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칼럼] My 커피캔 포트폴리오

편집자주 | 필자인 넥클리스 권용현 교수는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마쳤으며, 대학 신입생 때 시작한 가치투자를 15년째 이어오며 매월 말 투자 포트폴리오를 아이투자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재무와 기업지배구조에 관련된 여러 편의 논문을 저술하였으며, 지금은 창원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비즈니스학부에서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이 코너를 통해 주식시장의 투자자로서 궁금한 것을 찾아다니는 과정과 이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나누는 장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필명인 '넥클리스'는 목걸이처럼 다른 사람의 허전함을 채워주고 스스로도 더 빛날 수 있음을 희망하는 필자의 바램이 담겼습니다.
안녕하세요. 2022년도 벌써 두 달이 훌쩍 흘러갔습니다.

직업의 특성 때문인지 3월 2일이 되면 다시 한번 새해의 느낌을 받게 됩니다. 특히 이번 학기는 대면강의로 진행되기 때문에, 더욱 기대와 걱정이 엇갈리는 3월입니다. 3월에는 일상이나 투자에 있어서도, 그리고 칼럼을 쓰는 데 있어서도 다시금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커피캔 포트폴리오’의 개념에 대해서 질문과 답변의 형식을 빌려 간략하게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커피캔 포트폴리오는 캐피털 그룹(Capital Group)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로버트 커비(Robert Kirby)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개념으로, 1984년 가을 Journal of Portfolio Management에 소개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100배 주식’(크리스토퍼 메이어 저)의 책과 레그 메이슨 캐피탈에서 2011년에 발행한 ‘The Coffee Can Approach’라는 보고서의 내용을 기반으로 이 흥미로운 개념에 대해서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Q1. 먼저 커피캔 포트폴리오라는 단어 자체를 처음 듣는 투자자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간략하게 어떤 개념인지를 소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정말 간단하게 한 줄로 요약하면 ‘사기만 하고 팔지는 않는 것’으로 요약하면 될 것 같습니다. 커피캔은 일종의 타임캡슐입니다. 귀중한 것을 묻어두는 타임캡슐인데, 이 타임캡슐 안에 주식을 담아서 깊이 묻어두자는 것이 커피캔 포트폴리오의 개념입니다. 극단적인 예제로 ‘100배 주식’에서 소개된 보야 펀드의 경우 1935년에 설립되었을 때 펀드의 원칙에 ‘30개의 미국 주요 기업을 매입하고 새로운 주식을 추가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습니다. 쉽게 말해서 사 놓고 잊어버리겠다는 것입니다.

Q2. 바이 앤 홀드(Buy-and-Hold)와는 어떤 면에서 다른가요?

커피캔 포트폴리오는 바이-앤-홀드보다도 훨씬 더 극단적인 개념입니다. 일반적인 바이앤홀드 전략은 주가가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것입니다. 기다리는 것 자체가 목적이나 원칙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바이앤홀드는 ‘기다리는 것이 달갑지는 않지만, 기다리고 있는 것’ 정도로 요약해볼 수 있습니다.

커피캔 포트폴리오는 ‘시간의 지평을 일반적인 수준 이상으로 무지막지하게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아예 주식을 판다는 개념 자체가 없을 정도입니다. 커피캔 포트폴리오와 가장 흡사한 개념을 찾자면 미국의 니프티-피프티의 개념입니다. 1970년을 전후하여 유행했던 니프티-피프티는 미국을 대표하는 50개의 우량주에 대해서 ‘한번 사놓고 고민할 필요 없이 계속 보유하기만 하면 된다.’,’One-Decision’과 같은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다만 니프티-피프티의 경우 과도한 고평가로 인해 오일쇼크 이후 급락하여 투자자에게 큰 손해를 입혔다는 점은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Q3. 매수하고 나서 망하거나 어려워지는 기업들도 있을 텐데 그런 기업들까지 가져가자는 것은 무책임해 보입니다. 투자 후 모니터링조차 하지 않는 것을 합리적인 투자 방안으로 볼 수 있을까요?

