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가치주] 조선일보

조선일보, 가치주 WP에 비견될까?

언더그라운드 가치주 코너는 비상장회사들을 발굴하고 분석하는 코너입니다. 일반인이 투자할 수는 없지만 상장회사들과 같은 업종에서 경쟁하고 있고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고 있는 회사들을 분석하게 됩니다. 이 코너와 함께 좀 더 넓은 시야로 기업을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기릅시다.

‘오마하의 현인’ 워렌버펫은 나름대로의 기업분석과 투자논리로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투자가들에게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국내 가치투자가들도 워렌버펫이 보유하고자 했던 종목의 매입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회사를 열심히 찾는 모습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논리에서 우리는 워렌버펫이 살아 생전에 어떤 일이 있더라도 절대로 팔지 않겠다는 네 가지 기업을 알고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워싱턴 포스트 신문, GEICO 보험회사, ABC 방송국 그리고 나중에 그의 영구보유 종목 리스트에 편입된 코카콜라 등이다. 흥미로운 점은 워렌버펫이 매입하기 전에 “나는 이 주식을 살아 생전에 절대 팔지 않겠다” 하고 선언한 후 평생 보유한 게 아니라 수십 년 동안 보유하고 관찰하고 나서야 비로소 영구보유 항목 리스트에 올려놓았다는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 신문사 같은 경우는 20년 동안 보유하고 나서 영구보유 종목 리스트에 편입되었고 GEICO 보험사 역시 18년 동안 보유한 후에 영구보유 종목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그가 이러한 종목들을 평생동안 보유하겠다고 선언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워렌버펫의 영구보유 종목 중 하나인 워싱턴 포스트 신문과 같은 회사가 국내에도 있을까.

종목으로 본 조선일보

요사이 조선일보만큼 한국인들 사이에 화자가 되고 있는 신문은 드물 것이다. 현직 대통령이 조선일보와 오랫동안 대립하기도 하였고 모 연예인은 절대로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등 안티조선의 움직임은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다. 하지만 안티조선의 움직임이 격렬할수록 이는 조선일보의 영향력을 반증하는 예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이 곳은 상장이나 등록은 안 되어있지만 한 기업의 사업구조나 수익모델을 바탕으로 가치주를 탐색하는 코너다. 정치적인 이념이나 사상은 차치하더라도 하나의 회사로, 그리고 종목으로서 조선일보를 바라보도록 하자.

워렌버펫은 자신만의 종목을 사업요소, 경영요소, 재무요소, 시장요소의 네 개의 범주 내에서 살펴보았다. 하지만 이 곳은 언더그라운드 가치주 코너이기 때문에 시장요소를 제외한 세 범주 내에서 조선일보를 관찰하겠다.

기업요소

1) 회사의 활동은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가?

버펫은 모든 투자 행위의 결과는 투자가가 그 투자행위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에 정비례하여 결정된다고 말했다(<워렌버펫의 완벽투자기법> p142) 이는 그 기업에 대한 지식이 증가할수록 부담해야 할 리스크는 감소된다는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이런 관점을 고수한 투자가는 단기적인 주가의 움직임보다는 기업실적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게 되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를 바라보게 된다. 물론 회사의 사업구조나 활동이 단순할수록 투자가들이 이해하기 쉬운 것은 자명한 일이다. 조선일보는 신문/잡지발행업, 출판업 및 문화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기존의 신문이라는 인쇄매체를 바탕으로 잡지발행과 출판업과 같은 유관련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기 때문에 사업구조가 간단하다.

2)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가?

