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칼럼] 코인에 대한 생각

feat. 루나코인

편집자주 | 필자인 넥클리스 권용현 교수는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마쳤으며, 대학 신입생 때 시작한 가치투자를 15년째 이어오며 매월 말 투자 포트폴리오를 아이투자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재무와 기업지배구조에 관련된 여러 편의 논문을 저술하였으며, 지금은 창원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비즈니스학부에서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현재 투자지침서를 집필 중에 있습니다.

여러 기업과 투자에 대한 칼럼에 더해 금융, 투자 혹은 특정 산업분야에 대해서 의미가 있는 다양한 책들을 소개하고 읽은 소감을 서평으로 남깁니다. 회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4월달에 이어 5월달에도 자본시장은 큰 숙제를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2022년 5월 9일 약 3일간의 ‘루나코인 사태’라고 부를 만한 가상화폐 루나코인의 급락이 많은 투자자들에게 고민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를 직접 하고 있지 않은 투자자들 또한 가상화폐 시장에서의 충격이 금융시장으로 전이되지 않을까에 대한 불안감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주식투자자로서, 이번 루나코인 사태를 포함하여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관찰자로서 생각을 정리해보았습니다.


(Figure 1 루나코인 가격변동(2022-05-15) 빗썸 기준)



Q1. 금번의 루나코인 사태의 원인에 대해서 매우 다양한 의견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 이번 사태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지금 언론이나 커뮤니티에서 논의되고 있는 모든 내용들이 크고 작게 영향을 미쳤겠지만, 딱 한 가지만 꼽자면 책임질 당사자가 없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모든 국가에서 금융시장, 또는 금융기관은 다른 산업에 비해서 강력한 규제를 받습니다. 그렇게 규제를 받는 이유는 그렇게 규제를 받아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돈으로 돈을 버는 산업은 매우 민감하고 위험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강력하게 규제와 감독을 함에도 불구하고 잊힐 때쯤 되면 한 번씩 터지는 것이 금융사고입니다. 가상화폐 시장은 금융시장에 닿아 있지만 규제도 받지 않고 감독도 받지 않으며 책임질 당사자도 없습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Q2. 그렇다면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반복해서 발생할 것이라는 말인가요? 이번 사건으로 인해 가상화폐 시장이 크게 위축된다던가 하는 상황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는지도 궁금합니다.

먼저 이번과 같은 사건은 어떤 코인에서 터질지, 그리고 언제 터질지는 모르겠지만 현재의 코인시장의 구조가 혁신적으로 바뀌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문제입니다. 실제로 규모가 이번보다 작아서 특별하게 부각되지 않았을 뿐이지 꾸준히 터지고 있었던 문제이기도 합니다.

