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향의 책 이야기(10) - 딥 밸류

딥 밸류 Deep Value in 2014
지은이: 토비아스 칼라일 Tobias Carlisle
옮긴이: 김인정
출판사: 이레미디어 / 2021년 12월 / 447쪽 / 1만9500원



■ 요약
딥 밸류. 즉, 깊은 저평가 영역에 있는 주식으로부터 탁월한 수익을 올린 대가들의 투자법을 집대성했습니다. 워런 버핏을 비롯해서 칼 아이칸, 조엘 그린블라트, 마이클 모부신, 데이비드 아인혼 등 명성이 높은 대가들 그리고 (저에게는)생소하지만 그들의 성과와 함께 소개되는 많은 투자자들은 각각의 투자법으로 큰 성공을 이뤘는데, 이들 모두는 가치투자의 아버지, 벤저민 그레이엄의 투자철학으로부터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책은 탁월한 대가들에 의해 재해석된 그레이엄의 가르침을 들려줍니다.

저자는 그레이엄이 싼 주식을 찾는 도구인 NCAV를 활용해서 (자산)가치에 비해 매우 싼 주식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만으로 시장을 크게 이길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많은 투자자들이 보여준 실제 사례와 경제학자들의 다양한 연구 사례를 갖고서 그의 주장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책 구성은, 옮긴이가 책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한 ‘역자의 글’, 그리고 딥 밸류 투자의 유효성과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라며 저술 이유를 상세히 밝히는 저자의 책 소개글을 담은 ‘서문’이 나옵니다. 또, 10가지 제목으로 나눈 본문에서는 딥 밸류를 이용해서 투자하는 방법이 생성되어 발전하는 과정과 뛰어난 투자자들에 의해 활용되어 왔다는 것을 많은 사례와 통계를 이용해서 설명합니다.


■ 개요
서문
딥 밸류 주식은-성장성과 수익성이 낮기 때문에-철저히 실패한 기업으로 보이지만 이런 주식은 투자자에게 큰 성공을 안겨줍니다. 매우 단순한 투자법이지만 직관과는 어긋나기 때문에 실행하기 어렵습니다.

매우 저평가된 주식을 선택하는 단순한 방법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운용했을 때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를 추적한 결과, 밑바닥에는 평균회귀의 원리와 행동주의투자자들의 활약이 있었습니다.

행동주의자들이 매력을 느끼는 주식의 전형적인 지표는 저평가, 대량의 현금 보유, 낮은 배당성향 등입니다. 그들은 이런 주식을 발견하면 배당성향을 높이고 과대하게 보유한 현금을 줄임으로써 내재가치를 끌어올려 가격할인을 해소합니다.

1장, 아이칸 선언
작년에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를 확신하고 트위터 주식을 선취매함으로써 큰 수익을 올릴 정도로 여전히 맹활약 중인 칼 아이칸이 이 책의 주인공입니다. 주주행동주의는 비교적 평화로운 그레이엄(1894년생)으로부터 시작되었지만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전쟁도 불사하는 아이칸(1936년생)이 그 뒤를 이어받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를 적절하게 표현한 저자의 말씀을 옮깁니다.

아이칸은 벤저민 그레이엄의 투자 철학을 받아들이고 활용해 깊이 저평가된 주식에 포지션을 구축할 수 있었다. 깊이 저평가된 주식에 주목한 덕분에 그는 비대칭 수익을 달성할 수 있었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었다. 투자자로서 아이칸의 진화는 행동주의의 진화를 거울처럼 반영한다. (p.22)

아이칸 선언, 1976년
작은 공황을 겪은 1970년대 초중반을 거치면서 주식은 가치에 비해 크게 저평가된 상태에 있었습니다. 버핏이 오랜 침묵을 깨고 미국식 유머로 주식을 사야 할 때라고 주장했던 그 시기이기도 하죠.

