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향의 책 이야기(8) - 의장! 이의 있습니다

의장! 이의 있습니다

Dear Chairman; Boardroom Battles and the Rise of Shareholder Activism in 2015
지은이: 제프 그램 Jefferson Gramm
옮긴이: 이건 / 오인석 / 서태준
감수: 신진오
해제: 임종엽
출판사: 에프엔미디어 / 2017년 1월 / 406 쪽 / 1만8000원



■ 요약
이 책은 ‘주주행동주의’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주들이 회사 경영 방식이 맘에 들지 않으면 주식을 팔아버리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주식 가치를 높이기 위해 회사에 적극적으로 맞서는 참여자로 바뀌는 데 있어 ‘주주행동주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상대적으로 주주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는 우리나라에서도 주주운동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주주들이 늘어나고 활동도 활발해지는 추세입니다. 따라서 우리보다 앞서 나가는 미국의 주주운동의 역사와 사례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겁니다.

경영자의 무능 혹은 독선으로 인해 기업이 위기에 처했거나 어떤 이유로든 기업의 가치에 비해 싸게 거래될 때(즉, 차익거래의 기회가 발생하였을 때), 주주행동주의자들의 활동이 시작됩니다. 기업 경영을 개선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동반 성장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대부분의 주주운동은 빠른 시일 내 수익을 챙기는 데 목적을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자는 펀드 매니저인 자신의 경험을 더해, 주주행동주의자로부터 공격을 당한 기업들의 탄생부터 이들을 불러들이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주주행동주의자들이 경영진 혹은 다른 주주들의 협조를 얻기 위해 보낸 많은 편지와 이에 대해 경영진이 반박하는 편지를 인용하면서 발단부터 결과까지 진행과정을 잘 짜여진 소설처럼 흥미롭게 풀어줍니다.

주주행동주의자들이 경영진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타깃으로 삼은 기업에 대해 사업, 제품, 시장, 경영자의 능력, 독선, 전횡 혹은 부정 행위 등 그 기업에 대해 얼마나 철저하게 분석해서 준비하는지 감탄하면서, 한편으론 (저의 게으름을)반성하게 되는데요.

그들이 기업의 변화를 이끌었을 때, 나아질 기업의 미래를 보여줌으로써 다른 주주들의 협조를 얻으려고 하지만, 근본 목적이 단기 수익 실현에 있는 만큼 일반 주주들이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책 구성은, 저자의 ‘들어가는 말’에서 미국 주주행동주의의 100년 역사를 개략적으로 살펴본 다음, 경영 개입 사례를 성격별로 8가지로 구분해서 여기에 해당되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례와 당시 주고받은 서한을 함께 소개합니다. ‘나오는 말’에서는 주주행동주의 시대를 맞아 적극적인 주주가 될 것을 당부했고 원서와 별개로 작성된 ‘해제’는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몇 가지 주주운동 사례와 그 의의에 대해 설명합니다. 이에 주주로서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면서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 개요
들어가는 말, 벤저민 그레이엄에서 시작된 주주행동주의 100년 역사
현대 주주행동주의는 1927년 벤저민 그레이엄이 ‘노던파이프라인’으로부터 잉여금 분배를 요구하는 데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일반 주주들의 위임장 확보를 통한 경영권 확보, 현금을 동원한 M&A, 공개 매각, 해지펀드의 공격적인 수익 챙기기 등으로 변화/발전해 왔습니다.

‘상장기업의 목적은 주주들을 위해 투자수익을 창출하는 데 있다’는 것을 전제로 기업을 압박하는 주주운동가에 맞서 다양한 대처 방식으로 저항하는 기업, 그리고 원인을 제공한 경영진과 이사회 운영 체제 등에 대해서도 살펴봅니다.

저자는 장기간 집중투자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헤지펀드 매니저로서 단기 자본차익에 치중하는 주주행동주의를 비판하면서도 투자했던 일부 기업들에서 경험했던 탐욕스런 경영진을 보면서 단기차익만을 챙기는 칼 아이칸과 같은 투자자를 높이 평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추구하는 투자 방식은 행동주의 투자자와는 거리가 있음을 밝힙니다.

