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칼럼] 고유가 시대의 기억

2007년을 돌아보며

안녕하세요.

바로 직전 글에 우크라이나가 말썽이라고 했는데, 겨우 일주일이 조금 더 지난 2월 24일 저녁 기준으로는 이미 절반쯤은 끝나가는 모습입니다. 객관적으로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은 비교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 같지도 않으니 아마도 이전 2008년 남오세티야 전쟁의 2022년판이 반복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제 막 시작한 전쟁의 끝을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할지에 대해서는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하여 실질적으로 병합에 가깝게 유지한다면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거의 처음 나타나는 사건이 됩니다. 이 경우에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과 러시아의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생각합니다. 반면 러시아가 괴뢰정권을 세우고 빠르게 철수하는데 목표한다면 예상보다 빨리 상황이 종료될 가능성도 있다 생각합니다.



분명한 것은 러시아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 도저히 웃어주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림 1> 러시아 RTS지수 (한국시간 2월 24일(목) 6시 24분 기준)


어떤 나라의 종합주가지수 43%가 하루에 떨어지는 상황을 보는 건 극히 드문 일입니다. 유로존 금융위기 때의 그리스라든가, IMF시기의 한국에서도 1일 하락폭으로 40%대를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번 전쟁이 러시아에 투자하고 있던 투자자들조차도 쉽게 믿지 못할 정도로 예측하기 어려웠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그림 2> 주간 WTI-1M (2000년-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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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글은 이번 전쟁으로 인해 급등하고 있는 유가에 주목하여, 이전의 유가 급등 상황에서 한국의 주요 기업들이 어떠한 성과를 보여주었는가를 숫자로 확인해보고자 하였습니다. <그림 2>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국제유가는 주간 WTI기준으로 2006년 1월 20일에 51.99달러로 저점을 찍고 2008년 3월 1일 100달러를 돌파하여 2008년 7월 5일에 145.29달러로 최고점을 기록했습니다.

물론 2008년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던 기간으로 금융시장이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이전의 숫자로 미래를 함부로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유가가 비정상적으로 오르는 기간에 국내 주요 기업들이 어떤 식으로 서로 다른 성과를 나타냈는지를 확인해보는 것은 앞으로 유가가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경우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업들의 주가상승률은 FnDataguide에서 제공하는 수정주가를 기준으로 측정하였고, 현재(2022년 2월) 기준 KOSPI200에 속해있는 기업들만을 대상으로 측정하였습니다.

<표 1> 2006년 1월-2008년 7월 수익률 1위-10위


먼저 유가 저점인 2006년 1월부터 고점이었던 2008년 7월까지 대략 2년 6개월 가량의 수익률 1위-10위를 살펴보면 위 <표 1>과 같습니다. 1위는 OCI로 800%가 넘는 수익률을 보였습니다. 2위는 두산으로 379%, 3위는 세방전지로 353%의 수익률을 보였습니다.

각각의 기업 단위로 보다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OCI가 압도적인 수익률을 보인 것은 태양광의 실적 개선을 기대한 것으로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대체에너지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만, 2006년-2008년도는 대체에너지에 대한 기대감, 특히 태양광에 대한 기대가 매우 높았던 시기였습니다. OCI는 태양광산업에 꼭 필요한 폴리실리콘에 매우 큰 투자를 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고유가 시대에 주목받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림 3> OCI 수정주가(2000년-2022년 2월)


물론 그 이후 장기간의 유가하락기를 겪으면서 <그림 3>과 같이 OCI의 주가는 큰 폭 떨어졌습니다. 최근 유가가 크게 오르면서 많이 오르기는 하였지만, 과거의 최고점과는 여전히 큰 격차가 있는 모습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 150달러에 가깝게 오르던 2008년 3월부터 7월까지의 기간에는 오히려 주가가 하락하였다는 점입니다. 주가가 뉴스 또는 실적에 대한 기대를 선반영하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도 있겠고, 성장주에 대해서 2008년 10월달 금융위기 이전에 이미 하락이 시작되었었던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기타 HMM이나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의 경우도 고유가의 효과를 받는 업종으로 이해해볼 수 있습니다.

순위 밖의 기업 중에서는 세방전지나 동원산업, 영풍과 같은 기업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주가의 변동성이 크지 않다고 알려져 있는 기업들인데, 이 기간에는 유난히 주가가 크게 오른 것이 흥미롭습니다. 아마도 고유가가 촉발하는 인플레이션에 덩달아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표 2> 동원산업/영풍/세방전지 2005년-2008년 매출액/영업이익/당기순이익


<표 2>에서 구체적으로 실적을 살펴보면, 3개 회사 모두 2006년 이후 뚜렷할 정도로 실적이 좋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적이 좋아지면 주가가 오른다는 것은 너무 뻔한 말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과거의 이러한 결과를 놓고 생각해볼 때, 고유가에 의한 인플레이션에 의해 이들 기업, 또는 이와 비슷한 산업군에 있는 기업들의 실적이 기대 이상으로 좋아질 수 있을 가능성은 생각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표 3> 2008년 3월-2008년 7월 수익률 1위-10위


이번에는 구간을 바꿔서,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 150달러까지 오르던 2008년 3월부터 7월까지의 수익률을 확인해보았습니다. 물론 해당 기간의 경우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이미 진행이 되고 있던 기간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주가가 하락하던 시기였음을 감안해야 할 것입니다.

1등인 셀트리온은 그 때나 지금이나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2등이 세방전지인 것은 상당히 의외이지만, <표 2>에서 확인할 수 있는 2008년의 놀라운 실적을 보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업은 기아차와 포스코인터내셔널 정도인 것 같습니다. 기아차는 차종의 특성상 유가가 높을 때 상대적으로 판매가 수월할 수 있다는 점, 포스코인터내셔널(대우인터내셔널)의 경우 미얀마 가스전 개발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였기 때문이었다고 이해해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국제유가가 100달러 안팎으로 유지되던 구간인 2011년 3월부터 2014년 7월까지 구간에서의 기업들의 주가를 확인해보았습니다.

<표 4> 2011년 3월-2014년 7월 수익률 1위-10위


흥미로운 것은 유가가 100달러 이상으로 유지되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기간을 잡았는데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유가가 높을 때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알려진 기업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오뚜기나 한샘과 같은 전통적으로 가치주로 분류되는 기업들이 더 쉽게 눈에 띕니다. 아마도 유가라는 외부변수보다는 시장 전반적인 트렌드가 주가에 좀 더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이번에도 여러 숫자들을 언급하였지만 이미 결과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가나 인플레이션과 같은 매크로 변수를 개별기업의 주가와 연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글로벌 매크로에 투자하는 헤지펀드와 같이 매크로 변수의 정확한 예측을 수익률로 직접 연결하는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개인투자자에게 있어서 글로벌 매크로에 대한 예측을 근거로 하여 종목을 선정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다시금 해봅니다.

그럼 다음달에 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