아이칸은 폐쇄형 펀드를 이용한 차익거래로 수익을 올렸던 경험을 바탕으로 저평가된 주식을 이용해서 차익거래를 하겠다는 전략을 담은 투자안내서를 예비 주주들에게 보냅니다. 아이칸의 전기 작가인 마크 스티븐스는 이를 ‘아이칸 선언’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우리의 주장은 '저평가된' 주식에 크게 포지션을 취한 뒤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해당 기업의 운명을 지배해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1. 경영진을 설득해 회사를 청산하거나 '백기사'에게 매각하도록 한다.
2. 대리전(proxy war, 위임장 대결)을 벌인다.
3. 공개매수를 제안한다.
4. 보유한 지분을 회사에 되판다. – 그린메일로 알려진 이 방법은 현재 불법! (p.33)

투자금이 작은 일반 주주들로서는 실행은커녕 엄두도 낼 수 없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투자한 기업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또는 주주행동주의자들이 접근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선정해서 미리 매수해두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도 있겠고요.


우리나라에서 주주행동주의는 오래 전에 시작되었음에도 그동안 성과는 미미했습니다. 그러나, 점차 진행 속도가 빨라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난 2월에 있었던 ‘오스템 임플란트’와 ‘에스엠’ M&A에서 대주주 지분만 할증해서 매매했던 것을 이번에는 매수자 측에서 일반 주주들의 지분까지 대주주 양도가와 동일한 가격으로 공개매수한 것이 좋은 사례입니다.

가치투자의 창시자인 벤저민 그레이엄은 행동주의투자의 원조이기도 했는데요. 그레이엄이 행동주의자로 나서게 된 것은 주주의 이익을 위해 일하도록 회사 경영을 맡겼던 경영자가 이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주주는 이사회가 지시하는 대로 행동할 뿐, 회사의 주인이자 임원의 고용주로서 자신의 개인적 권리를 주장할 생각은 거의 하지 못한다. 그 결과 많은, 아니 거의 모든 대기업에서 실질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하는 주체는 주식의 과반을 소유한 집단이 아니라 '경영진'이라는 작은 집단이다.
- 벤저민 그레이엄, 증권 분석, p.50

2장, 문 앞의 역발상 투자자들
1934년 '증권 분석'을 출간했을 때 그레이엄은 1920년대의 성공한 투자자에서 1929년 대공황을 맞아 파산위기까지 겪은 후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막 벗어난 시점이었습니다. 이런 경험은 그레이엄으로 하여금 ‘내재가치’와 주가의 차이인 ‘안전마진’에 대해 더욱 보수적으로 추정하게 되었고, NCAV(Net Current Asset Value: 순유동자산가치(*))를 적극 수용하게 됩니다
* 순유동자산가치(NCAV) = 유동자산(자산에서 고정자산 제외) – 부채 총액

그레이엄은 시가총액이 NCAV의 3분의 2이하인 기업을 매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이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은 ‘안전마진’-다른 표현으로 ‘청산가치’-이 충분한 것으로 ‘딥 밸류’ 투자의 기준이 됩니다. 그의 또 다른 명저, '현명한 투자자'에서 ‘안전마진’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옛 현인들은 인간의 역사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단 한 문장에 담아냈다. 건전한 투자의 비법을 이처럼 한 마디로 추출해야 한다면 우리는 감히 '안전마진'이라는 교훈을 제시할 것이다. 안전마진은 앞서 이루어진 투자 신조에 관한 모든 논의를 관통하는 일관된 주제다. (p.66)

그레이엄은 '증권 분석'에서 가치에 비해 싸게 거래되는 주식은 대개 그 기업의 실적 추세가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으로 판단했습니다. 이런 주식의 주가를 내재가치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경영진 교체, 매각 또는 청산 등의 방법을 제시합니다.

반면에 '안전 마진'이라는 명저의 저자, 세스 클라만과 그레이엄의 수제자인 워런 버핏은 ‘청산가치’에 집중하는 그레이엄의 투자법에 대해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자산가치를 빠르게 잠식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산가치를 매우 낮게 평가 받는-책에서 딥 밸류로 이름 붙인 주식에 투자하는-NCAV 전략에 대한 실험은 계속 이루어졌고 놀라운 결과를 얻게 됩니다.

