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향의 책 이야기(12) - 워런 버핏 머니 마인드

워런 버핏 머니 마인드
Warren Buffett: Inside the Ultimate Money Mind in 2021
지은이: 로버트 해그스트롬 Robert G. Hagstrom
옮긴이: 오은미 / 감수자: 이상건
출판사: 흐름출판 / 2022년 12월 / 347쪽 / 1만9000원



■ 요약
2017년 버크셔 주총장에서 한 주주가 버핏의 후계자에 대해 질문하자, 버핏은 리더는 반드시 ‘머니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고 답합니다. 아무리 영리하고 뛰어난 능력을 갖췄더라도 머니 마인드가 없으면 리더의 자격이 없다는 뜻을 명확하게 밝힌 것이죠.

머니 마인드가 뭘까요? 주주의 질문에 대한 버핏의 답변에서는 ‘자본 배분의 능력/기술’을 의미하고 있지만 저는 이런 의미까지 포함하는 ‘투자철학’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투자철학은 투자를 결정함에 있어 합리적으로 판단한 다음 실용적인 결정을 내리는 능력으로 이해했습니다.

저자는 버핏이 자신만의 투자철학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추적합니다. 돈을 불리는 데 관심이 많았던 어린 시절의 버핏은 다독을 통해 사업의 원리는 복리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성인이 된 다음에도 아버지 하워드 버핏 그리고 스승 벤저민 그레이엄, 필립 피셔, 찰리 멍거 등으로부터 배웠고 책을 통해 다양한 철학자로부터의 배움도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가치투자를 중심으로 주식투자 세계의 역사적인 흐름을 짚어줍니다. 그레이엄의 1단계로부터 필립 피셔의 2단계 그리고 네트워크 사업으로 대표되는 3단계까지 이동하는 가치투자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고 효율적시장가설 등 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투자법에 대해서도 설명합니다.

저자는 지금까지 버핏에 대해 쓴 책이 그의 투자기법을 다뤘다면 이 책은 버핏의 사고 체계를 정리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쓴 책과는 전혀 다른 내용을 들려주겠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책에서도 전작의 내용을 여러 차례 인용했듯이, 둘을 딱 잘라서 구분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따라서 제가 그랬듯이 이 책을 통해 버핏의 투자 기법이 만들어지기까지 어떤 과정을 밟았고 어떤 사람과 사상의 영향을 받았는지, 버핏의 투자철학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즐겼으면 합니다.

저자의 다독으로 다져진 해박한 지식과 명쾌한 이해력으로 주제를 잘 풀어주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저는 완전히 이해했다고 자신할 수 없는 무력감 또는 아쉬움을 느낍니다. 저자가 탐구하는 과정에서 근거로 삼거나 참고했던 다양한 대가들과 서적을 챙겨볼 필요성도 느꼈고요. 찰리 멍거가 주인공인, 저자의 다른 명저, '현명한 투자자의 인문학(Investing: The Last Liberal Art in 2002 & 2013)'을 처음 읽었을 때와 같은 느낌을 받은 것은 그래서일 겁니다.

이상건 님의 ‘감수의 글’과 저자의 ‘프롤로그’에서 쉽지 않은 이 책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에 대한 친절한 설명을 듣습니다. 본문은 주제를 6부로 나눴는데 1, 2부는 버핏의 투자철학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3부는 1~3단계로 나눠 가치투자의 진화 과정을 4부는 주식을 기업의 일부분으로 볼 것을 5부는 버핏의 투자법을 따르지 않는 전문 투자자들의 어리석음을 비판하고 마지막 6부에서는 결과보다는 과정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합니다.


​■ 개요
프롤로그
버크셔 주주총회 참석이 익숙한 저자가 들려주는 2017년 5월 6일의 주총 행사장 풍경은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선명합니다. 질의응답이 시작되었고 ‘맨날 같은 말만 듣는다면서 다음에는 오지 않겠다’고 푸념했다는 어느 주주의 말이 연상되는 분위기가 이어집니다. 그리고! 주주 한 명이 던진 평범한 28번째 질문에 대해 버핏은 이 책의 모티브가 되는 말을 꺼냅니다.