나는 주주로서 기업 경영에 개입하거나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보다, 유망한 투자 아이디어를 탐색하는 편이 훨씬 적성에 잘 맞았다. 투자한 회사마다 찾아다니며 변화를 유도하는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p.17)

저자의 투자관을 보면서-제가 그랬듯이-공감하는 독자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기적인 오너가 지배하는 기업을 피하는 대신 탄탄한 펀더멘털을 갖고 있으면서 일반 주주를 배려하는 그런 기업에 투자하면 되니까요.


그럼에도 주주행동주의는 대세이고 투자자들에게는 투자할 대상이 확대된다는 점에서, 그리고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으로 밝혔듯이 주주행동주의자들의 캠페인이 타당한 지, 좋은지 나쁜지 평가할 수 있는 안목을 갖기 위해 반드시 공부해야 할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충분합니다.


1장, 현대 주주행동주의의 탄생
가치에 비해 싸게 거래되는 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짜서 제 가치에 어울리는 가격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가치투자의 아버지, 벤저민 그레이엄은 주주행동주의의 선구자이기도 했습니다. 6번째 책 이야기, '벤저민 그레이엄의 회고록'에서 그가 주주행동주의자로서 면모를 보여준 1927년 ‘노던파이프라인’의 사례를 보여드렸기에-이 책에서도 매우 상세하게 다루고 있지만-구체적인 얘기는 생략합니다.

☞ 숙향의 책 이야기(6) - 벤저민 그레이엄

워런 버핏이 ‘버크셔’에서 인수한 기업들에 대해 경영은 경영자에게 맡기고 자본배분(*)만을 책임지듯이 그레이엄은 불용자산에 대한 배분만을 요구합니다. 저자는 이 상황에 대해 평가하면서, ‘경영진은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는 데 치우치고 행동주의 주주들은 단기 이익에 끌리는 경향을 보인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합니다.
* 자본 배분 방법: 자본 재투자, 자사주 매입, 배당 지급, 기업인수 및 투자 등이 있습니다.

20세기 초에 주주행동주의가 드물었던 이유는 첫째, 상장기업의 지분이 설립자와 가족, 자본가 등 극소수에 집중되어 있어서 외부 주주들이 영향을 미치기 어려웠고 둘째, 상장기업들이 재무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던 탓에 투자자들이 회사 가치를 평가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경영과 자본이 분리되었으므로 둘 다 해결되었지만, 지금 우리 입장에서 본다면, 첫 번째 문제는 여전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최대 기업군인 삼성그룹부터 ESG 경영을 지향하고 삼성 이재용회장이 세습 경영의 단절을 약속하고 있으므로 이 문제는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2장, 위임장 전문가들의 공격
1916년 ‘듀퐁’ 화학공장에서 말단 직원으로 시작한 로버트 영이 1937년 작은 철도 회사인 ‘앨러게니’를 인수해서 성공한 다음 1954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교될 정도로 무모해 보인, ‘뉴욕센트럴’ 철도회사의 경영권을 획득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영은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뉴욕센트럴의 부실한 경영 상태에 대해 분석하고 현 경영진의 무능을 드러낸 다음 망해가던 철도회사를 인수해서 정상화시킨 경험이 있는 자신이 경영하면 훨씬 더 좋은 기업이 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하면서 설득합니다.