뉴욕주립대 제프리 오펜하이머 교수에 의해 1971년~1983년, 13년 동안 NCAV 투자 기준을 충족하는 주식들을 매년 연말에 매수해서 1년간 보유하고 교체하는 형식으로 운용한 결과 연평균수익률은 29.4%(같은 기간 시장은 11.5%)가 나왔습니다. 표본 주식은 가장 작았을 때는 18개 가장 많았을 대는 89개 종목을 매수했다고 합니다.

저자는 1984년부터 2008년까지 25년을 대상으로 동일한 방식으로 실험했고 그 결과는 연평균 35.3%(시장은 22.4%)로 그레이엄의 NCAV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기준을 충족하는 주식은 1984년 13개, 2002년 152개 종목으로 각각 가장 적고, 많은 해였다고 하네요.

부지런한 저자는 일본, 영국에서도 같은 실험을 통해 유효성을 확인했고 제임스 몬티어는 1985년~2007년 전 세계 선진국 시장을 대상으로 순-순 주식 포트폴리오를 매수하는 전략을 실험해서 역시 시장을 월등하게 이기는 수익률을 올린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실험을 통해 확인한 것은 NCAV 전략은 여전히 유효한 방법이지만 대상 종목이 상대적으로 적은데다 대개 소형주라는 한계가 있었다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작은 자금을 운용하는 일반적인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여전히 ‘블루오션’이 존재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좋은 실적을 내지 못하고 따라서 주가가 떨어지는 통에 만들어졌을지도 모르는 ‘딥 밸류’ 주식이 큰 수익을 안겨주는 이유에 대해 저자는 ‘평균회귀(mean reversion)’ 현상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평소보다 나쁜 실적을 낸 산업을 보며 현재 업계 상황이 '불리하고' 따라서 그 산업을 피해야 한다고 가정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물론 실적이 평소보다 좋은 산업에 대해서는 반대로 가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결론은 대개 크게 잘못된 것으로 판명된다. 비정상적으로 좋거나 비정상적으로 나쁜 상황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이것은 일반 기업은 물론 특정 산업에도 해당된다. 이익이 줄어들 때는 이익을 회복하려는 방향으로 이익이 자본 대비 상대적으로 과도할 때는 이익을 줄이는 방향으로 교정력(corrective forces)이 작용한다.
- 벤저민 그레이엄, 증권 분석, p.86

3장, 워런 버핏: 청산인에서 경영자로
1956년 투자조합을 만든 버핏은 스승 그레이엄의 투자법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투자 종목수를 많이 가져가고 경영진을 절대 만나지 않았던 그레이엄과 달리 투자 주식은 몇 개 종목으로 집중했고 경영진과 직접 만나는 방식으로 투자합니다.

1959년 찰리 멍거를 만난 버핏은 멍거의 영향으로 순자산에 집중하는 담배꽁초 투자자에서 기업 이익에 집중하는 투자자로 발전하게 됩니다. 결정적인 계기가 된 1963년 아멕스 투자에 대한 얘기도 볼 수 있고요. 버핏은 1967년 조합원 편지에서 변화된 자신의 투자관에 대해 밝힙니다. 7번째 책, '워런 버핏, 부의 기본 원칙'에서 충분히 보실 수 있는 내용이므로 편지 인용문은 일부만 옮깁니다.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유가증권과 사업 평가에서는 언제나 정성적 요인과 정량적 요인이 함께 관여합니다. 분석할 때 극단적으로 정성적 요인에 치중하는 사람은 '가격은 어련히 알아서 따라올 테니 (전망, 산업 고유의 여건, 경영진 등)좋은 기업을 사야 한다'고 말합니다. 반면에 정량적 분석을 지향하는 사람은 '회사는(주식은) 어련히 알아서 잘 풀릴 테니 좋은 가격에 사야 한다'고 말합니다. (p.107)

1983년 버크셔 주주에게 보내는 주주서한에서는 ‘내재가치에 대한 생각’이 그레이엄의 생각과 달라졌음을 밝힙니다.

