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가치주] 이랜드 (EㆍLand)

언더그라운드가치주 / 이랜드 (Eㆍ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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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가치주 코너는 비상장회사들을 발굴하고 분석하는 코너입니다. 일반인이 투자할 수는 없지만 상장회사들과 같은 업종에서 경쟁하고 있고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고 있는 회사들을 분석하게 됩니다. 이 코너와 함께 좀 더 넓은 시야로 기업을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기릅시다.

 

피터린치가 투자측면에서 선호했던 기업유형이 "한 때 위험에 처해있다가 강력한 구조조정에 의해 기업의 수익성이 급격히 개선되는" 이른바 전환형(turn-around) 기업이었다. 기업은 항상 좋은 시절만 있는 게 아니다. 최대의 실적을 올리며 승승장구하다가도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처를 못하거나 아니면 이것저것 문어발식 확장경영을 하면서 어느 순간에 갑자기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번쯤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던 경험이 있다가 다시 부활한 기업들에게는 왠지모를 신뢰감이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지난 과거의 어려운 순간을 값비싼 교훈으로 명심하고 다시는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을거란 믿음과 다시 한번 어려움에 직면한다고 해도 잘 대처할 수 있을거란 믿음이다. 그래서 주식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회사들 중에서 턴어라운드형 기업의 주식은 주가가 폭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언더그라운드에서도 전환형 기업이 있을까? 물론 있다. 외환위기로 한때 어려움에 직면했으나 지식경영의 전도사를 자처하며 부활에 성공, 수익성과 성장성의 두 마리 토끼잡이에 나선 이랜드를 만나보자.

 

이랜드의 역사 그리고 IMF 위기

 

이랜드는 1980년 이화여대 앞에 문을 연 '잉글랜드'라는 2평 남짓한 옷가게가 그 효시다. 여대생들을 타겟으로 한 감각적인 캐주얼 의류를 선보이면서 대학가를 중심으로 잇따라 체인점을 내게 됐다. 그 후 1983년에 브렌타노, 1985년에 언더우드, 1988년에 헌트 등 아직도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캐주얼 브랜드들을 계속 출시하면서 회사는 고속 성장을 구가하게 되었다.

 

하지만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랜드가 선택했던 전략은 다름아닌 사업다각화와 세계화였다. 이는 90년대 중반부터 내부적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과소비 풍조가 만연해졌고 외부적으로는 중국, 태국 등 후발주자들의 맹추격으로 수출경쟁력이 점차 떨어졌기 때문이다.

 

사업다각화로 추진했던 분야는 기존의 캐주얼 분야 외에 신사복, 숙녀복, 엑세서리, 제화부문 등 여러 분야였다. 하지만 이러한 사업다각화와 의류시장에 새로 진출한 대기업들과의 경쟁으로 말미암아 기업의 수익성이 급속히 악화되었고 급기야는 1997년 후반에 이른바 IMF 사태가 터지면서 이랜드는 기업존폐의 갈림길에 놓이게 되었다.

 

구조조정의 시작 그리고 지식경영

 

결국 이랜드는 1997년 9월부터 기업구조조정에 착수하기 시작했다. 당시 28개 법인 72개 사업부를 설치하고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벌이던 이랜드는 수익성과 성장 가능성을 기준으로 기업군살 빼기에 집중하여 2년여 만에 패션부문과 유통부문을 중심으로 8개 법인 32개 사업부로 정리했고 3,600여명이었던 인력도 절반수준인 1,800여명으로 대폭 줄였다.

 

또한 재무구조의 건전화 측면에서 부동산과 내의공장 매각을 비롯하여 1998년에는 미국 기금운용 회사인 워버그핀커스사로부터 3,200만 달러를 유치했고, 1999년에는 4월 아리랑 구조조정기금에서 333억원을 지원받아 1997년 말 전체 부채비율을 289%에서 1999년 말에는 135%로 대폭 축소하여 기업회생의 가닥을 잡았다. 외형은 비록 1조5,000억원에서 6,0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지만 1인당 부가가치는 1998년 월평균 90만원에서 2002년에는 무려 1,500만원으로 급증했다.

 

이렇게 수익성이 강화된 데에는 비주력사업부문과 무수익자산들을 떨구어내면서 기업의 몸집을 가볍게 했고 이어서 기업의 체질을 강화하기 위해 전사적 차원에서 도입한 지식경영(Knowledge Management)의 효과가 컸다.

 

지식경영의 전도사 이랜드

 

이랜드가 기업내부적으로 지식경영의 기치를 올릴 수 있었던 데에는 박성수 현 회장의 역할이 지대했다. 지금은 보편화되어 있지만 지식경영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1997년에 박회장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생산성 향상과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혁신함양을 기업내부에 체질화시키기 위해 자신의 경영지침을 지식경영으로 구체화하였다. 물론 생소한 경영기법이라 처음에는 다른 경영진조차 이해를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박회장은 지식경영이 조직내부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때까지 다음과 같은 다섯가지의 질문을 수시로 던지면서 경영자들을 독려했다.

 

1) 당신이 사업에 성공하기 위해 해야할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무엇인가?

 

2)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지식이 필요한가?

 

3) 이 지식은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

 

4) 생산성은 최소 50% 이상 개선되어야 한다. 어떤 지식을 개발하면 이런 혁신이 이뤄지겠는가?