버크셔의 다음 리더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자질인 ‘자본을 배분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능력을 저는 ‘머니 마인드’라고 부릅니다. (p.17)

저자가 버핏을 처음 알게 된 것은 1984년 7월 증권회사 주식 트레이닝 프로그램 교육 과정 중 하나인 ‘버크셔 연례 보고서’를 읽을 때였는데, 버핏의 논리정연한 주장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주식 브로커가 된 다음 그는 고객들의 돈을 버크셔 주식과 버크셔가 투자하고 있는 주식들에 투자하는 한편 매년 출간된 버크셔 연례보고서는 물론 버핏과 버크셔에 관련된 모든 신문/잡지 기사를 수집합니다.

그는 버핏의 투자 원칙을 정리해서, 워런 버핏의 완벽투자기법(The Warren Buffett Way in 1994, 2005, 2013)이라는 명저를 썼고 이후 워런 버핏 투자법(The Essential Buffett in 2000) 등을 쓰면서 버핏 전문가로 인정받게 됩니다.

2017년 버크셔 주총장에서 그는 투자에 성공하는 사람들에게는 투자 신조보다는 올바른 사고방식/기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지금까지 썼던 방법에 대한 책과는 전혀 다른 사고에 대한 책을 쓰기로 마음 먹습니다.

1부, 지금의 버핏을 있게 한 돈의 감각
워런 버핏의-평범하지 않은-어린 시절을 살펴봅니다. 6살에 6개 들이 콜라를 25센트에 사서 낱개로 5센트에 팔아 20% 수익을 남긴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요. 7살에 산타 할아버지에게 채권을 다룬 책을 선물해달라고 빌었고, 8살에는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주식 책들을 읽기 시작했으며 11살에 첫 주식을 매수했다고 합니다. 벌써 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하지만 우리가 이 책을 읽는 이유는 버핏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버핏으로부터 배우기 위해서이겠지요. 버핏에 대해 샅샅이 뒤져 연구한 저자는 11세의 버핏이 오마하 공공 도서관에서 발견한 책, '백만장자가 되는 1,000가지 비밀'에 주목합니다.

복리의 미스터리를 깨치다
1936년 미네카가 쓴 이 책은 버핏을 다룬 많은 다른 책에서도 언급된 적이 있는데 저자의 관찰에 의하면 이 책은 버핏에게 사업가의 자세와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법에 대해 가르쳐주었고 무엇보다 복리의 마법을 일깨워주었습니다.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는 첫 번째 단계는 그것에 대해 아는 것입니다. 그러니 당신이 시작하고자 하는 사업과 관련된 시중에 나와있는 모든 자료를 읽고 다른 사람들의 종합적 경험을 배우세요. 그리고 그들이 멈춘 그곳에서부터 당신의 계획을 시작하세요. (p.32)


이러한 아이디어 교환을 멍청한 짓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신이 알아야 할 모든 것(혹은 그 이상)을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뿐입니다. (p.33)

돈을 버는 방법과 자세를 배웠으면 다음은 시작해야 합니다. 시작하기 전에 가능한 많은 조언을 구하되 최종 판단은 자신의 몫입니다. 버핏은 핀볼 게임기 설치, 신문 배달 등 어린 시절에 다양한 사업을 벌였고 성공했습니다.

주식의 가치를 따지기 시작하다
1947년 펜실베이아대학 와튼스쿨에 등록했지만 교수들로부터 배울 게 없었던 버핏은 수업을 듣는 대신 필라델피아에 있는 증권사들을 찾아가 주식시장을 공부하면서 보냅니다. 1949년에 오마하로 돌아온 버핏은 네브래스카대학에 등록해서 1년 만에 학사학위를 취득합니다.