평가 척도로서 장부가치의 장점은 계산하기 쉽고, 기업의 내재가치 계산에 필요한 주관적인 (하지만 중요한)판단이 개입되지 않는 숫자로 된 지표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장부가치와 기업의 내재가치라는 두 용어는 의미가 크게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부가치는 회계적 개념으로, 납입자본금(contributed capital)과 유보이익(retained earnings)에서 발생한 누적된 재무적 투입분(financial input)을 보여줍니다. 기업의 내재가치는 경제적 개념으로, 현재 가치로 할인한 미래 현금흐름의 추정치입니다. 즉, 장부가치는 얼마나 투입되었는지를 알려주고 기업의 내재가치는 얼마나 산출할 수 있는지를 추정할 수 있게 합니다. (p.115)

버핏은 버크셔 기업가치에 대해 몇 년 전까지는 장부가치로 평가했지만 이후 (밝힐 수 없는 방식으로) 내부적인 평가방법으로 변경했다고 했는데요. 저는 무형자산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애플’에 집중 투자한 데서 그 이유를 짐작해봅니다.

저자는 딥 밸류의 우월한 성과는 버핏을 넘어선다고 주장하면서도, 가치투자의 아버지이며 스승인 그레이엄을 뛰어넘은 ‘청출어람’ 버핏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레이엄은 '이익이 사라진 상황에서는 이익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이익이 자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과도할 때는 이익을 줄이는 방향으로 교정력이 작동한다'고 경고했다. 버핏은 그레이엄의 경고를 인정하면서도, 뛰어난 경제성 덕분에 그레이엄의 교정력에 저항하고 높은 ROIC를 달성하는 기업이 있다고 믿었다. (p.127)

4장, 기업인수배수
1981년 대학원 시절, 조엘 그린블라트는 그레이엄의 NCAV 전략을 이용해서 6년(1972년~1978년)을 검증 기간으로 평가한 결과 시장에 비해 연평균 10% 이상 초과수익률을 올렸음을 확인하는데요. 하지만 어떤 ‘마법’같은 특징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2005년 그린블라트는 버핏의 투자 전략은 고 ROE(return on equity: 자기자본이익률)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라면서 ROE를 ROC(return on capital: 투하자본이익률)로 해석한 다음 ROC 전략을 이용해서 17년(1988년~2004년)을 검증했습니다. 그 결과 ROC 전략은 시장에 비해 연평균 18.4%(30.8% - 12.4%) 초과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나옵니다.

저자는 마법공식이 데이터 마이닝의 산물일 가능성이 있고 지나치게 소형주가 편입되었으므로 이 공식을 활용해서 시장을 이기기는 어렵다는 의심을 품고서 직접 검증합니다. S&P500 지수에 포함되지 않는 종목을 제외하고 48년(1964년~2011년)을 대상으로 마법공식을 적용한 결과 연평균수익률은 13.9%로, S&P500의 10.5%를 이겼지만 그 차이는 그린블라트가 검증한 결과와는 많이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린블라트가 고담 캐피탈을 운용하면서 ROC와 EY(earnings yield: 이익수익률)을 결합한 마법공식으로 20년(1985~2005년) 동안 연평균 40%라는 어마어마한 수익률을 올린 것은 사실이므로 저자의 주장은 저를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또한 평균회귀 원리에 의해 고ROC 주식은 저ROC로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서 장기적으로 낮은 수익률의 원인이 되므로 오히려 ROC가 낮더라도 자산가치에 비해 싼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하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마이클 모부신이 다양한 검증을 통해 확인해줍니다.

펀더멘털의 성과가 뛰어난 기업의 경우, 주가가 이미 펀더멘털을 반영했다면 투자 수익률은 시장 평균 수준일 것이다. 즉, 이기는 주식을 찾아냈다고 해서 보상을 받는 것이 아니다. 가격이 잘못 매겨진 주식을 발굴해야 보상이 있다. 펀더멘털과 기대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투자업계에서 흔한 일이다.
– 인용: 마이클 모부신, 운과 실력의 성공방정식, p.167

5장, 기계장치로 작동하는 시장
결국은 실력이 행운을 따라잡지만 주식시장은 운에 의해 결정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레이엄이 '증권 분석' 시작 글을 호라티우스의 시 한 구절, ‘지금 추락한 많은 사람이 일어설 것이고, 지금 영광을 누리는 많은 사람이 추락할 것이다’로 시작한 것은 시장을 움직이는 평균회귀의 원리를 강조하기 위해서일 것으로 짐작하는데요.