저자는 이와 비슷한 사례를 보이면서, 위임장 전문가들이 내세우는 주주 우선주의에 결함이 적지 않음을 지적합니다. 당시 유행했던 이런 방법을 통해 경영권을 취득한 자들이 정작 자신들이 이사회를 장악한 다음에는 그들 역시 똑같은 악행을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3장, 저평가된 기업을 살린 가치투자자의 행동주의
워런 버핏이 일시적인 어려움에 처해 주가가 크게 하락한 주식을 대량 매수해서 큰 수익을 올린 ‘아메리칸익스프레스(AMX)’의 위기 사태의 전말을 볼 수 있습니다. 버핏이 정량적 분석으로 투자하던 투자조합 운영 시절에 정성적 분석으로 투자한 드문 사례이기도 한데요. 진행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당시 겨우 33세였던 버핏의 현명한 판단과 과감한 결단에 감탄하게 됩니다.

아멕스의 자회사인 창고관리회사에 보관된 셀러드오일에 문제가 있다는 제보를 받은 것은 사건이 드러난 1963년보다 3년 전이었지만 관리회사가 안일하게 판단해서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탓에 피해규모는 10배나 늘어납니다. 이 사건을 세밀하게 조사/분석한 버핏은 이 위기만 벗어나면 ‘회사 평판’이 높아지면서 기업가치는 더 올라갈 것으로 확신하고 폭락한 주식을 적극적으로 매수합니다.

당시 아멕스 경영진은 자회사에서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배상 의무는 없지만 이 사기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은행들이 대부분 아맥스의 중요한 고객인 점을 감안해서 배상하기로 결정하지만 단기적인 시각을 가진 주주들로부터 보상금 지급을 금지하라는 소송을 당하게 됩니다. 버핏은 경영진을 격려하고-필요하면 증언대에 서겠다며-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의사를 담은 편지를 보내면서, 이 사건에 개입합니다. 1964년에 버핏이 아멕스 CEO에게 보낸 편지 일부를 옮깁니다.

최근 우리 투자조합은 아멕스 주식 7만주를 매수했습니다. 매수하기에 앞서 여행자수표 사용자, 은행 임직원, 신용카드 가맹점, 카드 소지자 등 다양한 분야의 경쟁자들을 광범위하게 조사했습니다. 샐러드오일 문제에도 아멕스의 경쟁우위와 탁월한 업계 지위는 손상되지 않았음을 이들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경영진은 위탁창고관리 자회사 문제로 지옥에 떨어진 기분이 들겠지만, 3~4년만 지나면 우리 회사는 이 문제 덕분에 일반 기업보다 훨씬 높은 진정성과 책임감의 기준을 정립할 것이고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p.122)

결국 경영진의 주장대로 진행되었고 실제 배상금액도 당초 예상보다 많이 줄었습니다. 신뢰를 회복한 아멕스는 실적 향상을 거듭했고 주주들은 주가 상승으로 보답을 받게 됩니다.

버핏이 아멕스의 경영진을 격려한 것과는 정 반대로 경영진을 교체하면서까지 주주 가치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템스트 밀’ 사례를 비교해 보입니다. 그리고 ‘오마하의 현인’이 탄생했음을 선언합니다.

4장, 현금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휘두른 기업사냥꾼
거래의 80년대로 불린 1980년대는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칼 아이칸이 대표 인물입니다. 기업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대면서 기업사냥꾼의 도우미 역할을 맡은 마이클 밀컨이 조연으로 활약하고요.

1936년생인 아이칸은 작년에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할 것을 확신하고 저가에 매수함으로써 단기적으로 큰 수익을 올리는 등 버핏 못지않은 노익장을 뽐내고 있습니다.

이들은 기업의 내재가치에 비해 싸게 거래되는 기업을 대량 매수한 다음 기업이 회사 가치를 끌어 올리도록 유도해서 차익을 얻으려는 방식을 취합니다. 회사에서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엔 공개매수의 방법으로 목적을 이루어 냅니다. 정크본드를 이용해서 인수한 기업에서 수익을 빨리 챙기기 위해 무리한 사업 분리/매각을 시도하다 기업을 망하게 만드는 실패 사례도 볼 수 있습니다.

아이칸은 자신의 투자전략을 일종의 차익거래라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는데, 기업사냥꾼들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를 명확하게 드러내 보입니다.