1950년 여름,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를 읽고 감동받은 버핏은 그레이엄이 가르치는 컬럼비아대학에 등록합니다. 1950년 9월부터 수업은 데이비드 도드 교수로부터 1951년 봄 학기에는 그레이엄의 수업을 듣습니다. 이미 '증권분석' 내용 모두를 외울 정도로 숙지하고 있던 버핏은 그레이엄이 그때까지 A+를 준 유일한 학생이 되었습니다.

전설의 시작
그레이엄이 운영하는 투자회사 취직하고 싶었으나 거절당한 버핏은 1951년 여름 오마하로 돌아와서 투자에 집중합니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증권사에서 일하는 한편 오마하대학에서 '현명한 투자자'를 바탕으로 ‘투자 원칙’을 강의했고 잡지에 칼럼을 게재하기도 합니다.

그레이엄과는 주식에 대한 생각을 전하면서 틈틈이 연락했고 드디어 1954년 그레이엄의 부름을 받게 됩니다. 그레이엄 투자회사에서 2년 근무하는 동안 하루 종일 싼 주식을 찾았지만 버핏이 선정한 종목이 펀드 운용에 반영된 일은 없었습니다. (다른 글에서 보았는데)같이 근무했던 월터 슐로스의 증언에 의하면 그레이엄은 직원들의 제안에 좀처럼 동의하지 않았던 게 이유로 보입니다.

1956년 그레이엄이 은퇴하면서 캘리포니아로 거처를 옮겼고 버핏은 오마하로 돌아옵니다. 버핏은 그레이엄 투자회사에서 근무했던 경력이 더해져 그에게 투자금을 맡기려는 친인척이 몰려들었고 1956년 10만5천 달러로 첫 투자조합을 시작합니다.

1969년 버핏 합자회사를 청산할 때까지 13년 동안 연 평균 29.5%(보수 제외 23.8%, 다우지수 연 평균 7.4%)를 올렸고 자산 규모는 1억4백만 달러까지 커졌습니다. 버핏의 몫은 2천5백만 달러.

시장에서 더 이상 살 주식이 없다고 평가한 버핏이 조합을 청산합니다. 조합원들에게는 세 가지 선택지를 일러주면서 자신은 그 중 하나인 ‘버크셔 해서웨이’로 옮겨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버핏을 따라 버크셔로 이동한 조합원들은 버핏과 함께 복리수익의 마력을 경험하게 됩니다.

2부, 워런 버핏의 머니 마인드는 어디서 왔는가
시장에 대한 관점, 투자 방법, 투자자로서의 기질 등 3가지 요인이 조화를 이룬 사람을 머니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라고 표현했고 버핏의 투자 철학을 만드는 데 기여한 주요 요인들을 살펴봅니다.

버핏의 경우, 주식시장은 대체로 효율적이지만 항상 효율적이지는 않다는 것이 시장에 대한 관점입니다. 포트폴리오는 기업 중심 원칙에 충실한 종목들로 구성하고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할인가치로 평가해서 싼 주식으로 집중 투자한 다음 회전율을 낮게 가져 가는 것을 투자 방법으로 합니다. 10달러의 가치가 있는 주식을 5달러에 산다는 것을 즉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투자자로서의 기질이 있는 것으로 판단합니다.

철학적 뿌리가 되어준 아버지, 하워드 버핏
버핏은 ‘난소 복권’이라는 말로 자신의 가장 큰 성공 비결을 ‘좋은 복권에 당첨되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1930년 미국 중서부에서 백인으로 태어난 것이 성공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이었다고 하면서요.

워런 버핏은 아버지 하워드 버핏으로부터 ‘자기신뢰’를 배웠습니다. 아버지는 랄프 왈도 에머슨에게서 이 사상을 배웠고요. 에머슨은 대중의 어리석음으로부터 벗어나야 하고 대중의 생각과 관계없이 자신이 옳다는 것을 믿고 행해야 하며 대중의 생각에 머물면 성장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말합니다.