과거 3년 동안 수익률이 높았던 주식(승자주)은 이후 3년 동안 떨어지고 낮았던 주식(패자주)은 올라가며 과거 3년 동안 좋은 실적을 올렸던 주식은 이후 3년 동안 나빠지고 나빴던 주식은 좋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장은 오랫동안 가치와 무관하게 움직이지만 그래도 중요한 것은 가치며 결국 주가는 가치를 반영하게 됩니다. 또한 시장은 GNP 성장률보다 금리 수준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버핏의 분석에 의하면, 전기 17년(1964~1981년) 동안 GNP성장률은 373%였지만 시장은 제자리(Dow지수: 874 -> 875)였고 후기 17년(1981~1998년) 동안의 GNP성장률은 177%에 그쳤으나 시장은 열 배(875 -> 9,181) 이상 상승했는데, 그 원인을 금리(金利)에서 찾고 있습니다.

전기 17년 장기국채 금리는 1964년말 4.2%에서 1981년말 13.6%로 3배 이상 상승했지만 후기 17년은 1981년말 13.6%에서 1998년 5.1%로 하락했는데, 주식시장은 경제성장률보다는 금리의 영향을 받더라는 것이죠.


미 FRB에서 기준금리를 어떻게 할 거라는 루머에 출렁거리는 작금의 주식시장 상황을 보더라도 이 논리는 틀림이 없습니다. 앙드레 코스톨라니 영감이 ‘(중단기)시세 = 돈 + 심리’라고 했는데, 여기서 ‘돈’이 의미하는 것은 금리와 유동성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구루들은 우리에게 이런 시장의 원리를 진작에 일러주고 있었습니다.

버핏은 1999년 주주서한에서 금리와 밸류에이션의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중력이 물질에 작용하듯 금리는 밸류에이션에 작용한다. 즉, 금리가 높을수록 밸류에이션을 끌어내리는 힘도 더 강해진다. (p.188)

6장, 가치주보다 인기주: 복합기업의 유행
복합기업은 최첨단 기술 기업으로 인정받음으로써 고평가된(고PER) 자사의 주식 가치를 이용해서 싼(저PER) 주식을 인수합니다. 기업 가치는 피인수 기업의 이익이 더해져 더 좋아지고 이를 이용해서 또 다른 싼 주식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기업 가치를 불려나갑니다.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이 이를 가능하게 했지만 거품이 터지면서 한때의 유행으로 끝납니다.

그레이엄은 '증권 분석'에서 1934년에 이미 투기 세력에 의해 만들어진 거품 주식에 대해 경고했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검증이 가능해진 지금도 '새로운 시대', ‘신기술’에 광분하는 현상은 여전합니다.

'좋은 주식'은 아무리 높은 가격을 지불해도 건전한 투자라고 말하는 '새로운 시대'의 원칙은, 실제로는 '투자'라는 이름으로 도박 열풍에 대한 보편적 투항을 합리화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p.224)

7장, 떨어지는 칼을 잡을 수 있는가
(부진한 과거 실적과 낮은 밸류에이션을 가진 주식을 매수하는)역발상 가치주 투자 전략의 우월한 수익률에 대해 설명합니다.

검증 기간(1963년~1990년) 중 5년 수익률을 비교했을 때, 역발상 가치주 수익률은 인기주 수익률을 크게 앞섭니다. 편입 시점에서 보면 순이익, 현금흐름, 매출, 영업이익 성장률 등에 있어 인기주가 역발상 가치주에 비해 월등히 앞서지만 인기주는 가치에 비해 훨씬 더 비싸기 때문에 수익률에서는 가치주에 뒤지게 됩니다.

심지어 역발상 가치주에서도 적자 기업으로 구성한 포트폴리오가 흑자 기업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앞섰고 흑자 기업 중에서도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은 종목이 지급한 종목의 수익률을 앞서는 것으로 나옵니다.

