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향의 투자 편지(143)- 방편(方便)

방편(方便)

절대 굴하지 마라
- 벤저민 그레이엄의 묘비명

방편은 141번째 편지 주제였던, 돈오점수(頓悟漸修)처럼 불교에서 유래된 용어입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후 대중을 위해 설법하면서 대상의 지식이나 연륜에 맞춰 이해하기 쉽도록 설법의 수준을 달리했는데, 이를 일컬어 방편을 쓴다고 했습니다.

* 방편 – 네이버 한자 사전
1. 그때그때의 경우(境遇)에 따라 일을 쉽고 편(便)하게 치를 수 있는 수단(手段)과 방법(方法).
2. 불보살(佛菩薩)이 중생(衆生)을 제도(濟度)하기 위(爲)해 쓰는 묘한 수단(手段).

45년 동안 많은 설법을 했고 팔만대장경이 상징하듯 많은 경전이 있지만 불교 원리는 매우 단순합니다. ‘당신 안에 불성이 있으니 그 사실을 깨닫기만 하면 당신도 부처가 된다’는 것이죠.

가치투자자의 원조, 스승,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은 벤저민 그레이엄입니다. 1914년 20세에 컬럼비아대학을 졸업한 그레이엄은 대학 교수 자리를 뿌리치고 증권업계에 진출합니다. 가족 부양을 위해 돈이 필요했던 그레이엄은 명예 대신 실리를 택한 것이죠.
뛰어난 성과를 올리며 거침없었던 그레이엄은 1925년 독립했고 33세가 되는 1927년, 컬럼비아 대학에서 투자론 강의를 시작합니다. 강의는 실제 상장된 주식을 사례로 들어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인기가 높았고, 1954년까지 계속되었습니다. 그 덕분에 그레이엄에게는 투자업계의 학장이라는 명예로운 호칭을 안겨줍니다.

1934년, 그레이엄이 데이비드 도드와 함께 대학 강의 내용을 정리해서 출간한 첫 책이 [증권 분석]입니다. 이 책은 증권사 현직 종사자 등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던 만큼 너무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1949년, 그레이엄은 일반 투자자들을 위해 조금은 평이하게 쓴 두 번째 책, [현명한 투자자]를 출간합니다.

난이도의 차이는 있지만 두 고전에서 그레이엄이 말하고자 했던 핵심은 매우 단순합니다.

싸게 사라

싸게 사기 위한 방법 몇 가지도 함께 일러주었는데, 가치와 가격의 차이, ‘안전마진’이 큰 주식을 사고 조울증 환자처럼 변화무쌍한 시장을 이용하고 주식을 종이쪼가리가 아닌 기업의 일부로 보라고 했습니다.

1976년, 세상을 떠나기 얼마 전에 가진 마지막 인터뷰에서는 전문가를 위해 [증권 분석]을 상당한 실력을 갖춘 투자자를 위해 [현명한 투자자]를 썼던 것처럼 투자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모든 투자자들을 위해 인덱스펀드를 추천합니다. 그레이엄 선생은 마지막까지 투자자들의 수준에 맞춰 주식투자로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떠났습니다.

나는 이제 정교한 증권분석 기법으로 우월한 투자 기회를 찾아낼 수 있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40년 전에는 이 방법으로 보상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상황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옛날에는 잘 훈련된 증권분석가라면 세심한 연구를 통해서 저평가 종목을 능숙하게 골라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도처에서 진행되는 엄청난 연구를 감안하면 그런 방대한 노력이 비용을 건질 만큼 성과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다행히 평범한 투자자들은 용기, 지식, 판단력, 경험 등 유서 깊은 자질이 없어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단, 분에 넘치는 야심을 버리고 방어적 투자라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안전하게 활동하는 경우에 그렇다는 말입니다.

만족스런 투자 실적을 올리는 일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쉽습니다. 그러나 뛰어난 투자 실적을 올리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 그레이엄의 마지막 인터뷰, 출처: 존 보글, [모든 주식을 소유하라]
그레이엄으로부터 시작된 가치투자는 워런 버핏을 비롯한 제자 그룹과 이를 추종 또는 활용하는 뛰어난 투자자들을 끊임없이 배출해왔습니다. 이들 중 많은 분들이 그레이엄으로부터 배운 투자철학의 바탕 위에 자신의 경험을 얹어서 가치투자자들에게 유용한 저서를 출간했고요.

기본 원리는 그레이엄이 제시했고 이들 대가들은 각자의 성향과 경험을 더해서 저마다의 투자철학을 만들어 냈습니다. 우리 후배들은 이들의 훌륭한 저서들을 두루 섭렵하면서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투자자를 따를 수도 있겠고 여러 대가들의 투자를 융합해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이들의 투자철학에 자신의 경험을 더해 자신만의 유일한 투자법을 만들고 다듬어 갈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레이엄으로부터 비롯된 다른 버전들, 뛰어난 대가들에 의해 다양한 투자철학, 바로 방편이 만들어졌고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죠. 제가 제 경험으로 만든 ‘4가지 투자지표를 활용한 투자기업 선정 방법’ 역시 하나의 방편이라고 주장한다면 건방이 지나친 걸까요?

주말 편히 쉬세요. 저는 다음 주 수요일에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숙향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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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댓글 4개)

  1. 연금고객
    연금고객 | 22.09/16 09:53
    동서양 철학을 통섭하신 글 같습니다 잘보았습니다
    답글쓰기
    • 숙향
      숙향 | 22.09/16 12:00
      '방편'의 어원을 쫓다보니 글이 그렇게 된 건데.. 하여튼 연금고객 님 때문에.. 부끄러움은 제 몫이겠죠^^ 323
  2. Kudos
    Kudos | 22.09/16 15:00
    대표님 투자실적으로 보여주시고 계시지 않습니까.

    항상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답글쓰기
    • 숙향
      숙향 | 22.09/18 07:28
      과거 실적이 미래 실적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3. 한니발의개척
    한니발의개척 | 22.09/16 17:14
    좋은 기업을 좋은 가격에 매수하는 것이 주식투자의 백미이죠^^
    답글쓰기
  4. 곰솔
    곰솔 | 22.09/18 13:29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애들이 성장해서 이제 주식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직 아빠인 저의 의견을 구하면 숙향님의 글을 방편으로 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답글쓰기
    • 숙향
      숙향 | 22.09/19 08:32
      아이들이 곰솔 님과 투자에 대한 얘기를 나눈다는 말씀이시죠. 거기에 제 글이 어떤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고맙습니다^^ 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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