사회가 크게 요구하는 덕목은 바로 순응이다. 사회는 자기신뢰를 혐오한다. (p.66)

가치투자의 스승, 벤저민 그레이엄
그리스 철학에 정통한 벤저민 그레이엄은 스토아 철학을 수용했는데 바로 ‘자기신뢰’에 있습니다. 그의 명저, '현명한 투자자' 결론 부분은 에머슨 철학의 정수입니다.

당신의 지식과 경험에 용기를 가져라. 만약 당신이 알고 있는 사실로부터 결론을 내리고 그 판단이 합리적이라고 믿는다면, 다른 사람들이 주저하거나 반대하더라도 실행하라. 다른 사람들과 의견이 일치하는지에 따라 당신이 옳고 그름이 결정되지는 않는다. 당신의 정보와 추론이 옳다면 당신은 옳은 것이다. (p.71)

오랜 동반자, 찰리 멍거
두 사람은 1959년 처음 만났고 이후 관계를 이어가다 1978년 멍거가 버크셔의 부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본격적인 동업이 시작됩니다. 멍거는 버핏이 그레이엄의 전통적 가치투자로부터 탁월한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에 집중하는 투자로 한 단계 성장하는 데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칩니다.

경험주의와 합리주의, 그리고 실용주의
경험주의는 모든 지식은 실제 경험에서 비롯되거나 경험을 통해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프랜시스 베이컨(1561~1626)으로 대표됩니다.

합리주의는 진정한 지식은 사유에 의해,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자명한 진리들에 근거한 추론에 의해 얻어진다고 주장하는, 르네 데카르트(1596~1650)를 중심으로 경험주의에 맞섭니다.

100년 뒤 등장한 위대한 철학자 임마뉴엘 칸트(1724~1804)는 데이비드 흄(1711~1776)의 이론에서 통찰을 얻어 합리주의와 경험주의의 주장을 통합함으로써 실용주의를 이끌어냅니다.

이 이론들을 위대한 투자자들과 연결하면, 그레이엄은 일련의 명확한 사고 단계를 통해 지식을 습득한다는 점에서 합리주의자로 간주할 수 있으며 멍거는 진실은 관찰가능한 사실과 지식에 대한 증거를 제공하는 개인적 경험에 근거한다는 점에서 경험주의자에 속합니다. 하지만 멍거는 합리적인 판단을 중시했고 2010년에는 자신이 실용주의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레이엄의 영향으로 합리주의자였던 버핏은 멍거의 영향을 받으면서 그레이엄식 사고에서 탈피합니다. ‘그저 그런 기업을 저렴하게 매수하는 것은 잊고 훌륭한 기업을 적정한 가격에 사라’는 멍거의 조언을 적극 받아들인 것이죠.

그럼에도 버핏은 기업의 내재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매수함으로써 안전마진을 확보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한편 멍거의 영향과 직접 회사를 경영하면서 얻은 경험주의의 이점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칸트의 사상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머니 마인드는 합리적인 정신으로 선험적 지식과 후천적 경험을 겸비했을 때 최대의 가치를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온전히 이해하고 두 철학의 가치를 인정한다는 측면에서 합리적이며 또한 기존의 진리들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새로운 생각들도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실용적입니다. 따라서 지식의 가치를 인정하되 늘 배워야 할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겸손합니다. (p.103)

3부, 진화하는 가치투자
벤저민 그레이엄은 1914년 뉴버거 증권사에 입사한 이후 분석에 집중하고 잡지에 칼럼을 게재하는 등 꾸준히 성장합니다. 1923년 자신의 투자회사를 설립했고 책을 쓰기 위한 목적으로 1927년부터 컬럼비아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했는데 1956년 은퇴할 때까지 투자회사 운영과 강의를 병행하게 됩니다.