톰 피터스가 주장한 ‘초우량 기업’은 고ROE 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ROE가 낮아지면서 수익률이 하락하는 현상을 보였습니다. 신용등급으로 비교했을 때도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보다는 낮은 기업의 수익률이 더 높은 현상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그레이엄의 1976년 마지막 인터뷰 내용을 4장과 이번 7장에서 두 차례 인용했는데요. 이 인터뷰에서 그레이엄은 ‘뛰어난 가치투자 기회를 찾는 방법으로 더 이상 정교한 증권분석 기법을 옹호하지 않는다고 밝힙니다. NCAV 전략은 실패할 염려가 없는 체계적인 투자 방법이자 변함없이 신뢰할 수 있고 만족스러운 방법’이라고 조언합니다.

인덱스펀드 창시자인 존 보글은, 그레이엄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밝힌 ‘더 이상 정교한 증권분석 기법을 옹호하지 않는다’라고 한 이 글귀에 대해 ‘인덱스펀드’를 의미한다고 했는데요. 과연 누구의 해석이 맞을까요?^^

다모다란 교수는 평균회귀를 주장하면서 인기주 투자의 위험에 대해 주의를 주는 한편 가치주 투자의 장점을 강조합니다.

잘 나가는 좋은 기업을 매수하고 기업의 이익이 성장해 주가를 더 높이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를 바탕으로 한 모든 투자 전략은 위험하다. 현재 주가에 경영진과 기업의 자질이 이미 반영되었을 가능성을 무시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현재 주가가 타당하다면 (그리고 시장이 기업의 자질에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있다면)가장 큰 위험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업이 빛을 잃고 프리미엄도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시장이 기업의 가치를 과대평가한 상태라면 훗날 기업이 기대한 성장률을 달성하더라도 투자 수익은 저조할 가능성이 있다. 이 전략으로 시장 대비 초과 수익률을 달성하는 경우는 단 하나, 시장이 기업의 자질을 과소평가했을 때뿐이다. (p.297)

8장, 기업사냥의 예술
1970~80년대 크게 저평가된 오일 업종에서 M&A 전문가로 활약하는 티 분 피컨스와 1960년대 저평가된 섬유산업에서 버크셔를 인수하는 워런 버핏의 사례를 소설 형식을 빌려 재미있게 설명합니다.

‘딥 밸류, 싼 주식’에 대해 캐나다의 워런 버핏으로 불린 피터 컨딜이 쉬우면서 명확하게 설명한 글이 있어서 옮깁니다.

주식이 싼 것은 그 주식의 PER이 낮아서도, 배당수익률이 좋아서도, 이익증가율이 높아서도 아니다. 이런 지표들이 도움이 되긴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싼 주식이란 그 주식의 주가가 재무상태표 분석을 통해 계산한 청산가치(즉, 그 기업의 내재가치)보다 낮은 주식이다. 그런 주식만이 ‘안전마진’을 제공해 준다.
– 크리스토퍼 리소길, 피터 컨딜의 투자 비밀, 안전마진, p.15

9장, 한니발의 승리 활용법
1970년대 이후 칼 아이칸의 주주행동주의는 계속되었는데, 2000년대 들어서는 생명공학 산업에서 많은 기회를 발견합니다.

아이칸이 벌인 주주행동은 목표 기업의 펀더멘털을 개선시킴으로써 이익률을 올리고 배당성향 확대를 이끌어 냄으로써, 가치에 비해 싼 주식의 주가를 끌어 올립니다.

10장, 딥 밸류 전략 적용하기
주주행동주의자들이 목표로 삼는 전형적인 기업은 최근 주가가 부진하고, 밸류에이션 배수가 낮으며, 현금 보유량이 많고, 성장 기회가 거의 없는, 바로 그레이엄의 NCAV 전략을 활용할 기업입니다.

