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비매치 17th!! 번호이동성 이후, 이통시장의 주도권은?

번호이동성 이후, 이통시장의 주도권은? - 단기적 LGT, KTF, 장기적 SKT으로 집중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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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번호이동성제도가 도입된다. 이로 인해 이동통신산업에서 힘의 균형이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과연 번호이동성은 이동통신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가격결정력이 없는 이동통신업

 

이동통신산업은 관점만 다르게 보면 유틸리티 산업과 비슷하다. 대부분의 매출이 내수에서 이뤄지고 지속적이고 꾸준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이란 특색을 갖췄기 점에서 그렇다.

 

단 유틸리티 주와 다른 점은 주주정책에 있어 아직까지 후진적이라는 것. 하지만 이는 아직 이동통신산업이 큰 시설투자를 필요로 하다는 점과 대기업의 과거 관행에서 기인하고 있다.

 

주주정책의 인색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가치투자자는 이동통신업의 절대적 강자인 SKT를 좋아한다.

 

그러나 통신산업은 가치투자자에게 매력적이지 못하다. 왜냐하면 통신업이 정부의 허가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정부의 입김에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가령 눈뜨고 코를 베어가도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동통신사업의 경우 전파를 이용해야 하는데 전파는 공용자원을 이용하기 때문에 정부의 통제는 더욱 큰 설득력을 가진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이동통신업체가 큰 이익을 내면 기업에게 가격을 인하하라고 압박을 넣는다. 이동통신요금 기본료, 통화료 인하, 발신자번호표시서비스의 가격인하 등이 그러한 예다.

 

내년도에 실시 예정인 ‘번호이동성’제도도 결국 소비자의 편의를 고려한 정책이다. 번호이동성제도는 가입자가 통신사업자를 변경하더라도 기존의 번호를 계속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 번호를 바꾸는 것에 대한 유무형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이동통신 사업자는 유치고객을 늘리기 위해 요금인하, 다양한 서비스생산 등을 강화하여야 하므로 고객입장에서는 아주 유익한 제도다.

 

번호이동성은 제로섬게임

 

번호이동성제도의 도입으로 내년부터 이동통신 시장의 힘의 균형은 바뀔 것이다,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등의 여러 가지 추측이 있다. 번호이동성제도는 기존 가입자들이 이동통신사를 옮길 수 있는 제도다. 이때 중요한 사실은 번호이동성제도가 이미 이동통신을 사용하고 있는 고객에게 적용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번호이동성제도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신규가입과는 달리 한명의 고객을 타사에서 유치시켜 오면 1명이 아닌 2명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따라서 이동통신사들은 대규모의 마케팅과 더불어 여러 가지 할인제도를 마련하여 타사의 가입자들을 유치하려고 할 것이다.

 

SK텔레콤은 기업브랜드와 통화품질, June, Nate 등의 우수한 컨텐츠 제공으로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의 이용도가 높은 무선데이터 서비스의 경쟁력이 가장 앞서 있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SK텔레콤이 고객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유인이 될 수 있다. 작년과 올해 팍스넷, 싸이월드 등의 인수로 인터넷상에서의 고객을 확보했다는 것도 장기적으로 고개들 유치에 있어 큰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에 반해 KTF와 LG텔레콤이 내세우는 가장 큰 장점은 요금할인이다. 장기가입자에게 더욱 많은 할인을 줌으로써 기존 고객이탈을 방지하고 무료통화서비스 및 정액제 상품을 제공하여 실질적인 요금인하를 제공하여 가계의 부담이 되는 통신비를 줄여 SK텔레콤의 고객을 유치시킨다는 전략이다. 또한 법인이 사원들에게 나눠주는 경우 통신비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법인고객들을 유치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LG텔레콤의 경우 국민은행 등과 뱅크온 서비스를 시행함으로써 은행연관업무를 타사보다 쉽게 제공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주의해야 할 것은 번호이동성은 통신업자들간의 공정한 경쟁기반을 마련해주기 위해 사업자 별로 시기에 차등을 둔다는 것이다. SK텔레콤 이용자는 2004년 1월 1일부터, KTF 이용자는 2004년 7월 1일부터, LGT 이용자는 2005년 1월 1일부터 타사 고객으로 바꿀 수 있다. 이로 인해 LGT, KTF가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결과로 이어지기에는 어렵다고 본다. 마케팅비용을 올해보다 더욱 많이 지출해야 한다는 점과 가격경쟁으로 인해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번호이동성제도는 어느 한 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라 산업전체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마케팅비용에 경우 똑 같은 광고비를 지출한다고 해도 매출액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SK텔레콤에 반해 LG텔레콤과 KTF에는 더욱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단기전이라면 LG텔레콤이 앞설 것으로 예상