1단계: 현재 요소로 내재가치를 파악하라
그레이엄은 증권분석을 통해 현재 자산가치에 비해 싼 주식을 안전마진이 큰 주식으로 보고 이들 주식에 분산 투자했으며 실적, 배당, 자본을 가치 요소로 보았고 미래를 추정하는 행위를 피했습니다.

반면에 시장분석은 단기적인 시장 움직임을 추측하는 일종의 ‘두뇌 싸움’으로써 이 게임에서 위험 헷지는 불가능하며 따라서 ‘안전마진’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안전마진은 영리한 투자 전략으로, 주식을 내재가치 대비 크게 할인된 가격으로 매수하면 상당한 수익을 얻을 수 있으며 설사 내재가치 계산에서 실수를 했더라도 손실을 제한할 수 있으므로 시장의 단기적인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장기투자를 할 수 있게 합니다.

1972년 ‘씨즈 캔디’를 유형자산의 3배에 매수하면서 버핏은 그레이엄식 가치투자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1992년 버크셔 주주서한에서 ‘PBR, PER이 높고 배당수익률이 낮다고 해서 반드시 가치투자와 상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힘으로써 자신이 한 단계 발전했음을 선언합니다.

1980년대부터 미국 기업들은 공장, 부동산, 설비 등 유형자산 투자는 감소하는 대신 저작권, 상표권, 브랜드 등 무형자산 투자는 늘어나는 추세로 바뀝니다. 때맞춰 마이클 모부신, 애스워스 다모다란 등이 전통적인 가치평가법의 유효성을 낮게 평가하는 주장을 펼치기 시작했고요.

2단계: 미래 요소로 내재가치를 파악하라
버핏은 합자회사를 운용하던 1969년까지는 현재가치를 중시했지만 이후 버크셔를 경영하면서 미래가치에 중점을 두게 됩니다. 1단계에서 2단계로 넘어간 것이죠. 이솝 우화에 나오는 새 이야기에서 손안의 새 한 마리를 꼭 쥐고 있겠다는 것이 1단계라면 확률을 따져 가능성이 높다면 숲속에 있는 새 두 마리를 잡겠다는 것이 2단계 전략입니다.

버핏의 변화는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를 읽고서 1960년대에 필립 피셔와 만났던 것이 큰 역할을 했는데요. 양적분석에 머물러 있던 버핏은 피셔로부터 질적분석의 중요성과 함께 집중투자의 강점을 배웁니다. 피셔는 버핏에 대해 변화하는 능력과 성공적으로 변화를 실행하는 능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존 버 윌리엄스는 1938년에 출간한 '투자가치이론'에서 보통주의 내재가치를 배당 형태의 미래 순현금흐름의 현재가치로 계산하는 방법을 제시했는데, 버핏은 1992년 주주서한에서 그의 이론을 소개하면서 그로부터 영향을 받았음을 밝힙니다.

할인된 현금흐름을 계산해 가장 저렴하다고 판단되는 종목이 있다면 이것이 바로 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서야 하는 종목입니다. 그 기업이 성장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 수익이 변동적인지 안정적인지, 경상이익 및 장부가치 대비 가격이 비싼지 그렇지 않은지는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p.147)

1단계 가치투자는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으로 2단계 가치투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스토리가 진행되는 장편 영화에 비유했는데, 공감이 가는 멋진 표현입니다.

3단계: 네트워크가 주는 경제가치를 이해하라
가치투자의 1단계는 공장이나 부동산이 늘어나는 등 기업의 외형적 요소들이 커지는 것으로 기업의 성장을 판단했고 2단계는 상품의 매력도나 브랜드 가치 등 기업의 무형적 요소들을 기업 성장의 축으로 3단계는 지식, 정보, 엔터테인먼트가 창출하는 네트워크가 가치를 창출합니다.

