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칼럼] 자사주 매입과 가치투자자의 시각

편집자주 | 필자인 넥클리스 권용현 교수는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마쳤으며, 대학 신입생 때 시작한 가치투자를 15년째 이어오며 매월 말 투자 포트폴리오를 아이투자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재무와 기업지배구조에 관련된 여러 편의 논문을 저술하였으며, 지금은 창원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비즈니스학부에서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부크온 도서 '권 교수의 가치투자 이야기'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안녕하세요. 여러 투자자들을 어렵게 했던 상반기에 이어 7월 중순인 지금(17일)까지는 주가의 흐름이 지지부진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조금씩 특정 기업이나 주식시장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도 보입니다.

다만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 주식시장 전체의 분위기와 투자할 만한 기회의 숫자는 대체로 반비례한다는 것입니다. 분위기가 뜨거울수록 좋은 기회는 적고, 분위기가 차가울수록 좋은 기회는 필연적으로 많은 것이 자산시장입니다. (가상화폐를 예외로 한다면)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다른 어떤 실물자산이든 이 공식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내가 이미 충분히 훌륭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가장 좋은 선택은 가만히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달의 주제로는 “자사주 매입”에 대해서 몇 가지 논의를 해보고자 합니다. 자사주 매입의 효과에 대해서는 투자자들 사이에도 의견이 분분한 것 같습니다. 소각이 뒤따르지 않는 자사주 매입이나, 경영권과 관련된 자사주 매입은 주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아마도 자사주 매입을 하는 이유가 기업마다 많이 다르고, 자사주 매입으로 분류하는 사건도 투자자들간에 조금씩은 다른 것이 원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내용들을 중심으로 하여, 자사주 매입에 대하여 가치투자자로서 생각해 볼만한 점을 세 가지 정도로 나누어 정리해보았습니다.

1) 과연 자사주 매입이 기존의 주주들에게 (기업가치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까?
2) 자사주 매입이 긍정적이라면, 어떨 때 가장 긍정적일까?
3) 어떤 기업의 자사주 매입을 확인한 이후 투자하는 것은 합리적인 접근인가?
좀 더 명확히 해야 할 점은 일반적으로 언론 등에서 자사주 매입으로 통칭되는 사건은 1) 기업이 자기주식을 자기자본으로 매입, 2) 대주주(오너)의 주식매입, 3) 임원 등 경영진의 주식매입의 세 가지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이 세 가지는 서로 다른 사건이기 때문에 본 글에서는 1)을 위주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자사주 매입은 기존의 주주들에게 일반적으로 긍정적인 사건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긍정적인 사건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이유는 다음의 세 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1) 먼저 기업(경영진)은 본인에 대해 외부인들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의 자사주를 매입한다는 것은 현재의 주가가 충분히 싸다고 기업(경영진)이 판단한 결과로 해석됩니다.

2) 또 다른 중요한 점은 기업의 재무구조가 탄탄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배당과 비교해도 자사주 매입은 기업이 꼭 할 필요는 없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금을 소모하여 자사주 매입에 나선다는 것은 기업의 재무구조(현금상황)가 지금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사주 매입이 긍정적인 부분은 3) 기업이 주주가치에 대해서 신경을 쓰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기업이 스스로 판단하기에 주가가 충분히 낮다 판단한다면 배당보다는 자사주 매입이 주주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더욱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수동적이기 쉬운 배당에 비해서, 자사주 매입에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것은 기업이 주주가치 증진에 대해서 보다 능동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시각들은 주로 경영진과 외부주주들간에 갖고 있는 정보의 질과 양에 차이가 크다는 데에서 출발합니다. 이에 따라 자사주 매입은 경영진이 기업의 현재 주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확인하는 신호(Signal)가 되고, 그에 따라 주가는 앞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를 해볼 수 있습니다.

반면 기업가치의 측면에서 자사주 매입의 효과를 보다 명확히 하자면 자사주 매입이 기존의 주주들에게 이득을 주기 위해서는 “주가가 충분히 싼 상황에서” 이루어져야만 합니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과 다른 기업의 주식을 투자목적으로 매입하는 것은 기업가치 측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비싸게 매수하면 기업가치는 떨어집니다.

예를 들어 기업의 본질가치가 1만원 정도라고 할 때, 기업의 주가가 2만원이라고 한다면, 이 기업이 자사주를 1주 매입하는 것은 주주들에게 1만원의 손해를 입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림] 더존비즈온 자기주식취득결정공시(2022.06.16)


(출처: 전자공시시스템)

따라서 지금 어떤 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 공시는 ‘현재의 주가가 충분히 싼가?’에 따라 판단해야 합니다. 위의 더존비즈온의 사례를 보면 예상되는 1주당 취득가격을 3만1950원으로 명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가격이 본질가치보다 낮은지에 대해서 평가를 하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가치투자자라면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가치투자자는 기업의 본질가치보다 기업의 가격이 싸다고 판단할 때만 그 기업을 보유할 수 있습니다. 결국 가치투자자가 중시하는 기업의 본질가치의 증가와 감소라는 관점에서 보면,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항상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사건이 되는 것입니다.

같은 흐름에서 자사주 매입이 가장 긍정적인 상황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기업의 본질가치에 비해서 현재 주가가 많이 싸면 쌀수록 자사주 매입의 효과는 더욱 커집니다. 결국 ‘안전마진’의 관점에서 현재 내가 투자하는 기업이 ‘안전마진’이 크다고 판단할수록 자사주 매입의 효과가 더욱 커질 것입니다. 특히 시가총액 대비 자사주 매입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기업가치가 크게 올라갈 것으로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보유한 기업에서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경우에 대해서 다루었다면, 이번에는 투자하고자 하는 관심종목에서 자사주 매입을 확인한 경우에 대해서 다루어보고자 합니다.

기본적으로 자사주 매입과 같은 공개된 뉴스는 주가에 매우 쉽게 반영되기 때문에 이미 자사주 매입으로 인한 본질가치 상승의 가능성은 이미 주가에 반영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따라서 관심종목의 자사주 매입은 위에서 다룬 것과 같이 경영진의 현재 주가에 대한 판단을 유추해보는 매우 좋은 참고자료로서 이해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예외적인 상황이 있다면,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이후 전반적인 지수 하락 등 외부요인에 의해 주가가 급락한 상황일 것입니다. 이 경우 자사주 매입의 효과는 극대화되는 반면에 본질가치는 크게 변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기업들은 대체로 재무구조가 우수하고 장기적인 전망도 나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급락 이후에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는 기업들 외에도, 급락 직전에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던 기업을 골라서 투자하는 것 또한 좋은 투자 원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20년 3월 주가 폭락 이후에 많은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였습니다. 최근에도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는 기업들이 상당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는 이전에 비해서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의 효과에 대해서 보다 긍정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경영권 방어와 같은 이슈들이 있기는 하지만, 큰 흐름으로 볼 때 긍정적인 면이 훨씬 크다 생각합니다. 특히 스스로의 가치에 자신이 있는 기업이라면 더욱 지금과 같은 때에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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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댓글 1개)

  1. 오준수
    오준수 | 22.07/20 18:24
    '현금의 재발견 - 윌리엄 손다이크'를 읽으면서 간과했던 내용이 아닌가 갑자기 생각이 듭니다. 기업의 현금흐름과 과세이연에 대한 주제에 집중하느라 생각을 정말 정리 못했던 부분이었네요. 감사합니다, 좋은 칼럼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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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won4711
      kwon4711 | 22.07/24 13:27
      댓글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현금의 재발견은 저도 매우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가치투자자의 시야를 크게 넓혀주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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