바로 그 부분이 커피캔 포트폴리오를 이해하는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투자 도중에 올바른 선택 – 매도, 교체매매 - 을 통해서 더 나은 미래의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투자자의 속성으로서 갖고 있는 포트폴리오에 대한 꾸준한 모니터링을 꼽는 투자자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이 꾸준한 모니터링을 했던 포트폴리오와 그냥 매수 추천한 기업을 담기만 하고 건드리지 않았던 포트폴리오를 비교했을 때 후자의 포트폴리오가 오히려 더 나은 성과가 나왔다는 것이 매우 흥미로운 결과입니다. 이는 계속해서 손을 타는 포트폴리오가 방치된 포트폴리오에 비해서도 더 저조한 성과를 낼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많은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어렵게 발굴한 대박 기업에서 두 배나 세 배 정도에서 끝나고 아까워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심지어는 100배 기업에 대해서도 두 배 정도에서 만족하고 판 이후에 아까워서 다시는 못 사는 경우도 흔합니다. 또한 많은 연구에서 드러난 바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의 평균적인 투자기간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짧습니다. 커피캔 포트폴리오는 이와 같은 투자의 지평을 강제로 늘려버린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Q4. 벤처캐피탈과 비슷한 건가요? 여러 가능성 있는 기업에 투자하고 타임캡슐에 묻어놓는다는 개념이 벤처캐피탈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벤처캐피탈의 경우 사업 초기단계에 있어 미래를 예측하기 매우 어려운 기업들 여럿에 투자하여 그 중 적어도 하나가 엄청나게 성공하는 것을 기대합니다. 커피캔 포트폴리오는 가능성이 있는 기업보다는 이미 잘 하고 있는 기업, 누가 봐도 좋은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약 5년 전에 유행했던 ‘미국 초우량주에 투자하라’는 개념과 가장 유사한 것 같습니다.

다만 커피캔 포트폴리오와 미국 초우량주 투자의 차이점이 있다면 커피캔 포트폴리오는 ‘좋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상으로 ‘오래 가져가는 것’을 무겁게 다룬다는 점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오래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최고로 귀하고 좋은 기업을 선택해야 한다고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Q5. 커피캔 포트폴리오는 미국 기업들, 특히 초우량기업들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요?

그런 면이 분명 있습니다. 국가 전체가 장기적인 침체기에 있다면 주식시장에서 높은 수익률을 얻기는 매우 힘든 일입니다. 그리고 ‘100배 주식’에서도 지적을 했듯이, S&P 500에 포함된 미국 대기업이라고 하더라도 평균적으로 S&P 500에 포함되어 있는 기간은 2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물론 인수합병 등을 통해서 다른 기업으로 합쳐지는 경우가 더욱 많았기는 했지만,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들도 몰락할 수 있는 것이 엄청나게 긴 세월입니다.

커피캔 포트폴리오로 전재산을 투자해야만 한다면 미국의 대기업들을 고르는 것이 좀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국이나, 다른 신흥시장에서도 적절한 분산만 되어 있다면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접근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커피캔 포트폴리오의 실천 사례를 보아도 미국이 고성장기에 있었을 때이기 때문에 펀드가 초기 설정되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비즈니스를 하거나, 다른 기업에게 인수합병 되는 등 다양한 상황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결과물 전체를 합하면 대단히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신흥국이라고 해서 꼭 적용할 수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생각합니다.

Q6. 어떤 기업이 커피캔 포트폴리오에 적합할까요? 그리고 어떤 투자자들에게 커피캔 포트폴리오가 적절할지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우량주의 정의와 거의 비슷합니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을 10년이나 20년이 지나도 꾸준히 올릴 수 있는 기업이어야 할 것이고, 적어도 10년 내에 망하지는 않을 정도로 재무적으로 건전한 기업이어야 하고, 속해 있는 산업에 신규진입자가 나올 가능성이 적어야 할 것입니다. 한국 기업으로 한정한다면 수출이 가능한 산업이면 더욱 좋을 듯합니다. 만약 산업에 사이클이 있는 기업이라면 다른 기업이 망해서 시장이 재편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경쟁력 있는 기업이어야 할 것입니다. 요약하면 가격에 대해서는 조금 관대할 수 있지만, 기업의 질에 대해서는 최대한 엄격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투자자의 경우는 어느 정도 기업과 본인에 대한 확고한 확신이 필요해 보입니다. 쉽게 보면 초우량주를 골라 담기만 하면 되니 초보투자자들에게 적합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시간의 흐름을 절대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어느 정도 투자를 해가면서 장기투자로 좋은 성과를 내보기도 하고 기업이 커져가고 주가도 따라 올라가는 과정을 한 번이라도 체험해본 투자자에게 보다 적합한 투자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투자자로서 커피캔 포트폴리오는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개념입니다. 투자자가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볼수록 더 나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특히 투자자로서 투자공부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 같아 꺼림칙해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리고 타임캡슐에 주식을 넣는다는 것은 매우 쉬울 것 같지만 실제로는 본인의 종목 선택에 대한 엄청나게 강력한 믿음과 확신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캔 포트폴리오에 주목하게 되는 이유는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지평을 현저하게 늘림으로써 성과를 확실하게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였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한 기업의 질보다는 가격에 치중하기 쉬운 투자자들이 기업의 질이나 지속가능성에 대해 훨씬 더 신중하게 고려하게 된다는 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커피캔 포트폴리오에 담을 만한 기업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물론 애플이나 구글,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도 좋겠지만,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 중에서도 커피캔에 담아둘 훌륭한 기업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10년이나 20년이 지나도 좋은 기업으로 남아 있을 그런 기업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음달에 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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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댓글 1개)

  1. 定石
    定石 | 22.03/04 10:20
    음.인상깊은 포트폴리오 투자방법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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