빌 밀러는 아내가 근무하던 인연으로 1981년 레그 메이슨 증권사에 입사해서 리서치 업무를 맡게 됩니다. 1982년에 ‘밸류 트러스트 펀드’를 출시했는데, 이 펀드 운용 과정에서 가치투자 3단계 진화 과정을 밟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밀러가 리서치 헤드였던 키니와 공동으로 펀드 운용을 시작했을 때는 동사가 전통적으로 해왔던 1단계 방식으로 운용했으나 점차 미래현금흐름과 ROE 방식으로 변화시켰고 종목 수를 줄이면서 1980년대 후반에는 완전히 2단계 방식으로 바뀝니다.

1990년 10월, 밀러가 단독으로 운용하면서 3단계 방식으로 투자 방법을 전환했고 2005년까지 15년 연속 S&P500지수를 이기는 성과를 냅니다. 이런 변화는 밀러가 1993년 만난 씨티그룹의 CEO 존 리드로부터 산타페 연구소를 소개받은 것이 계기가 됩니다. 밀러가 산타페 연구소를 방문해서 연구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네트워크 산업, 버핏이 말하는 프랜차이즈 산업의 매력에 눈을 뜨게 된 것이죠.

밀러는 할인된 현금흐름으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해서 안전마진이 확보되는 주식에만 투자하는 방식으로 펀드를 운용했는데요. 저자는 밀러의 성공은 그의 성실함에 있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밀러가 철학자이면서 투자자, 즉 실용주의자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예전에 보았던 자료를 찾다 포기했는데, 빌 밀러는 2005년 이후 실적 부진에 빠졌고 2008년 금융위기 때는 큰 손실을 입고 퇴출 위기에 몰렸다 나중에 재기했습니다. 저자가 밀러와 같은 직장에 근무했고 그를 높이 인정하더라도 2005년 이후 밀러의 부침에 대한 내용이 빠진 것이 아쉬운데요. 저자의 설명은 없었지만 3단계 투자의 어려움은 빌 밀러가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2019년 2분기, 버크셔는 ‘아마존 닷컴’ 주식을 537,300주 보유하고 있다고 발표했으며 ‘애플’은 2016년부터 매수하기 시작해서 꾸준히 보유량을 늘리고 있습니다. 저자는 ‘애플’은 가치투자 2단계와 3단계에 걸쳐 있는 완벽한 투자 대상이라고 평가했는데, 멍거는 버크셔의 ‘애플’ 매수에 대해 버핏이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습니다.

가치투자의 메카, 컬럼비아대학 가치투자 수업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설명합니다. 1956년 그레이엄이 떠난 후 로저 머레이가 그레이엄의 봄학기 수업을 맡았고 1961년 데이비드 도드가 은퇴하면서 가을학기 수업까지 떠맡습니다. 1977년 머레이가 은퇴하면서 수업은 중단됩니다.

1984년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에서 '증권분석' 발행 50주년을 기념하는 컨퍼런스를 주최했고 버핏은 유명한 ‘그레이엄-도드 마을의 슈퍼 투자자들’이라는 제목의 연설을 합니다. 이 연설이 자극이 되어 기금이 모였고 강의는 부활됩니다. 브루스 그린왈드는 1991년부터 2015년까지 25년간 가치투자 수업을 운영합니다.

4부, 머니 마인드 관점에서 바라본 기업분석
그레이엄은 '현명한 투자자'에서, ‘기업을 운영하듯이 투자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투자’라고 했는데, 이에 대해 버핏은 지금까지 기록된 투자 관련 글 중 가장 중요한 7어절이라고 평가했다고 합니다.

그레이엄은 1973년 쓴 글에서, ‘최근 몇십 년간 주식시장은 주식의 시장가격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진 반면 예전에 비해 스스로를 기업의 사업주라고 생각하는 경향은 줄었다’고 지적합니다. 따라서 ‘보유하고 있는 종목이 근거 없이 하락할 때 투자자 스스로 투매에 가담하거나 이를 지나치게 염려함으로써, 기본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불리하게 바꾼다’면서 안타까워했는데요.