기업의 지배권을 놓고 일단 싸움이 붙으면 주주들은 뜻밖의 횡재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평가된 기업의 지분을 상당한 수준으로 인수하면 해당 기업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첫째, 자산을 매각하거나 백기사에게 회사를 매각하라고 경영진을 설득하는 방법, 둘째, 위임장 대결을 벌이는 방법, 셋째, 공개매수를 천명하는 방법, 넷째, 우리 지분을 회사에 되파는 방법 등을 이용하면 이익을 낼 수 있습니다. (p.139)

칼 아이칸이라는 이름이 우리 귀에 익숙한 것은 2000년대 중반에 있었던 KT&G에 대한 공격 때문입니다. 결국 그가 벌인 주주운동은 성공해서 큰 차익을 얻었고 우리나라 대다수 언론은 투기적인/먹튀 외국 자금으로 인해 국부유출이 일어났다고 비난했지만, 저평가된 주가를 제 가치까지 올려놓음으로써 모든 주주들이 이익을 얻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 책의 ‘해제’를 맡은 임종엽 회계사는 이 사례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합니다.

결국 KT&G의 주주이익환원 전략은 칼 아이칸뿐만 아니라 모든 주주의 이익으로도 연결되었다.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라는 측면, 그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주식회사의 목적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칼 아이칸의 행동이 결코 틀리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p.171)

5장, 최대주주의 공격에 맞서다가 몰락한 제너럴모터스
1980년대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사이면서 미국을 상징하는 기업인 ‘GM’은 성장보다는 원가 절감에 중점을 두면서 경쟁력을 잃어 갑니다. GM의 CEO 로저 스미스는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나름의 방법으로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던)로스 페로가 대주주인 ‘EDS’를 인수합니다.

GM의 최대 주주가 된 로스 페로는 자신이 경영했던 EDS와 너무 다른 GM의 관료주의를 깨기 위해 스미스와 이사회에 맞서 개혁을 시도하지만 실패하고 그는 전혀 원치 않았지만-그린 메일을 행사한 것과 같은-엄청난 보상을 받고 회사를 떠나게 됩니다. 반대로 GM은 큰 손실을 입었고요.

1986년에 일어난 이 사건은 그때까지 투자한 회사의 경영에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던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의 각성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는데요. 위스코신연기금(SWIB)의 수장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주주들이 계속해서 수동적으로 나오면, 양털이 깎이듯 주주들의 이익도 깎일 것입니다. (p.209)

6장, 13D 양식 싸움으로 쟁취한 기업 공개매각
절대적으로 경쟁력이 강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으면서도 사업다악화로 인해 망가지고 있던 기업을 대주주가 나서서 무능한 경영진으로부터 경영권을 빼앗아 매각을 주도함으로써 주주 이익을 실현하는 사례를 보여줍니다.


상장기업으로서 계속해서 사업을 수행하는 것보다는 잘 관리된 경매를 통해 기업을 매각하는 것이 주주들에게 훨씬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p.228)

저자는 미국 상장기업의 주주와 경영진, 그리고 이사회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면서 경영자가 자신과 가까운 인물들로 이사회를 구성하였을 때의 폐단을 잘 드러내 보이는데요. 오너 경영자가 지배하는 우리나라 상장사들이 ‘대리인 위험’이 덜하다는 점에서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미국의 주주 – 이사회 – 경영진
미국의 많은 상장기업은 주주와 경영진 사이에 상당한 거리가 있다. 이사회는 둘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기관이다. 이사회는 경영진과 주주들의 이해관계가 같아지도록 하는 일종의 중개자 역할을 한다. 이사회는 회사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 받기도 한다. CEO를 선임하고 중요한 전략적 결정에 자문을 제공하는 일을 맡기도 한다. 이사회는 그 어떤 집단보다 강력하게 기업을 지배한다.