3ㆍ1 운동 후 일제의 조선총독부가 문화정치를 표방하면서 3개의 한국인 발행 민간신문을 허가하였는데 조선일보는 1920년 3월5일에 창간했고 나머지 <동아일보>와<시사신문>은 1920년 4월1일에 창간하였다. 그 후 1924년 9월에는 민족의 지도자로 추앙받던 이상재가 조선일보 사장으로 취임하여 ‘조선 민중의 신문’ 이라는 표어 아래 경영과 제작에 혁신을 단행했으나 경영면에서 안정을 기하게 된 것은 1933년 방응모가 인수/운영하면서부터였다. 이렇듯 한국의 보수언론을 대표하는 조선일보는 그 역사가 84년이나 된다. 일제 강점기의 시대와 한국전쟁 이후의 시대 그리고 1980년 군부시대의 격동기를 거치면서 오랜 세월을 견뎌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3) 향후 전망은 밝은가?

2003년 3월27일 기준으로 국내에 등록되어 있는 총 신문의 수는 126종이다. 중앙 일간지와 지방 일간지의 비중은 53:73으로 지방 일간지의 수가 많다. 그런데 이 중에서 경제나 스포츠 전문의 특수 일간지를 제외한 일반 일간신문은 93종으로 중앙 일간신문이 22종, 지방 일간신문이 71종에 달해 서울에서의 특수 일간지의 비중이 높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등록되어 있는 신문의 수(업계의 N)는 많지만 일반적으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가 발행부수 기준으로 전체의 72%를 차지하고 있어 일종의 과점구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조선일보는 국내에 총 1,688개의 보급망과 괌, 모스크바 등 25개의 해외보급망을 두고 있어 1,180개의 국내보급망과 5개의 해외보급망을 갖고 있는 중앙일보와 1,343개의 국내보급망과 21개의 해외보급망을 갖고 있는 동아일보와도 규모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조아세>로 대표되는 안티조선의 움직임은 조선일보의 판매부수에 어느 정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된다.

경영요소

1933년에 방씨 일가가 조선일보의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조선일보는 그 후 철저한 가족세습지향의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다. 조선일보가 84년이나 되는 오랜 세월동안 꿋꿋이 버텨온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시대상황에 재빨리 적응할 줄 아는 변화수용력일 것이다. 물론 이념적인 측면에서 비판이 가해질 수 있겠지만 기업의 생존 측면에서 중요한 능력이라 볼 수 있다. 경영자의 합리성과 솔직성은 이 범주내에서 밝히기 어렵다고 생각된다.

재무요소

워렌 버펫이 재무요소 중에서 중점적으로 강조한 것이 ROE였다. 버펫이 ROE를 강조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기업이 주주의 자본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면 구태여 경영진들이 잉여이익을 배당의 형태로 외부로 지출할 필요없이 내부에 유보함으로써 주주들에게 더 높은 수익을 환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ROE가 높은 수준에서 일정하게 유지되거나 아니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점에 비추어 볼 때, 조선일보가 IMF 이후 1998년에 2.16%의 ROE를 기록한 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02년에는 22.18%의 ROE를 달성한 점은 긍정적이다.

외형적인 성장의 측면에서 볼 때, 매출액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2년에는 4,817억원의 매출을 달성하여 일간지 중 최대 매출액을 달성했다. (2위가 중앙일보로서 4,174억원의 매출을 기록함)

조선일보의 이익은 2001년을 기점으로 상승하고 있는데 특이한 점은 경상이익의 규모가 영업이익이나 순이익보다 크다는 점이다. 특히 2002년에는 400억원에 가까운 영업외수익이 발생하여 지난 4년간 평균적인 150억원보다 2.6배 증가하였다. 이는 270억원의 법인세 환급액이 계상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점은 영업이익의 성장추세가 그리 강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판관비 중 지급수수료와 판매촉진비와 같은 마케팅 비용의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는 워렌 버펫이 고려한 카테고리를 고려해 볼 때, 완벽하지는 않지만 가치투자 대상에 포함된다고 생각된다. 언더그라운드 주식이기 때문에 정보의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뜻깊은 조사였다고 생각된다. 독자들도 워렌버펫이 보유했던 종목과 비슷한 성격의 기업들을 국내에서 발굴하여 그의 매수조건을 바탕으로 조사해보는 것도 뜻깊은 작업이라 생각된다.

양동선 sebian523@vip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