버핏 역시 ‘사업으로서의 주식(stock as business)’은 오마하에서 투자조합을 시작했던 1956년 이후 그의 투자에 있어 주춧돌이 되는 생각이었습니다.

투자할 때 주식시장은 결코 핵심 요소가 아닙니다.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종목들이 오랜 기간 매매되지 않는 것은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의 경제적인 운명은 우리가 부분적 또는 전체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기업들의 경제적 운명에 의해 결정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주식시장이란 것은 그저 어떤 사람이 무언가 바보 같은 짓을 제안하는 것을 보기 위한 곳일 뿐입니다. (p.211)

투자 존
투자자는 주식을 종이 쪼가리가 아닌 기업의 일부를 산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투자자는 사업가와 동일한 방식으로 기업을 보아야 하며 기업의 내재가치가 성장함으로써 수익을 얻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저자가 버핏의 투자기법을 다룬 책, '워런 버핏의 완벽투자기법'에서 제시하는 4가지 기준인 기업, 시장, 재무, 경영 요소에 대해 설명합니다. 기업 요소에서는 능력 범위 내에서의 투자를, 재무 요소에서는 ‘현금흐름’ 대신 ‘주주이익’과 자기자본이익/ROE를, 시장 요소에서는 안전마진을, 경영 요소에서는 자본배분의 중요성이 강조됩니다.

분산투자보다는 집중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는 해당 기업에 대한 분석을 강화함으로써 그 기업에 대해 충분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리스크를 낮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이유는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 자기자본이익률 전망이 밝고 경영진이 유능하고 시장에서 고평가 되지 않았다면 단순히 주가가 상승했거나 오래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매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5부, 왜 버핏의 방식을 따라하지 않는가
1997년 버크셔 주총장에서 멍거는 ‘(탁월한 성과를 올리는)버크셔의 투자 스타일은 정말 단순한데, 우리 투자 방식이 널리 퍼지지 않는 이유를 뭘까?’’하는 질문을 던집니다. 기시감이 느껴지는 의문이죠. 1994년, 버핏은 그레이엄의 '증권분석'이 출간된지 50년이 지났음에도 가치투자를 하는 투자자가 많지 않은 이유를 궁금해했습니다.

투자의 역사를 더듬어 올라가면서 시장이 효율적이라는 가정하에 만들어진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이 주식시장의 주류로 자리잡는 과정에 대해 설명합니다.

리스크/위험에 대해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과 가치투자는 크게 엇갈립니다. 전자는 가격 변동에 후자는 손실 위험에 두었는데, 조금만 생각하면 후자에 공감할 텐데 인간의 심리는 전자로 기울어지게 만듭니다. 감정이 이성에 앞서며 장기투자를 하지 못하고 단기적인 주가 움직임에 빠져드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버핏은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 어떻게 공부하면 되는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밝힙니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현대 포트폴리오를 이해할 필요는 없으며 두 가지 과정, 즉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법, 그리고 시장 가격에 대해 판단하는 법만 잘 배우면 됩니다. (p.273)

버핏은 비상장 기업에 투자한다는 것을 가정해서 ‘사업처럼 투자하는 것이 가장 좋은 투자법’이며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에서 중시하는) 단순 분산투자에 대한 비판을 덧붙여서 설명합니다.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을 오마하의 비상장 기업들로 제한한다면, 저는 우선 각 기업들의 장기적 경제성을 분석하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그런 다음 각 기업들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경영진들의 자질을 분석하겠지요. 마지막으로 최고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들을 합리적 가격에 매수하고자 할 것입니다. 분명한 사실은 이 도시에 있는 모든 기업을 동일한 비중으로 보유하지는 않을 거라는 점입니다. (p.275)

효율적시장가설의 지지자인 폴 사무엘슨은 노벨상 상금으로 버크셔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유명한데요. 사무엘슨은 버크셔 주식투자로 불린 자금을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자선 단체에 기부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버핏은, ‘사무엘슨 교수는 저와 같이 시장은 효율적이지만 완전히 효율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생각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습니다.