이사는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수많은 일을 처리해야 하는 만큼 효율성이 떨어지기 쉽다. 이사회는 경영진을 선임하고 이들이 회사를 잘 꾸려갈 수 있게 인도해야 하는 동시에 주주를 대신해 경영진을 평가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CEO를 선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이사들이 회사의 실적을 평가할 때 과연 얼마나 객관적일 수 있겠는가?

저자는 미국 이사회의 운영상항에 대해 워런 버핏의 대처와 이에 대한 칼 아이칸의 반응을 갖고서 설명합니다. ‘코카콜라’의 이사회에서 과도한 스톡옵션을 결의한 데 대해 최대 주주이면서 아들이 이사회에 참석하고 있던 워런 버핏은 현실을 인정하고 기권합니다. 대신 CEO와 따로 만나 협의함으로써 그의 뜻을 관철시킵니다. 이에 대해 칼 아이칸은-원칙을 들먹이며-버핏을 비난합니다.

이사회를 무슨 남학생 클럽 모임쯤으로 생각하는 이사들이 너무 많다. 다들 여기서는 깃털을 곤두세우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태도는 그저 그런 경영진의 자리만 공고히 해줄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는 미국이 오늘날까지 경제적인 우위를 누리게 한 실력 지상주의를 해치는 결과를 낳는다. (p.245)

7장, 독설과 인신공격의 망신주기 게임
1880년~90년대 작은 규모로 시작된 해지펀드는 이제 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세력이 되었습니다. 이들은 펀드 수익을 위해 경영진의 무능력과 전횡에 맞서 필요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목적을 이루어냅니다. 발달한 인터넷을 이용해서 주주운동을 함께 할 동지들을 손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초창기 헤지 펀드의 행동주의는 설득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각성한 기관과 간편하게 규합한 주주들을 등에 업고 기업을 강하게 압박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것을 얻어냅니다.

다른 주주들과 함께 같은 목적을 위해서 때로는 데이비드 아인혼이 얼라이드케피털과의 5년에 걸친 공매도 싸움에서 보듯이 자신의 이익보다 정의 실현에 목적을 두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헤지 펀드가 주주운동을 하는 목적은 대니얼 러브가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내 유일한 관심은 내게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돈을 벌어다 주는 일입니다”에 있습니다.

8장, 우량기업을 무너뜨린 잘못된 주주행동주의
주주들이 관여해 회사를 공개 매각하는 방식으로 주가 상승을 노리는 것이 반드시 주주들에게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이 가진 문제점을 경영진과 협의해서 개선한다면 장기적으로 주주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음에도 잘못된 주주행동은 그 기업을 아예 사라지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죠.

‘BKF캐피털’은 직원들에 대한 과도한 보상으로 주주행동주의를 불러옵니다. 회사는 2001년 마리오 가벨리부터 시작해서 여러 차례 경영 개선을 요구하는 주주들의 요청을 무시합니다. 2005년 스틸파트너스가 주주들을 설득해서 경영진 교체를 위한 주총을 소집했고 그제서야 이를 개선하겠다면서 주주 설득에 나서지만, 결국 2005년 6월, 주주행동주의자의 승리로 끝납니다. 회사가 영위하는 사업의 특성상 사람이 중요한데, 이들 인력이 빠져나가면서 수탁고가 급감하게 되었고 경영권을 획득한 지 15개월만인 2006년 9월, 기업은 껍데기만 남게 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워런 버핏도 한때 개인자금을 투자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2005년 6월, 회사에서 주주행동주의자들에 맞서 특별배당금을 지급할 때 팔고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영악한 버핏이죠^^


- 나오는 말, 무관심한 주주와 부실한 경영이 주주행동주의의 타깃이다
주주행동주의의 핵심원리는 상장주식이 내재가치보다 싸게 거래될 때 발생하는 차익거래에 있습니다. 내재가치와 가격의 차이인 ‘안전마진’이 가격에 반영되는 데 대해서는 시장에서 알아줄 때까지 소극적으로 기다리던 주주들이 이제는 빠른 시일내 차이를 줄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기업에 요구합니다.

