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투자자는 안개 속을 걷고 있는 상황일 것입니다. 글로벌 재정위기 사태의 불똥으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수준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환율이 급등하면서 주가의 폭락이 이루어졌는데, 투자자들은 이를 회상하며 더블딥에 대한 자기암시적 예언을 내뱉고 있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큰 그림에서 화두는 미국과 유럽입니다. '미국이 더 위험하다', '아니다, 유럽이 문제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결국 둘 다 위험한건 마찬가지입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미국은 여전히 G2로서 경제의 패권을 쥐고 있으며, 과거와 마찬가지로 트위스트 오퍼레이션 등과 같은 정책을 반복적으로 실행할 수 있기 때문에 해결의 실마리를 스스로가 쥐고 있다는 점입니다. 반면 재정위기로 디폴트의 위험이 부각되고 있는 그리스를 포함해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나라는 그렇지 않습니다. 어느 나라로부터든 수혈이 없으면 국가 부도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스는 질서있든 없든 디폴트될 것인가? 미국 경기는 언제쯤 회복 시그널을 보일 것인가? 저 멀리 아니, 어쩌면 곧 걷히게 될 안개 밖에는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투자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현재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지가 필요하지만, 각국의 정치적/경제적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 자체가 무리수입니다.

앞으로의 외부 상황을 예측하는 것 보다는 현재가 어느 수준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투자자에게는 더 유익하리라 생각합니다. KOSPI 1700 초반의 PER(11년 예상 순이익 기준)은 현재 8배 수준입니다. 하지만 만약 글로벌 경기 상황이 나빠진다면 이 또한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더 보수적인 PBR을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 생각합니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마무리되고 미국의 경기가 회복세를 완연히 보이기 전까지는 안전마진으로써의 PBR을 확인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KOSPI의 PBR 밴드 

자료 : FnGuide

KOSPI에 따른 PBR 수준

* 순자산(자본총계)는 2011년 예상 기준

08년 금융위기 시절 KOSPI PBR의 바닥은 0.8배 내외 수준이었습니다. 금일 KOSPI 1,723.09의 PBR 수준은 1.11배 정도입니다. 08년 금융위기 시절과 비교해본다면 바닥은 아니지만 거의 저점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유럽의 재정 위기 국가들, 그리고 관련국들의 은행이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디폴트가 발생한다면 08년 수준까지 순식간에 내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현재 유로존의 공조화 분위기로 사태가 수습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비끗하면 재정위기가 실물 경제로 전이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금은 현금을 30~50% 수준으로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유럽재정안정기금이 충분한 수준으로 확대되어 재정 위기가 일단락, 그리고 미국 경기의 회복 시그널이 완연해지는 시기에 주식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매크로의 방향성을 예측하는 이들이 많은데, 확률은 반반입니다. 가장 정확한 답은 '모른다'이고, 여기서의 대처 방안은 PBR과 같은 내부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라 판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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