호주머니로 들어가기는 하지만 도박의 사회적 부작용을 고려할 때 매출과 관련한 규제사항이 쉽사리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에는 수요증가를 고려하여 32대의 테이블 게임을 추가할 것을 문화관광부에서는 승인했다. 이로 미루어볼 때 배팅액 한도 등의 제한은 도박의 사회적 부작용을 위해 유지되더라도 장기적인 고객 및 수요증가로 인한 테이블 수 증가 등에 대한 규제는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즉 사람만 몰려들게 하면 매출은 충분히 증가할 수 있도록 정부입장에서는 도와줄 가능성이 높다. 또한 폐광지역개발기금도 2005년도에 10%에서 20%로 10%를 인상시키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추가인상은 없을 것이다.

 

두 번째 리스크인 독점적 지위 상실에 대한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도박에 대한 사회적 부작용과 언론 등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다른 내국인 대상 카지노를 정부에서 허가할 가능성은 낮다. 또한 폐광지역 지원이라는 강원랜드의 목적성과 현재의 시설투자를 볼 때 정부에서 강원랜드에 경쟁을 유발시켜 좋은 효과를 기대할 것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화초보다는 잡초를

 

강원랜드의 리스크가 단기적으로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역시도 정부란 온실이 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파라다이스는 30년간 국제적인 경쟁을 통해 쌓은 그들만의 경쟁력이 있다. 바로 고객관리능력과 딜러의 게임진행능력이다. 또한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힘이 있다. 파라다이스는 테이블 기계수를 제외한 hand점유율, 배팅액, 영업시간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중국인 관광객의 증가를 고려할 때 테이블 기계수만 확대된다면 매출액은 꾸준히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분기 매출을 보면 들어나듯이 강원랜드는 메인카지노의 개설과 방문자의 증가로 매출이 전년동기보다 56%, 전 분기보다 6.5% 성장하였다. 물론 하반기에는 테이블 게임수의 추가로 매출이 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파라다이스는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10.5%, 전 분기대비 4.5% 성장하였다. 전년도에 사스로 인한 피해로 기저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파라다이스의 경쟁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물론 강원랜드도 선도적인 입장에서 현재 스스로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는 과정이지만, 정부의 울타리보다는 무한경쟁체제에서 경쟁하는 업체가 장기적으로 더 매력적이지 않을까 한다.

 

정석모 stonet@i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