주주행동주의는 기업 지배구조를 감시하고 개선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발전해왔으며 이제는 주식시장의 일상사가 되었습니다. 1985년 칼 아이칸이 페트롤리엄의 대주주가 되었을 때는 기업측에서 며칠만에 소송을 걸 정도로 적대적이었으나 어느새 기업들은 아이칸이 목표로 삼았다고 하면 자발적으로 이사 자리를 내줄 정도로 상장사 경영진의 생각도 긍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상장기업을 장악하려는 행동주의투자자가 나타났을 때, 주주로서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그 기업에 장기적으로 이익이 되는 결정을 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이 책이 활용되기를 바랍니다.


■ 평가
저자는 헤지펀드 매니저(2006년~현재)이면서 컬럼비아 대학원의 외래교수(2011년~현재)로서 가치투자를 가르치고 여러 상장기업의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헤지펀드 매니저로서 장기간 집중투자하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데, 상장기업들을 상대하는 과정을 통해 이들의 경영방식에 대해 점차 냉소적으로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책을 쓰게 된 모티브가 되었겠지요.

저자가 이 책에서 들려주고 싶었던 얘기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주주행동주의자들의 현실적인 입장과 이들이 얻는 경제적 혜택 분석
2. 지배구조 이슈에 대한 설명
3. 지배구조 문제는 해결 방안은 없지만 주주행동주의에 관한 가치 있는 통찰 제공
4. 주주행동주의자들에 대해 판단하고 현명하게 의결권을 행사하는 근거 제시
5. 위임장 전문가나 기업 매수자 등 패턴 변화에 대한 정리
6. 주주행동주의는 대세이고 행동주의 투자는 주식시장의 일상사

다양한 주주행동 사례를 보면서 주주와 기업의 공동 이익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사기 사건으로 위기에 처한 아멕스의 경우, 경영진의 판단에 힘을 실어주는 워런 버핏의 현명한 행동은 책임 있는 주주의 자세를 보여준 최고의 사례입니다. 반면에 BKF캐퍼털의 경우, 경영진의 양보에도 불구하고 주주 이익만을 추구하면서 경영진을 몰아붙이다 기업을 망하게 만든 것은 최악의 사례가 되겠고요.

‘주주운동’은 앞으로 우리나라 증시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일이 될 테고 저평가된 주식들이 제값을 받도록 해주는 강력한 촉매가 될 것입니다. 이 책은 주식을 종이쪼가리가 아닌 기업의 일부분이라는 생각으로 투자하는 주주라면, 투자한 기업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인지에 대해 배우고 고민하는 데 있어 좋은 길잡이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8개의 장으로 나눠 주주행동주의의 활동과 대표적인 서한을 보여줍니다. 사례로 다루어진 기업들의 생성과 변화 과정을 보여주었고 대표적인 기업 1개만이 아니라–저자의 실전 경험과 열정에서 비롯되었을 것으로 짐작되는-여러 개의 사례를 보여주고 있어 읽을 거리가 풍부합니다. 또한 기업에 맞서 주주행동을 했던 인물의 소개 역시 가능한 한 자세히 보여주려는 저자의 성실함 덕분에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생생함이 느껴집니다.

저자는 해지펀드를 다룬 책 중에서 데이비드 아인혼의 '공매도 X파일'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는데, 그래서겠지만 이 책은 '공매도 X파일'이나 RJR 나비스코 인수 전쟁을 다룬 브라이언 브로의 '문 앞의 야만인들', LTCM의 부침을 다룬 로저 로웬스타인의 '천재들의 머니게임'처럼 흥미진진하게 읽힙니다.

저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레이엄이나 아이칸처럼 적극적인 주주행동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므로 대신 주주총회 참석이나 대주주 혹은 경영자에게 편지를 쓰고 특별한 사안이 있을 때는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것을 권합니다.

