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향의 투자 편지(88)- 투자의 시작은 절약부터

투자의 시작은 절약부터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존리 님은 저만큼 ‘돈 걱정 없는 은퇴 후의 삶’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터뷰, 방송 출연, 강연, 저술 등을 통해 주식투자 전도사 역할도 열심이고요.

일부러 찾아보지는 않지만 TV 채널을 돌리다 이 분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을 만나게 되면 (아무래도 관심이 가는지라)그때부터 지켜봅니다. 한번은 직장까지 자전거로 출근해서 직원들과 회의하고 점심은 사무실에서 집에서 싸온 도시락으로 직원들과 함께하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생활에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절약에 대한 그의 강박적이고 타인에 강요하는 모습이 조금은 지나쳐 보였습니다.

제목은 까먹었지만 그 프로그램에서 존리 님은 특히 피해야 할 3가지 지출을 지적하더군요. 저는 동년배로서 존리 님의 주장에 대해 억지스러운 면은 있지만 공감이 몇 배 더 컸음을 밝힙니다.

1. 대중 교통 이용 – 자가용 보유하지 않기
2. 커피 전문점 이용하지 않기 – 일회용 커피 등으로 대체
3. 자녀 사교육비 절감

제가 경험했던 1980년대 직장인들은 점심 식사 후 으레 다방에 들러 커피를 시켜놓고 한담하면서 남은 점심시간을 소진한 다음 사무실로 복귀하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1997년 IMF 이후 한동안 그런 모습이 사라졌던 것 같은데, 언제부턴가 점심 후 커피는 그 인기를 되찾았더군요.

이번에는 다방 대신 커피 프랜차이즈로 바뀌었는데, 한때 위세를 떨쳤던 휴대폰 판매점이 하나씩 없어지는 자리를 커피 전문점이 대체할 정도입니다. 제가 시간을 보내는 여의도 작은 오피스텔 건물 1층에도 얼마 전에 휴대폰 판매점 자리에 카페가 들어섰더군요. 수제 핫도그를 판매하길래 딱 한번 먹어봤는데, 그닥^^

제가 보았던 TV 화면에서는 직원이 마시고 있던 전문점 커피를 화제로 존리의 윽박지름과 궁지에 몰린 직원의 변명이 한참 이어졌는데, 그 광경을 보다 저의 과거가 떠오르더군요.

1980년대 어느 날, 언제나처럼 직장 동료들과 점심 먹고 다방에서 커피 마시고 12시 59분에 사무실에 들어왔더니, 저의 멘토2 님께서 부르십니다. 멘토2 님은 직책은 감사였지만, 10개가 넘는 그룹사를 관리하는 실세로, 저에게 ‘코리아 펀드’에 대해 조사하도록 지시했던 분이죠.

멘토: O 대리, 너는 점심 먹고 나서 늘 커피 마시고 오던데 그 커피 값, 아깝다는 생각이 안 들더나?
숙향: 예?
멘토: 니가 먹는 밥값이 얼마고 커피 값이 얼만지 생각 안 해 봤나?
숙향: 어~ 커피값이 좀 비싸긴 하네요.
멘토: 다들 밥 먹고 당연하게 다방에 들렀다 오던데 회사 자판기에서 뽑아 먹으면 될 것을 뭣하러 그렇게 비싼 돈 주고 커피 사먹나?
숙향: 아~ 그렇네요. 알겠습니다. 다시는 커피 사 마시지 않겠습니다.

저는 옳다고 생각되면 바로 지키는 편인데, 그날 이후 저는 다방 출입을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커피 전문점을 사양하는 것은 당시 들인 습관입니다. 커피 맛을 모르는 저에게는 믹스 커피로 충분하므로 사 먹는 커피 값이 아깝기도 하고요.

하지만 커피 한 잔의 행복이라는 말도 있듯이, 맘에 드는 커피를 마시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하나의 즐거움일 때는 다르게 봐야 합니다. 우리는 대부분이 가난했던 저의 1980년대와 전혀 다른 (제가 잠시나마 경험했던 세계 어느 나라보다 풍요로운)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불가피한 상황-식사 후 남은 대화를 나누기 위해-을 만나면 (얼마 전부터)선택하게 된 장소가 있습니다. 바로 전통 찻집이죠. 이름부터 건강이 느껴지는, ‘십전대보탕’ 또는 ‘쌍화차’, ‘대추차’ 등 커피 맛을 모르는 저에게는 안성맞춤입니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죠^^


돈을 불리기 위해 우선 들여야 할 기본적인 습관은 절약이라는 데는 누구나 동의할 겁니다. 세계 최고 부자 서열을 다투는 워런 버핏이 얼마나 낭비를 싫어하고 적은 돈이라도 아끼는 지는 이제 얘깃거리도 아니지만, 편지의 격을 높이기 위해^^, 하나만 옮길게요.

버핏의 돈 버는 기술이 아주 대단한 것은 아니다. 빌 게이츠와 함께 출연한 TV 쇼에서 그는 10센트가 떨어져 있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한 학생의 질문에 대해 서슴없이 '줍겠다'고 대답했다. 그가 돈을 버는 으뜸 기술은 바로 낭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앤드류 킬패트릭, [워렌 버핏 평전 2]

절약은 당연하지만 미래를 위해 지금 삶을 궁핍하게 살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뿐인 인생을 사는 우리는 어떤 하루도 빠짐없이 행복해야 하니까요. 제가 미래를 위해 주식투자로 대비하는 방법은, 작년 4월 편지를 시작하면서 말씀드렸듯이, 수입의 10%만 들어내어 주식으로 불리면 가능하다는 것, 아시죠? 낭비하지 않는 알찬 소비를 즐기면서 주식투자로 돈 걱정 없는 미래를 준비하면 됩니다.

은퇴 생활비 마련은 주식투자가 최선의 방법임을 강조하면서, 이만 줄입니다.
숙향 배상