 

5) 직원의 70%가 업무개선을 위해 동기를 가지고 지식을 개발해야 지식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경영자가 어떻게 해야 이런 결과가 나오겠는가?

 

그리고 구체적인 지식경영의 실천방안으로 균형성과기록표(BSC)와 지식몰(KMS)을 구성하였다. 균형성과표는 개인과 팀, 나아가 회사 전체의 성과를 수치화한 것이고 지식몰은 직원들이 현장에서 직접 실시하고 성과가 검증된 지식들을 DB화 하여 전 직원들이 공유하게 만든 것이었다. 박회장 주도의 지식경영은 이윽고 기업내부 구성원들이 공감하게 되었고 이랜드는 이 과정을 통해서 기업의 체질을 한층 강화시킬 수 있었다.

 

이러한 전사적인 노력으로 이랜드는 2002년 5월에 홍콩 유력 시사경제주간지인 Far Eastern Economic Review (FEER)에서 아시아 지역의 대표적인 지식경영 성공사례 기업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생산성과 수익성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이랜드식 지식경영을 포스코, LG전자와 같은 대기업은 물론 공정위 등 정부기관들까지 관심을 보이며 한달에 한번씩 이랜드에서 개최하는 지식경영 공개강좌를 수강하기도 했다. 이렇듯 이랜드 내부에서만 지식이 공유되는 것을 지양하고 나아가 국내의 모든 기업들에게도 지식경영을 전파하기 위해 이랜드는 열정적인 전도사가 되었던 것이다.

 

이랜드의 계열회사들

 

이랜드는 1980년 창립 때부터 본사는 기획과 구매 및 디자인 기능만을 담당하고 생산은 아웃소싱, 마케팅은 프랜차이즈 방식을 도입해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지금도 각 계열사는 철저하게 독자경영을 하고 있다.

 

주요 계열사들을 보면 다음과 같다.

 

㈜이랜드월드 : 국내 최대 규모의 유/아동복 및 내의사업을 전개

 

㈜이엘 인터내셔날 : 숙녀캐주얼, 시계/주얼리, 식품사업으로 구성

 

㈜이천일 아울렛 : 국내 최초의 패션전문 백화점식 할인점

 

㈜리드 : 캐릭터 사업과 인테리어 사업부문

 

㈜프란시아 : 가구사업부문

 

㈜이랜드 시스템스 : e비즈니스 컨설팅 회사

 

㈜이랜드 개발 : 건축업 분야

 

이랜드의 주력사업부문과 향후 계획

 

이랜드는 2001년 말에 이미 회사의 핵심역량이 캐주얼 의류와 유통업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 두 분야에 집중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유통에서 차지하는 의류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두 분야에서의 시너지 효과를 확신한 것이다. 최근의 내수침체는 구조조정과 지식경영의 두 축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추구해 온 이랜드에게 있어서 성장의 레벨업을 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다. 의류분야에서 이랜드는 3월에는 아동복 엘덴을 인수했고, 6월에는 아동복 뉴골드, 캡스를 인수했으며, 8월에는 6개 브랜드를 보유한 여성복 전문기업 ㈜데코의 경영권 확보 및 캐주얼 브랜드 제이빔을 인수했고 10월에는 유아복 앙떼떼와 베이비루니툰 등 2개의 사업부를 인수했다. 유통업 분야에서는 12월 백화점 10곳과 킴스클럽 15곳을 운영하고 있는 뉴코아백화점과 일괄 인수계약을 체결하여 기존의 2001아울렛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랜드의 이러한 거침없는 행보에 다른 업체들은 의심 반, 부러움 반으로 주시하고 있다. 즉 이랜드의 이러한 행보는 과거의 무분별한 사업확장을 되풀이 하는 게 아니냐는 게 그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이랜드는 엄밀히 말하면 인지도가 높은 기존의 브랜드를 비용측면에서 유리하게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신규 브랜드를 런칭하는 것보단 이러한 M&A를 통해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안정적으로 새로운 시장에 진입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러운 시선으로 이랜드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자금동원력을 의심할 수 있다. 하지만 2001아울렛 컨소시엄이 올초에 1,500억원 상당의 ABS를 발행했고 작년과 올 상반기의 순이익이 각각 1,300억과 800억원이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의류분야와 유통업의 시너지를 위한 이랜드의 공격적인 행보는 계속될 전망이다.

 

소금과 같은 기업 이랜드

 

이랜드는 매년 당기순이익의 10%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올해 환원된 순이익은 사회소외계층 지원이나 북한어린이 돕기 또는 매미와 같은 수해복구 기부금으로 사용되었다. 적극적으로 동사가 사회봉사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아마도 기독교 중심의 독특한 기업문화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된 데에는 1980년 초 이랜드의 모체인 잉글랜드의 초기맴버가 성경공부 그룹의 멤버였다는 태생적인 이유에 기인한다. 아무튼 이랜드가 지난 5년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한 액수는 재계를 통틀어서 삼성에 이어 2위였다.

 

기업의 본분은 이익창출이고 그 이익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경영이념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이랜드는 당분간 기업공개를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기업공개에 관한 논의는 2000년부터 검토해 왔지만 내부 유보자금도 풍부하고 자금조달에도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당장 기업공개할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과거의 어려운 순간을 지식경영으로 슬기롭게 헤쳐 기업의 체질을 강화하고 또한 창출되는 이익을 사회에 환원할 줄 아는 이랜드는 분명 매력적인 회사임에 틀림없다.

 

양동선 sebian523@vip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