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향의 투자 편지(146)- 오래된 추억 그리고 호기심

오래된 추억 그리고 호기심

직장 새내기 시절, 다니던 직장은 공휴일이면 비상시를 대비해서 필요 인원 몇 사람이 출근하는 당직제도가 있었습니다. 미혼이었던 저는 (회사에서 지급하는)수고비에 웃돈을 붙여 부탁하는 여러 선배들의 당직을 도맡아 서던 때였고요.

저에게 주식투자에 대해 많은 것을 일러주었던 다른 부서 부장 한 분이 계셨는데, 휴일 출근이 꽤 잦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집에 있기 싫어서 사무실에 나왔을 가능성이 큰데 그 근거는 같은 부서에 과장 한 분이 있었음에도, 그 과장보다 두 배는 더 자주 뵌 듯하거든요.

그 부장과 당직이 겹치는 날은 저에게 행운의 날이 됩니다. 점심 식사는, 대개 회사 바로 옆에 있는 백화점 식당가에서 했는데 식당까지 가는 방법이 특이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10층 식당으로 곧장 가는 것이 아니라 에스컬레이터로 이동하는 건데요. 지하 식품 코너부터 출발해서 10층 식당가까지 층마다 내려서 매장을 둘러보고 다음 층으로 올라가기를 반복합니다. 그러면서 여러 차례 다음과 같은 말씀을 들려주었고요.

투자하는 사람은 항상 뭔가 새로운 게 있는지 뭐가 잘 팔리는지 살펴보는 게 중요해! 지난번에 봤던 저 옷 가게 자리에 다른 브랜드가 들어온 게 보이지?

지금도 그렇지만 재무제표를 살펴보는 것으로, 투자할 기업을 선정하는 게 거의 모두인 저에게 ‘숫자 말고도 봐야 할 것’을 가르쳐주신 것이죠.

우리 회사와 같은 건물 내 증권사가 있어서 그랬겠지만, 직장에는 주식 투자하는 분이 꽤 많았습니다. 다른 부서 부장 한 분 역시 노련한 투자자였는데, 어느 종목에 대해 얘기하다 이런 말씀을 하더군요.

도대체 얼마나 오르려고 이렇게 기고 있을까?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바닥에서 횡보하는 기간만큼 주가는 오르게 되어 있거든.” 그 말씀을 듣고서 제가 “저 회사 오너라면 저 가격에 두 배 얹어줘도 안 팔 것 같은데요.”라고 말해서 칭찬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가끔 온라인상에서 ‘자신이 투자한다는 사실을 주위에 숨기는 것과 밝히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나을까?’ 하는 글이 올라오면, (압도적으로)숨기는 것이 낫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더군요.

저는 초보 투자자 때, 직장 내 까마득한 선배 투자자들로부터 귀한 가르침을 들었던 게 큰 도움이 되었기에 상대가 조언을 들을 자세가 되어 있다면 알려주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경험이 적은 초보 투자자라면 선배 투자자들로부터 조언을 구하려는 자세를 가지는 게 필요하고요.

A4 한 장으로는 양이 차지 않나 봅니다^^ 문득 떠올린, ‘호기심’이란 매력적인 단어를 갖고서 글을 조금 더 이어갈게요.

아이들이 즐거운 것은 매일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기쁨, 즉 왕성한 호기심 때문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지난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경험을 더해 가면서도 호기심을 잃지 않는다면 투자는 물론 일상도 풍족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 나이 탓이겠지만, 저는 ‘꿈이 있으면 70세 노인도 청춘’이라는 말을 좋아하는데요. ‘호기심’을 갖고서 주위를 둘러보고 내 삶을 살펴나간다면 내 청춘의 시간은 영원하지 않을까, 하는 (지나친)욕심을 부리게 됩니다. 진짜 그렇게 살고 싶기도 하고요.

98세가 된 찰리 멍거가 여전히 지혜로운 이유는 왕성한 호기심 덕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요. 중국어 번역만을 허락했다는, 그의 저서, [가난한 찰리의 연감]에서 ‘호기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멍거의 말씀을 발견했습니다.

우리의 경험은 몇 번의 간단하고 신속한 논리적 행동을 통해 일생의 재무적 결과를 극적으로 향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오랜 관념을 확인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하여 ‘호기심’을 가지고 분석을 즐기며, 지속해서 탐구하고 기다리는 사람에게만 확실하게 인식 가능한 몇 번의 중요한 기회가 찾아옵니다.

그리고 그다음 필요한 것은 과거의 신중함과 인내심을 무기로 가용한 모든 자원을 사용하여, 매우 유리한 배당률에서 모든 걸 베팅할 수 있는 의지입니다.

인생 전반에 걸쳐 치열하게 읽어서 자기 학습을 해야 합니다. ‘호기심’을 배양하고 매일매일 조금 더 현명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합니다.
9월 마지막 날 마지막 편지로 뵙겠습니다.

숙향 배상

유튜브로 보기

아이투자 구독 채널 바로가기



프린트프린트 스크랩블로그 담기(0명) 점수주기점수주기(3명)
보내기 :

나도 한마디 (댓글 3개)

  1. 연금고객
    연금고객 | 22.09/28 08:59
    좋은 멘토를 만나셔서 좋은 멘토가 되셨나봅니다 ^^ 감사합니다
    답글쓰기
    • 숙향
      숙향 | 22.09/28 13:14
      멘토, 그렇게 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2. 임성우
    임성우 | 22.09/28 10:43
    좋은 편지 감사합니다.
    답글쓰기
  3. Kudos
    Kudos | 22.09/28 10:53
    마지막 찰리 할아버지의 말씀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답글쓰기
    • 숙향
      숙향 | 22.09/28 13:13
      지혜로 만들어진 사람이라고 하면 실례일까요?^^ 251

* HTML 태그 등은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댓글입력

목록


20220718_부크온_안전마진

제휴 및 서비스제공사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교보증권 DB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유안타증권 이베스트증권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VIP자산운용 에프앤가이드 헥토이노베이션 IRKUDOS naver LG유플러스 KT SK증권 이데일리 줌
우리투자증권-맞춤형 투자정보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