저는 대부분의 기업이 자본과 경영이 분리된 미국과는 정반대로 오너 경영이 대부분인 우리나라에서는 이기적인 오너가 지배하는 기업은 투자하지 않는 소극적인 방식으로 투자해왔는데요. 주주운동이 활발해지면 그 기업의 탁월한 펀더멘털에도 불구하고 일반 주주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이유로 투자하지 못했던 기업들에 대한 투자 기회를 가질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갖게 되었습니다.

저는 꽤 오래 전부터 매년 몇 개 이상의 기업 주주총회에 참석하고 있는데요. 덕분에 저자와 (해제에서)임종엽 회계사가 얘기했듯이 실제 주주총회에 참석해서 얻는 효과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시는 투자자 여러분도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에 참석하는 일로 주주운동을 시작했으면 합니다.

주총 참석은 주주로서 회사에 요구할 기회를 갖는다는 점에서 권리이고 주주로 있는 기업이 잘 운용되는지 감시한다는 점에서 의무입니다. 마침 주총 시즌이 다가오고 있네요. 주총에 참석하기 전에 이 책을 읽는다면 좋은 지침서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 특히 좋았던 글귀
벤저민 그레이엄은 주주로서 경영진에 요구할 것은 강력하게 요구하되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는 것을 명확히 했습니다. 제가 주주로서 투자한 기업에 바라는 것과 정확하게 일치하며 건전한 투자자가 기업을 대하는 바람직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그레이엄의 말씀을 옮깁니다.

1934년 이후 우리는 줄곧 주주들이 경영진에 대해 더 현명하고도 강력한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현명한 투자자 1973년 최종 개정판' (p.43)


우리는 이사를 많이 선출하려 하지 않았다. 많은 이사를 선출하면 회사 운영에 책임을 져야 하는데, 우리에게는 그럴 권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 '벤저민 그레이엄 회고록'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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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번째 책 이야기 '워런 버핏, 부의 기본 원칙'에서 오류를 발견해 수정했습니다. 수정 부분은 '5장, 버핏투자조합 성공의 비밀'에서 '1956년 오마하로 돌아온 그레이엄~'은 부분입니다. 여기서 오마하로 돌아온 사람은 그레이엄이 아닌 '워런 버핏'이며, 해당 부분을 수정했습니다.

글을 읽는데 불편함을 드려 사과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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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댓글 3개)

  1. 연금고객
    연금고객 | 23.02/23 08:54
    요즘 주주행동주의에 대하여 실감하고 있습니다 적절한 때에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나중에 다시 한번 정독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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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숙향
      숙향 | 23.02/23 09:43
      개인투자자들이 쉽게 할 수 있으면서 효과가 큰 주주행동이 주주총회 참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금고객 님께서 지적하셨듯이, 그래서 이 책을 소개하게 되었고요. 고맙습니다^^ 111
  2. 숙고자
    숙고자 | 23.02/23 09:54
    잘 읽었습니다. 오늘 아침에 읽은 "필립 피셔의 최고의 투자"의 주주 행동주의 부분(위임장대결)과 연결되는 부분도 있네요. 많은 주주들이 막연히 주주 행동주의는 좋을거라는 생각을 하시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부분이 참 인상적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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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숙향
      숙향 | 23.02/23 15:39
      모은 일은 양면성이 있으니까요. 우리나라 현실로 봤을 때는 좀더 심하게 해도 될 것으로 믿습니다^^ 242
  3. 전민
    전민 | 23.03/01 18:09
    요즘 정말 한국기업들의 거버넌스문제에 대해 큰 환멸을 느끼면서도 일부 변화하는 모습들을 보며 또 희망을 품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주총에는 참가하지 못하고 IR담당자분에게 의견을 전달하는데 그친 제 자신을 반성합니다.. 좀 더 노력해서 한국과 기업 그리고 주주들이 모두 행복해지는 사회를 위해 힘써야겠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답글쓰기
    • 숙향
      숙향 | 23.03/02 07:20
      우리 시장은 앞으로 좋아질 일만 남았습니다^^ 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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