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좋으면 빨리 알린다? 이번 시즌 조사해보니..

지난 14일 12월 결산법인의 3분기 분기보고서 제출이 마감됐다. 일부 연장 적용을 받는 기업은 있지만, 대부분 기업의 분기보고서가 이날 하루에 쏟아졌다.

실적이 한꺼번에 나오는 날은 투자자도 분주하다. 호실적을 발표하거나 어닝서프라이즈 실적을 달성한 기업은 발표 이후 주가가 급등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빨리 실적이 좋은 기업을 찾기 위해 분기보고서를 끊임없이 새로고침하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인다.

그런데 보고서를 직접 보기 전에도 해당 기업의 실적이 좋을 지 나쁠지를 가늠할 수 있는 힌트가 있다. 바로 보고서 제출 시각이다. 보고서를 언제 냈느냐에 따라서도 해당 기업의 실적이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이전에도 오랜 경력을 가진 투자자 사이엔 '실적이 좋을수록 빨리 알린다'는 속설이 있었다. 아이투자(www.itooza.com)가 막 끝난 3분기 실적 시즌을 맞아 이 같은 속설을 검증해봤다. 정말 개장 전, 장 중에 실적을 발표하는 기업이 장 마감 후 발표하는 기업보다 실적이 좋을까?

우선 14일에 3분기 보고서를 발표한 12월 결산법인 기업은 총 1504개였다. 오전 7시 정각에 발표한 케이티스를 시작으로 오후 7시 57분 포시에스까지 약 12시간 동안 끊임없이 분기보고서가 쏟아졌다.

이들 1504개 기업 중에 1259개 기업이 장 마감 후 실적을 발표했다. 전체의 83.7%에 해당하니, 보유종목 또는 관심종목의 실적을 기다리는 주식투자자들은 실적 발표 때도 인내심(?)이 필요한 셈이다. 그외 239개 기업은 장 중에, 6개 기업은 장 전에 실적을 발표했다.

검증에 필요한 좋은 실적의 기준은 2가지로 잡았다. 첫 번째는 '트리플 성장'이다. 트리플 성장이란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연결 기업은 지배주주 기준)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늘어난 경우를 뜻한다. 3가지 주요 항목이 모두 늘어날 정도로 성과가 뚜렷했다는 의미다(단, 전년 동기 영업이익,순이익이 적자였던 경우는 제외).

1504개 기업 가운데 트리플 성장을 달성한 기업은 354개다. 전체의 약 24%에 해당한다. 그런데 장 중에 실적을 발표한 경우, 이 비중은 32%로 올라간다. 표본 수가 매우 적긴 하지만, 개장 전에 실적을 낸 6개 기업 중 3개는 이 기준을 만족했다. 반면, 장 마감 후 실적을 낸 1259개 기업 중 트리플 성장은 22%로 전체보다 적었다.



코스피, 코스닥으로 시장을 구분해 살펴도 결과는 같았다. 코스피 종목 636개 가운데 장 중에 실적을 낸 기업 수는 64개인데, 이중 트리플 성장의 비중은 39%에 달했다. 반면 장 마감하고 낸 경우, 트리플 성장 달성 비중은 28%로 내려간다. 개장 전에 실적을 냈던 3개 기업 중 2개는 트리플 성장을 달성했다.

코스닥의 경우, 장 중과 장 마감의 차이가 좀더 확연하다. 장 중 발표기업의 30%는 트리플 성장을 달성해 장 마감 후 발표 기업인 17%에 비해 차이가 컸다.



두 번째 호실적 잣대로 전년 동기 대비 분기 영업이익 증가를 설정했다. 앞선 트리플 성장보다 다소 기준을 넓힌 셈인데, 결과는 비슷하다.

1504개 기업 중 55%가 영업이익 성장을 기록했다. 역시 장 중에 발표한 기업 중 해당 기준을 만족한 기업 비중은 67%, 장 마감 후는 53%였다. 특히 장 전에 발표한 6개 기업은 모두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늘었다.



코스피, 코스닥으로 시장을 구분해도 결과는 같았다. 코스피 종목 636개 가운데 장 중에 영업이익 증가를 발표한 종목 비중은 66%, 장 마감 후는 56%였다. 같은 기준으로 코스닥 종목은 67%, 51%다.



기업의 실적은 발표 당일이 아닌 기업이 보낸 지난 3개월로 결정된다. 사실 실적 발표 시각은 기업의 실적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셈이다.

그럼에도 위에서 살폈듯, 이를 언제 알리느냐는 의미있는 차이가 있었다. 투자한 종목이 장 중, 또는 개장 전에 보고서를 냈다면 좀더 설레는 마음으로 보고서를 열어봐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