이들 기업은 주주와 경영진 사이에 배당 정책 등과 관련해서 이해 상충이 있는, 즉 대리인 비용 부담이 큰데요. 경영진은 낭비할 가능성이 있더라도 잉여금을 재투자해서 자산을 늘리고 싶어하는 반면 주주들은 배당 등을 통해 잉여금을 회수하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주주행동주의자는 이런 기업을 인수하거나 경영진을 압박해서 배당성향을 높이고 내재가치를 개선해서 시장가격과의 할인 폭을 줄입니다.

버핏은 지속가능한 높은 ROE를 유지할 기업을 찾아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서 고ROE 주식에 투자해서 높은 성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버핏과 같은 능력이 없는 일반 투자자들은 저성장 가치주에 투자하면 되고 실제로 더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저성장 가치 주식에 투자하는 딥 밸류 투자입니다.


■ 평가
이 책은 8번째 책으로 소개했던, '의장! 이의 있습니다'의 후속편 혹은 또 다른 버전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고 많은 사례로 든 사건을 소설 쓰듯이 흥미롭게 서술하는 방식이 그렇습니다.

'의장! 이의 있습니다'가 갖은 방법을 동원해서 저평가된 주식을 제 가치에 어울리는 수준으로 올리기 위한 주주행동주의의 활동의 관점에서 다뤘다면 이 책은 단순히 싼 주식에 투자하는 것만으로도 주주행동주의자들의 활약이 더해지면서 시장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줍니다. 그게 그거 아니냐고요? 음~ 제 서술 능력의 부족을 탓할 수밖에 없네요^^

오펜하이머 교수는 1970년~2010년 통계를 분석해서 최악의 주식이 최고의 수익을 올린다는 결론을 내렸는데요. 저자는 오펜하이머의 입을 빌려 다음과 같은 말을 하고 있는데, 이 책을 통해 독자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자신의 생각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 것으로 짐작해 봅니다.

보잘것없는 주식들 중에서도 가장 보잘것없는 주식이 최고의 수익률을 창출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p.274)

버핏의 고ROE 투자법은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그런 투자를 할 수 없으므로 초저평가주에 투자하는 딥 밸류 투자법이 더 낫다고 주장합니다. 한편으로는 딥 밸류 투자가 버핏의 ROE 투자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고 하는 등 가끔 상치되는 설명을 들으면서 혼란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추천하고 싶었던 것은 단순히 가치에 비해 싼 주식을 사는 것만으로 시장을 크게 앞서는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현재 인기주에 투자하기 보다는 가치에 비해 싼 주식을 매수하면 장기적으로 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해줍니다. 그러면서도 적자를 내고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는 주식이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주장은 통계로 증명되었다고는 하지만 이를 믿고서 선뜻 실행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저자가 주장하는 자산가치에 비해 매우 싼 주식만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운용하는 것보다는 자산과 이익 두 지표 모두를 충족하는 저PBR이면서 저PER 주식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면 마음 편하면서 시장을 이기는 투자가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더구나 우리나라 주식시장에는 이런 주식들이 충분히 많이 있으니까요.

많은 통계로 신뢰감을 주면서-모든 소음에 귀를 막고-오로지 싼 주식을 사기만 하면 성공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소외감에 시달리면서 기다리는 게 일상인 가치투자자들에게는 큰 용기를 줍니다.

책 이야기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반복하게 되는데, 주주행동주의가 일상이 된 미국 시장 상황을 보면서 우리 현실을 아쉬워하면서도 우리 시장도 점차 개선 추세에 있다는 조짐을 발견하고 기대감을 가져보곤 합니다.

다만 자본과 경영이 분리된 주식회사가 일반적인 미국에서는 주인-대리인 문제가 원인이라면 우리는 (큰)주인-(작은)주인의 문제라는 점에서 한 단계 더 밟아야 하지만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고 질과 양에서 크게 늘어난 개인 주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싼 주식이 널려있는 우리 주식시장은 엄청난 기회의 땅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 특히 좋았던 글귀

어떤 투자 자산이든 투자자가 기대하는 수익률은 국채의 무위험 수익률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다른 모든 투자자산의 가격은 그 자산의 기대수익률에 맞추어 하향 조정되어야 한다. 반대로, 국채 금리가 내려가면 그것이 다른 자산의 가격을 밀어 올린다.
- 버핏, 1999년 주주서한, p.188