 

단기적으로는 LG텔레콤과 KTF가 가입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번호이동성 시행 이후 저렴한 가격 때문에 가입자간의 이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번호이동성으로 인한 가입자간 이동은 크게 일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첫째 현재 소비자들은 번호이동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 내용에 대하여 혼란스러워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고객이동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게으르기 때문에 현재 사용에 대해 만족감을 느낀다면 굳이 이동통신사업자를 바꿀 가능성은 높지 않다.

 

두 번째로 단말기를 교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과 KTF, LG텔레콤은 주파수 대역이 다르기 때문에 번호이동을 위해서는 단말기를 교체해야 하며, KTF와 LG텔레콤의 경우에도 실제로 사업자간의 전용모델 및 특수기능이 있는 단말기가 달라 단말기교체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정부에서 단말기보조금을 금지한 상황에서 40, 50만원에 이르는 단말기교체비용은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더욱이 타 이동통신업체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신규가입비 및 변경수수료를 부담하므로 실제 부담규모는 약 50만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번호이동성을 도입한 대부분의 국가는 전환비율이 10%보다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 변경절차가 복잡했고 단말기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말기보조금을 지급했고 온라인을 통해 신청을 받았던 홍콩만이 약 60%의 전환비율을 유지했을 뿐이다. 지난 11월 25일 번호이동성을 도입한 미국의 경우에도 예상보다 적은 가입자 전환이 이뤄졌다. 결국 단말기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점을 고려할 때 큰 가입자변경은 예상하기 어렵다.

 

장기전에서는 SK텔레콤이 영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

 

오히려 2005년이 지나 장기적으로는 데이터서비스 및 통화품질이 우수한 SK텔레콤의 영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이동통신의 경우 지속적인 시설투자 및 연구개발비가 소요되는데 SK텔레콤이 시설투자에 있어 가장 여력이 크다. SK텔레콤이 June, KTF가 fimm 이란 브랜드를 내세워 데이터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안 LG텔레콤은 데이터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하지 못해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현재는 데이터서비스의 매출이 크지 않기 때문에 큰 타격은 주지 못하였지만 장기적으로 데이터서비스의 활용이 커진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향후 시설투자를 진행하여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힘을 가진 SK텔레콤의 힘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둘째 사이월드, 네이트 등의 인터넷통신상에서의 수많은 고객을 확보, 많은 데이터를 쌓아두었다는 점도 장기적으로 SK텔레콤에는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아직은 큰 수익을 거둬들이지 못하지만 무선통신망이 개방되는 시점에서 여러 가지 부가적인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는 점도 큰 강점이다.

 

셋째 011번호에 대한 브랜드가 없어지지만 신규가입자의 경우 010번호 이후의 뒷자리에 통신사업자별 고유번호를 부여한 것과 2008년 이후 변경고객의 중간번호에 대한 구분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에서 또다른 브랜드화의 가능성은 크다. 또한 SK텔레콤은 June 등의 서비스차별화를 이용하여 단말기에서 차별화를 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결국 번호이동성제도는 단기적으로 각 업체들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 수익성이 악화되어 산업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경쟁이 치열할수록 자본력과 서비스에서 앞선 공룡업체 SK텔레콤에게 영역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석모 stonet@i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