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진 탐색
12월 결산 법인들의 주총 시즌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래 전 제가 투자를 시작했을 무렵에는 2월 말이면 대부분의 상장사 주총이 끝났었는데 갈수록 주총일이 늦어지는 추세인데요.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이 늘어나는 등 현실적인 문제도 있지만 어쨌든 상장사들의 주총은 3월 금요일에 집중적으로 열리고 있습니다.
저는 21번째 편지에서 신영증권 주주총회에 참석했던 얘기를 하면서 제가 주총에 참석하는 이유를 밝혔습니다. 거의 재무제표만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저에게 있어 주총 참석은 기업 분위기를 파악하고 최고 경영진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연례 행사라고 했지요. 또한 주주총회 참석은 주주의 권리이자 의무라면서 가능한 참석하자고 했습니다.
제가 주주총회에 참석해서 얻으려고 하는 것은 대략 다음 3가지입니다.
1. 투자하고 있는 기업을 직접 살펴볼 수 있습니다.누누이 말씀 드렸듯이 저는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에 대해 이해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 기업의 (장기적인)재무제표를 분석하는 것으로 투자할 기업에 대해 파악합니다. 따라서 재무제표를 전적으로 믿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재무제표를 만든 사람을 신뢰한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2. 주주담당자는 물론 최고 경영자와 만나서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입니다.
3. 기업에 대해 궁금했던 점을 질문하고 주주로서 원하는 것을 요구합니다.
경영자,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기업이 대주주가 경영을 겸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문경영인의 전횡으로 야기되는 ‘대리인 리스크’ 보다는 오히려 친인척이 소유하고 있는 기업을 불법 지원하는 등의 오너 리스크가 큽니다.
주총에서만 가능한 경영자와의 대화는-비록 짧은 순간이지만-이런 문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주총 참석이 거듭될수록 이런 능력도 커질 테고요. 경험이 늘어날수록 사람 보는 눈도 밝아진다는 뜻입니다.
버크셔 회장인 워런 버핏은 탭댄스를 추는 기분으로 회사에 출근해서 하루 종일 하는 일이 읽는 게 전부라고 하더군요. 읽는 것은 대부분 관심 기업들의 사업보고서이고 전화 통화도 많이 하고요. 그런데 버핏이 사람을 파악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다고 증언하는 분이 있습니다. 제가 주주총회에 참석하는 목적이 바로 거기에 있었음을 버핏이 증명했다고 하면 지나쳤나요?^^
버핏의 오랜 골프 친구인 잭 웰치가 ‘비즈니스 위크’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당신이 잘 아는 사람 가운데 버핏도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버핏에게 한번 물어보라. 그에 관해 매우 분명하게 파악해줄 것이다. 그는 사람들에 대한 훌륭한 평가자인데, 기업을 운영할 때 그런 능력은 매우 중요한 덕목에 속한다.
- 앤드류 킬패트릭, [워렌 버핏 평전2]
자신이 주주로 있는 기업 주주총회에 가능한 많이 참석해서 궁금증을 해소하고 원하는 것을 요구했으면 합니다. 투자하고 있는 기업 경영자의 진면목도 살펴보고요. 그것이 바로 자신이 투자한 기업과 함께 성장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제가 아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숙향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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