투자자 대부분은 정보를 얻기 어려운 상황을 피하고 예측의 확실성과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헛수고를 한다. 그러나 대개는 불확실성이 높을 때 가격이 낮다.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쯤이면 가격이 상승했을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는 대개 완벽하지 않은 지식을 근거로 판단을 내릴 때 이익을 얻고, 불확실성의 위험을 감수할 때 충분한 보상을 받는다. 다른 투자자들이 답을 얻지 못한 마지막 세부 사항까지 조사하느라 시간을 쓰다가는 완전한 정보는 없지만 안전마진이 확보된 낮은 가격에 매수할 수 있는 기회를 잃을 수 있다.
- 세스 클라만, 안전마진, p.294

평균회귀의 통계적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마치 평균회귀가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처럼 가격을 매긴다. 바로 이것이 딥 밸류 투자를 수익성 높은 흥미로운 전략으로 만든다. (p.299)

* 문장 뒤에 표시된 숫자는 이 글이 나오는 책 페이지입니다.

※ 이 글은 정보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글에서 언급된 종목은 종목 추천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주세요. 투자 판단에 따른 모든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저작권자ⓒ 가치를 찾는 투자 나침반, 아이투자(itooza.com)

아이투자 구독 채널 바로가기



프린트프린트 스크랩블로그 담기(0명) 점수주기점수주기(1명)
보내기 :

나도 한마디 (댓글 3개)

  1. 연금고객
    연금고객 | 23.03/09 08:52
    감사합니다 ^^
    답글쓰기
  2. 이창현
    이창현 | 23.03/09 10:06
    제가 투자중인 기업을 보면

    비유동자산중에 장기투자자산 및 관계기업투자자산의 합이 투자기업 시총보다 더 많습니다.
    유동자산대비 66%정도가 되네요.

    이를 유동자산에 책정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시총보다 규모가 더 큰 투자자산을 간과하기도 어렵
    고 장기투자자산기업과는 합작회사라서 지분이 있고, 관계기업투자자산은 인적분할로 사업부가 나뉘어서 지분이 있는것이라서 그런것인데

    그러나 해당 지주사의 영업활동에 있어서 밀접한 연관이 있는 자산이라서

    참 애매합니다.



    -그레이엄의 내재가치 식에서 본다면

    순유동자산가치(NCAV) = 유동자산(자산에서 고정자산 제외) – 부채 총액

    유동자산 중 자산에서 고정자산 제외인데...관계기업이나 투자기업의 지분자산을

    고정자산에서 제외하는게 안전마진을 구할때 맞는 방법인지

    고견을 부탁드려봅니다.
    답글쓰기
    • 숙향
      숙향 | 23.03/09 13:44
      책을 정리하면서 제 생각을 밝힌 내용이 있는데요. 저라면 고정자산을 차감할 때 말씀하신 투자자산은 놔두겠습니다. 저는 투자할 주식을 선정할 때, 그레이엄의 NCAV 방식을 활용하지 않고 전체 자산, 즉 BPS와 주가를 비교한 PBR을 기준으로 봅니다. 이 책을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 것은 (자산)가치에 비해 매우 싼 주식으로 대표되는 소외된 가치주를 매수하면 시장을 이긴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앞으로 주주행동이 활발해질 것이므로 가치주 투자의 매력도 느낄 수 있고요. 220
  3. 이창현
    이창현 | 23.03/09 15:36
    아! 답변 감사합니다.

    가치에 비해 가격이 매우 싼 주식을 찾기가 쉽지는 않지만, 파고 들어가보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에 따라 지주사들중 저평가 된 기업들을 분석해보는 재미가 쏠쏠하구요.

    말씀하신 주주행동주의가 선진화 되어 저평가된 지주사를 비롯한 기업들이 빛을 보는 날이

    조속히 다가와서 주주들과 기업, 임직원이 상생하는 환경이 왔으면 합니다.
    답글쓰기

* HTML 태그 등은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댓글입력

목록


20230515_부크온_투자인생복리

제휴 및 서비스 제공사

우리투자증권-맞춤형 투자정보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