가상화폐 시장이 이번 사건만으로 크게 위축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가상화폐 시장은 사람들이 본질적으로 갖고 있는 투기적인 성향을 풀어내기에 가장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주식시장에서 테마주나 작전주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와도 흡사합니다. 그리고 2017년 이전이라면 모를까, 지금 가상화폐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음을 스스로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Q3. 주식시장과 가상화폐 시장을 비교할 때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가장 먼저 두 시장의 거래 시스템은 매우 유사하지만 그 본질은 매우 큰 차이가 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주식시장은 ‘기업’이라는 실체가 ‘주식’이라는 금융상품으로 잘게 쪼개져서 거래되는 시장입니다. 쉽게 말해서 주식의 가격을 0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을 망하게 만들면 됩니다. 반대로 기업이 어마어마하게 돈을 많이 벌면 주식의 가격은 어쩔 수 없이 끌려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길게 보면 길게 볼수록 주가는 기업의 역량에 종속적으로 끌려 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가상화폐는 가상화폐 자체로서 ‘신뢰도’를 스스로 쌓아야 한다는 점에서 주식과 명확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가상화폐와 가장 비슷한 것은 주식보다는 브랜드나 상표권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신뢰도를 쌓으면 높은 가치를 받을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무너지는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기술적인 우월성에 관한 이슈들은 현재 시점에서는 점점 더 부차적이고 지엽적인 문제로 밀려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Q4. 루나코인 사태로 돌아가보면,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Stable) 코인의 안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건이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가상화폐의 가치를 다른 가상화폐로 담보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딱히 안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생각합니다. 마치 A라는 작가의 미술품을 A라는 작가의 다른 미술품으로 바꾸어주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사후적으로 지적되고 있는 사항이기는 하지만 분명 문제의 여지가 있는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관점에서 현물과 완벽하게 페그된 가상화폐가 있다면 이미 가상화폐라고 보기 애매합니다. 그런 가상화폐는 가상화폐보다는 항공사 마일리지나 카카오페이를 충전한 것과 보다 흡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카카오페이에 충전해둔 돈을 가상화폐라고 부르지 않는 것과 같이 법적으로 환매의 책임을 질 주체가 명확한 가상화폐라면 일반적인 가상화폐의 정의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루나코인 외 다른 스테이블 코인들의 경우에도 환매의 책임이 법적으로 보장된 것이 아닌 단순히 발행자나 법인 또는 기업의 선의에만 의지한다면, 비슷한 종류의 문제는 언제든 어디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5. 가상화폐에 투자해보신 적이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투자할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직 투자해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투자할 계획은 없습니다. 가치투자자라면 워렌 버핏과 찰리 멍거가 공통적으로 하지 말라고 하는 것에 굳이 관심을 가질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위에 언급한 브랜드나 상표권과 같이, 가상화폐도 어떤 가치를 가질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가치를 측정할 수 없거나 측정이 매우 어렵다면 가치투자자의 투자대상이 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가상화폐를 사볼 생각은 없지만, 가상화폐 거래소 주식에 투자해볼 생각은 있습니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본질적으로 수수료를 받는 업입니다. 그리고 가상화폐를 이해하는 것에 비해서 가상화폐 거래소 사업은 충분히 투자자의 이해범위에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전세계를 통틀어도 상장되어 투자할 수 있는 거래소 주식이 거의 없다는 것은 다소 아쉽습니다.

Q6. 마지막으로 질문으로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투자자로서 가상화폐 시장에 문제가 생길 때 위험의 전이 현상이 발생할지에 대해서 고민해보신 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두 시장이 같은 방향으로 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인과관계를 따지기는 매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먼저 주식시장과 가상화폐 시장이 크게 보면 비슷한 방향으로 가기는 할 것 같습니다. 두 시장 모두 사람이 갖는 투기적인 성향이 발현되기 가장 좋은 시장입니다. 따라서 투자자들의 전반적인 경향이 위험을 선호하는(회피하는) 쪽으로 치우치게 되면 두 시장은 모두 긍정적인(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위험의 전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위험의 전이라는 것은 주식시장과 상관없이 가상화폐 시장이 크게 하락한다는 것이 원인이 되어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리는 결과가 나올 수 있느냐인데, 그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경우 부동산 시장에서 촉발된 문제가 금융기관의 신뢰성 문제로까지 연결된 것이 주요한 원인입니다. 물론 최근에 금융기관들의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가 이전에 비해서 활발해졌다고는 하지만 가상화폐에 대한 금융기관들의 위험노출의 절대적인 크기는 부동산 시장의 그것에 비해서는 극히 제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최근 몇 개월 동안 가상화폐의 시장 전체의 가치가 최고점의 반절에 가깝게 줄어들었지만 금융기관들의 건전성이나 신뢰성에는 딱히 영향을 주고 있지 않은 듯 보입니다.

정리하면 주식시장과 가상화폐 시장이 같은 방향으로 갈 가능성은 높지만, 가상화폐 시장의 급등락이 원인이 되어 주식시장이 흔들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생각합니다. 오히려 반대의 경우는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가상화폐 시장의 규모가 너무나 커졌기 때문에 가상화폐에 직접 투자하지 않는 투자자들조차도 관심을 갖지 않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특히 ‘정말 많은 돈’은 때로는 정말 뜬금없는 곳에서 예상할 수조차 없었던 방향의 성공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로서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솔직하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 생각하고, 아직은 가상화폐라는 매우 난해한 논제에 대해서 제가 아는 것이나 알려진 것보다는 불명확한 것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다음달에 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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