6부, 스포츠, 교육, 예술로 본 머니 마인드
투자에서 만이 아니라 세상 모든 일에서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설명합니다. 그랬을 때 결과와 관계없이 배우고 노력하는 일상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여러 차례 인용하는 자신의 책, '워런 버핏의 완벽투자기법' 마지막 문단을 인용하면서 과정을 즐기는 버핏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워런 버핏은 매일 일터로 향하는 것을 진정으로 즐거워하는 사람이다. 그는 ‘저는 제 인생에서 원하는 모든 것을 바로 이 일터에서 얻었습니다. 저는 매일매일이 즐겁습니다. 여기서 탭 댄스를 추고 그저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일하죠’라고 말했다. (p.328)


​■ 평가
워런 버핏의 투자법을 정리한 책, '워런 버핏의 완벽투자기법'을 읽고 버핏의 투자법에 대해 겉핥기로나마 알고 그를 버핏 전문가로 인식했다면 '현명한 투자자의 인문학'을 읽으면서 저자의 독서량과 이해력, 이를 풀어주는 글솜씨에 감탄했고 찰리 멍거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주총에 참석했던 저자가 ‘머니 마인드’라는 말을 듣고서 자신이 버핏에 대해 반밖에 몰랐다는 것을 자책하고서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오래 전부터 버핏과 버크셔에 대해 모든 자료를 읽고서 이미 버핏에 대한 탁월한 책을 내놓은 저자이지만 전작과 다른 관점에서 이 책을 쓰기 위해 많은 애를 썼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서 이 책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느끼면서도 버핏 전문가인 저자 덕분에 미처 알지 못했던 버핏과 그를 둘러싼 많은 얘기들을 듣는 재미가 컸다는 점을 밝히고 싶습니다.

또한 오마하의 현인, 버핏의 철학이 만들어진 과정을 추적하면서 저자가 학습했던 투자와 철학, 경제, 문화,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많은 대가들과 참고한 책자 등은 독자로 하여금 좋은 공부 거리를 선물 받은 느낌이 들 것으로 믿어집니다.

저자는 투자기법을 다룬 전작과 달리 이 책에서는 투자사고에 대해서만 다룬다고 했지만, 몸과 마음을 분리할 수 없듯이 투자기법과 투자철학을 따로 분리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고 봅니다. 차라리 투자철학은 실용적인 투자기법을 만드는데 필요한 이론을 제공하고 투자기법은 실제 투자를 실행하는 방법으로 이해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치투자 변화 과정을 3단계로 구분해서 보여주었는데요. 1단계에서 3단계로 넘어가는 것은 시대의 흐름이지만 개인 투자자보다는 큰 자금을 다루는 펀드운용사 관점에서 분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단계가 높아질수록 투자의 난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설명이 부족합니다.

따라서 제가 앞서 소개했던 책, 토비아스 칼라일의 '딥 밸류'나 크리스토퍼 리소-길의 '피터 컨딜의 안전마진' 등에서 일러주는 가르침을 상기하면서, 작은 자금을 운용하는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2단계는커녕 1단계 투자법도 여전히 효율적인 투자법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특히 좋았던 글귀
글이 길어진 탓에 많은 글 중에서 꼭 하나만 옮깁니다.

보유하기 좋은 최고의 기업은 장기간에 걸쳐 점점 더 큰 규모의 자본을 높은 수익률로 투자할 수 있는 기업입니다. 그 기업이 점차 수익이 증가하는 매력적인 곳에 투자할 때에만, 즉 기업 성장을 위해 사용된 1달러가 장기적 시장가치 측면에서 1달러 이상을 창출해내는 경우에만 투자자들은 기업 성장의 수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p.177)

* 문장 뒤에 표시된 숫자는 이 글이 나오는 책 페이지입니다.

※ 이 글은 정보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글에서 언급된 종목은 종목 추천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주세요. 투자 판단에 따른 모든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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